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머니투데이DB
/사진=머니투데이DB

총선 이후 시중은행들이 수수료 인상에 나섰다. 저금리 기조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그동안 만지작거리던 수수료 인상 카드를 꺼내기 시작한 것.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다음달 13일부터 자동화기기 이체수수료를 현행 800~900원에서 1000원으로 인상한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하나·외환은행 통합을 앞두고 ATM을 통한 계좌이체수수료(영업시간 중 10만원 초과)를 800원에서 700원으로 낮췄던 우대수수료 제공도 중단한다. 자동화기기 이체수수료 인상과 우대수수료 제공으로 고객들이 체감하는 수수료 인상률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통합 시 제공하던 우대수수료 서비스는 이미 종료가 예정된 상태"라며 "자동화기기 수수료를 올리지만 다른 은행의 수수료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오는 25일부터 영업점 창구에서 해외로 돈을 보낼 때 부과하는 송금수수료를 조정한다. 2만달러를 초과하는 금액을 해외로 보낼 때 붙는 수수료가 2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올라간다. 단, 500달러 이하의 경우 5000원가량 수수료가 인하된다.

◆수익성 보안, 수수료 인상이 답일까


총선과 대선 등 정치권에 굵직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은행의 수수료 인상이 화두였다. 그동안 정치권 눈치 보기에 급급했던 은행들은 총선 이후 수익성 보완을 이유로 수수료 인상카드를 꺼냈다. 더욱이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수수료를 자율화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은행들의 수수료 인상이 더욱 자유로워졌다.

금융전문가들은 '수수료 인상으로 수익 보전'이라는 은행들의 오래된 공식이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계좌이동제 등 경쟁이 치열한 금융환경에서 판관비, 홍보비 등의 출혈경쟁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 은행들은 ISA 출시 초기에 자동차까지 경품을 내걸고 고객유치 이벤트를 펼쳤다. 일임형ISA  판매에서 증권사와 경쟁하기 위해 ISA 판매 경쟁이 지속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다음달 31일까지 일임형ISA 출시를 기념해 1등 2명에게 각 500만원, 2등 10명에게 각 100만원 등 총 432명에게 현금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상금은 총 5000만원에 달한다. 

은행들이 거금을 들여 내놓은 이벤트의 기대와 달리 실제 ISA에 가입한 고객은 '소액계좌'가 대다수였다. ISA 판매 첫주 은행에선 총 65만8040계좌가 만들어졌고 가입금액은 3204억원을 기록했으나 1인당 가입고객은 은행이 32만원에 불과했다. 증권사 가입고객의 1인 평균 가입금액이 300만원을 감안하면 10배 차이가 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수익 악화에 힘들어하지만 판관비 등에서 과도하게 소비하는 탓에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하고 있다"며 "금융당국도 수수료 자율화로 금융사에 자율성을 준 상황에 스스로 수수료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제적 구조조정, 해외진출 확대해야

해외은행은 어떨까. 치열한 금융시장에서 경쟁구도에 놓인 것이 비단 우리나라 은행만의 사정은 아니다. 일본은행은 1990년 초부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10여년 동안 순손실을 기록했으나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해 2000년대 중반에는 수수료 수익 증대, 해외영업 확대 등으로 수익성 회복에 성공했다.

이어 2009년 일본 최대 금융기관인 비쓰비시 UFJ 금융그룹은 기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50개 지점을 폐쇄하고 1000명을 감원한 바 있다.

양원근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은행들도 일본은행의 경험을 교훈 삼아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며 "저성장기 국내은행 경영전략을 통해 예대마진 중심 경영에서 벗어나 수수료 수익 비중를 꾀하고 성장이 정체된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진출을 확대해 수익을 개선한 스위스, 싱가포르 은행들의 사례도 모범사례로 주목받는다. 이들 은행은 저성장 지속과 인구고령화로 대출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한 상황에 해외사업으로 수익성 출구를 모색했다.

이수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수년간 국내 은행산업의 성장성 및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 국내은행의 경영성과 개선이 필요하다"며 "우리나라보다 경제규모가 작지만 GDP대비 글로벌은행의 총자산비율이 높은 스위스, 싱가포르의 해외사업 사례를 살펴보고 국내 사정에 맞게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