실제 출퇴근길 힘들고 ‘서울 포기 대가’ 못 미치는 집값
전셋값 폭등과 지하철 연장 후 서울에서 수도권 신도시(New Town)로 이주하는 인구가 부쩍 늘었다. 이에 따라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는 ‘출퇴근부대’가 많아졌다.
주택공급률이 100%를 넘은 상황에서 어느 신도시의 어떤 집을 골라야 최선일까. 가격, 크기, 인프라 등 다양한 선택 기준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직주근접, 즉 ‘직장과 주거지가 가까운’ 정도다.
직주근접의 정확한 의미는 단순히 자신의 직장과 주거지가 가까운 것이 아니다. 수도권에서 서울 광화문, 여의도, 강남 등 주요 업무지구로의 이동이 빠르고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하면 앞으로 주변 인프라 확충과 재매각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직장인에게 주목받는 신도시의 새 임대주택과 공동주택을 찾아 실제 직주근접성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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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운정 LH 임대주택 전경. /사진=김노향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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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운정 행복주택 공사현장. /사진=김노향 기자 |
◆경의중앙선 수혜, 파주 운정 ‘행복주택’
파주 운정신도시는 경의중앙선의 최대 수혜지역이다. 과거에는 서울로의 접근이 어려웠지만 서울과 파주를 잇는 경의중앙선이 생기고 수도권 광역급행버스 운행이 늘면서 ‘가까운 경기도’가 됐다.
파주 운정신도시를 찾은 지난 5일 오후, 시내 곳곳은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었다.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롯데캐슬 등 대형건설사가 짓는 아파트 외에도 정부가 사업 중인 공공임대 ‘행복주택’이 대규모로 세워질 예정이다.
파주 운정 행복주택 건설공사 16~17공구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30분. 서울 광화문역 앞에서 광역급행버스 M7111에 탑승한 지 1시간20분 만이다. 버스기사는 “평일 낮이라 오르내리는 승객이 적어 시간이 덜 걸렸다”며 “그래도 일반버스에 비하면 40분 이상 빠른 편”이라고 설명했다.
아파트단지 내로 진입하는 데는 시간이 더 소요된다. 버스정류장에서 하차 후 공사 중인 현장까지 빠른 걸음으로 10분이 걸린다. 마을버스로는 1~2분 안에 이동 가능하지만 배차간격이 10~15분이다.
자녀 하교를 기다리며 산책 중인 한 주부는 “서울에 비하면 깨끗하고 조용하지만 실제 이사와 살아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불편한 점이 더러 있다”며 “교통편의가 과거보단 개선됐지만 여전히 서울로의 이동이 수월하지 않다”고 말했다.
운정에서 서울로 통근하는 한 직장인은 “이용승객이 많지 않다 보니 버스기사들이 정거장에 제대로 정차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일이 있어 지자체에 신고한 적이 있다”며 “배차간격이 15분이라 차를 놓쳐 30분을 기다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지하철 운정역까지는 걸어서 50분이 걸려 사실상 이용이 어렵고 마을버스로는 대기시간을 배제했을 때 20분이 걸린다.
◆평촌 더샵 센트럴시티, “택시 이용 불편”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766-2에는 포스코건설이 ‘평촌 더샵 센트럴시티’를 짓고 있다. 현재 공정률 87%로 오는 7월 입주를 앞뒀다.
평촌신도시는 서울 도심에서 남쪽으로 20㎞ 지점에 위치한 수도권 1기 신도시 중 한 곳이다. 1989년 건설을 시작해 1995년 준공됐다. 분당·일산과 달리 ‘도시 내 신도시’로 중심부에는 수도권 지하철 4호선의 범계역과 평촌역이 있다. 따라서 강남과 여의도로의 진입도 수월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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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촌 더샵 센트럴시티. /사진=김노향 기자 |
지난 6일 출근시간대인 오전 8시. 평촌 더샵 공사현장에서 출발해 지하철 평촌역을 이용해봤다. 예상보다 더 긴 시간이 소요됐다. 아파트에서 평촌역까지의 거리는 1㎞ 정도지만 4호선 상행선에 탑승하기까지 17분이 걸린다. 출입구 안쪽에 진입한 후에도 플랫폼까지의 이동거리가 서울 지하철과 비교할 때 긴 편이기 때문이다. 또 서울역까지의 이동시간은 스마트폰 앱으로 검색했을 때 39분이지만 출퇴근 시간이라 오르내리는 승객이 많은 탓에 11분 더 긴 50분이 걸렸다.
평촌에 1년째 거주 중이라는 직장인 유모씨는 “출근길에는 단 1~2분의 시간마저 소중하기 때문에 역세권이라도 실제 지하철 탑승시간이 오래 걸리면 불편하다”며 “또 경기도는 택시기사의 승차거부가 심한 지역이라 야근이나 회식한 날에는 웃돈을 얹어 요금을 지불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신도시로 이주한 것은 주거비 부담을 줄이고 생활비를 늘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함이었는데 막상 살아보니 출퇴근에 에너지를 소비하고 문화·교육 면에서 '인서울'(In Seoul) 이점을 누리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집값도 문제다. 서울을 등지고 신도시로 이주하는 이유는 주거비를 줄이는 것인데 전통 신도시들은 이미 오랜 투자와 인구 집중으로 인해 서울 못지않은 주거비를 자랑한다. 더샵의 84㎡ 매매가는 5억8900만원, 전세가는 5억원이다. 평촌은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이 80%를 초과해 대표적인 ‘전세 폭등’ 지역으로 꼽힌다.
선주희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투자의 경우 월세 50만~100만원 정도를 부담할 수 있는 수요자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어야 한다. 특히 오피스텔 임차인들은 직주근접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교통이 편리한지 직접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인프라·일자리 고려해야
정부의 주거안정 정책으로 경기도뿐 아니라 서울, 인천, 충남에는 많은 신도시들이 건설 중이다. 파주 운정신도시·김포 한강신도시·평택 고덕신도시·화성 동탄신도시로의 이주가 줄을 잇고 있다.
이들 신도시는 문화나 교육을 누릴 수 있는 기반시설이 아직 부족하다. 영화를 보려고 승용차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나 자녀 교육 문제로 다시 서울행을 고민하는 사례도 있다. 종합병원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직주근접을 고려할 때 또 주의해야 할 점은 인근 직장의 소득 수준이다. ‘인서울’이 주택시장에서도 통하는 이유는 서울에 고소득 일자리가 많기 때문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한국 억대 연봉자의 46.7%는 서울에 거주한다. 반면 경기도의 주민 수 대비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2013년 경기도 주민은 1255만명, 일자리는 425만개로 주민 대비 일자리 비율이 33.9%다. 서울보다 10%포인트 낮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