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오일은 생활계 유해폐기물 분류대상에서 빠져있다. /사진=환경부 보고서
엔진오일은 생활계 유해폐기물 분류대상에서 빠져있다. /사진=환경부 보고서

미국, 일본, EU선 자동차 엔진오일이 유해물질로 
국내 규정은 전무… 환경부, 관련규정 신설 검토

#김모씨는 자동차 유지비용을 아끼고자 엔진오일을 직접 교환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엔진오일을 저렴하게 구매하며 들뜬 마음도 잠시, 기존 오일을 빼내면 카센터에 부탁해 버리는 것 말곤 마땅히 처리할 방법이 없어서 고민에 빠졌다. 결국 친분이 있는 카센터에서 공임만 내고 오일을 교환했다.
자동차 셀프정비족이 늘면서 관련 폐기물도 증가하는 추세지만 정작 이를 관리하고 제재할 법규가 없어 관련 폐기물 처리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환경부에 따르면 ‘폐유’는 지정폐기물로 분류된다. 따라서 카센터 등 사업장에서 엔진오일 등을 교환할 때 모은 폐유는 전문위탁업체가 수거와 처리를 담당하는 특별관리품목에 속한다.


하지만 문제는 생활폐기물로 분류될 경우다. 자동차관리법상 개인이 가정에서 엔진오일을 교환하는 행위가 문제되지 않아서다. 그런데도 현재 우리나라의 생활계 유해폐기물 관리대상 품목엔 엔진오일이 빠져있다. 가정에서 엔진오일 등 유해 폐기물을 배출할 때 주의할 점이나 언제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땅히 제재할 방법도 없다.
폐기물 분류체계 /사진=환경부 보고서 인용
폐기물 분류체계 /사진=환경부 보고서 인용

환경부의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중 생활폐기물은 유해물질 함유 폐기물, 인간의 건강상 유해하거나 주변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는 유해한 물질로서 환경부장관이 정하려 고시하는 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유해물질함유 폐기물은 살충제, 농약, 폐페인트와 폐래커, 광택제, 접착제, 수은함유 폐기물, 감염성 폐기물 등이다.
엔진오일은 유해한 물질이지만 우선관리대상품목이나 향후 관리대상품목으로 분류되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였다. 생활폐기물 관리지침에도 해당 품목이 빠져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미국이나 일본, EU는 엔진오일과 오일필터 등을 유해물질로 규정했다. 환경부가 2013년 펴낸 생활계 유해폐기물 관리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폐엔진오일을 거점수거방식으로 회수하고 있다. 또 자동차를 소유한 차주의 18%가 자가정비를 하고 있으며, 판매된 오일 중 44%가 회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2002년엔 1100톤의 오일이 일반 가정용폐기물과 함께 매립되거나 소각됐고 판매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폐오일이 회수된 것으로 보고됐다.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중 생활폐기물의 종류 /사진=환경부 보고서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중 생활폐기물의 종류 /사진=환경부 보고서

정비 공임이 비싸 자가정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미국은 엔진오일 외에도 첨가제와 배터리 등의 자동차용품을 유해물질로 규정, 특별 관리품목으로 구분한다. EU는 생활계 유해폐기물 중 자동차용품 카테고리에 브레이크액, 합성오일, 휘발유, 디젤, 변속기유, 사용된 엔진오일, 사용된 오일필터, 부동액, 석면함유 브레이크슈즈, 윤활유, 엔진 첨가제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또 티어1(Tier1) 품목으로 구분, 반드시 분리수거토록 규정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자동차관리문화가 바뀌며 자가정비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자가정비 키트를 인터넷 쇼핑몰에서 쉽게 살 수 있고, 어렵지 않은 사용법으로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관심을 받는다. 그럼에도 마땅한 제도가 없어 모호한 처리방법 등 소비자들의 불편과 함께 환경오염 우려 또한 커지는 상황이다.

관련된 규정이 있는지 환경부에 재차 확인했지만 관련 규정을 확인할 수 없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엔진오일과 관련품목에 대한 구체적인 항목이 없다”면서 “당장 각 지자체에 통보하고 조례를 마련할 예정”이라며 뒤늦게 대책마련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