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마무리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이번 총선과정에서 '일여다야'의 불리한 환경 속에서 당초 자신이 설정한 목표의석 107석을 가뿐하게 뛰어넘어 123석을 차지해 제1당이 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경제심판론' 전략이 유권자에게 먹혀들며 실제 '표'로 반영됐다는 점에서 당권 재도전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김 대표 입장에서는 '경제민주화'와 '경제심판론'을 대선까지 밀고나가야 한다는 이유로 '당권-대권 분리론'을 앞세워 당 대표 선거에도 도전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선거과정에서 문재인 전 대표를 대권후보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듯한 발언을 하고, 친노의 좌장으로 공천에서 배제, 갈등의 불씨가 됐던 이해찬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향후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김종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신진세력과 문재인 전 대표를 축으로 하는 기존의 친노 세력 간에 새로운 계파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김 대표는 당내 지지기반인 호남 민심을 돌리기 위해 당의 운동권적 체질을 변화시키는 작업을 더욱 강하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친노 세력과 당 정체성을 놓고 알력 다툼이 불가피하며, 새로운 계파 갈등이 시작될 것으로도 예상된다. 이로 인한 추가 탈당자가 나타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대선을 앞두고서는 김종인도, 문재인도 아닌 새로운 대선주자를 찾는 '대통령 후보감 찾기'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것이며, 상황에 따라 김 대표가 다시 한 번 이번 대선에서 '킹 메이커' 역할에 나서게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가 손학규 전 상임고문 설득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대표는 앞서 '손학규 대망론'을 거론하면서 그의 정계복귀를 거듭 요청했던 바 있다.

한편, 야권의 한 관계자는 "비례대표 공천 파동, 문재인 대표 호남유세 불가론 등을 둘러싸고 양측 간 갈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김종인 대표도, 문재인 전 대표도 정권교체라는 큰 목표를 함께하고 있다"며 "문 전 대표 역시 당의 외연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권주자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대 총선 승리를 진두지휘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총선 결과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20대 총선 승리를 진두지휘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총선 결과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