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부터)삼성생명 '간편가입 보장보험', 한화생명 '간편가입 건강보험', 교보생명 '교보내게맞는건강보험'
(위부터)삼성생명 '간편가입 보장보험', 한화생명 '간편가입 건강보험', 교보생명 '교보내게맞는건강보험'
한화생명에 이어 삼성생명, 교보생명도 고령·유병자를 대상으로 한 간편심사보험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관련 시장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간편심사보험은 고혈압이나 당뇨 등 병력이 있거나 나이가 많아 건강보험 가입이 어려웠던 사람도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건강보험이다.
그동안 손해보험업계가 선점했던 유병자 간편심사보험 시장에 빅3 생보사가 뛰어들면서 판이 더욱 커질 조짐이다.

◆간편심사보험 쟁탈전 시작… 너무 잘 팔려도 부담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교보생명이 간편심사보험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교보생명이 지난 22일 출시한 ‘교보내게맞는건강보험’은 고혈압·당뇨 등 병력이 있거나 나이가 많은 이들도 가입할 수 있는 간편심사보험으로 일반암, 유방암, 전립선암·기타 소액암 등을 주로 보장한다.


앞서 한화생명이 지난 11일 ‘간편가입 건강보험’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대형생보사 중 가장 먼저 간편심사보험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상품은 경증 질환이 있거나 오래된 과거병력을 갖고 있더라도 고지항목 3가지 외에는 가입 시 심사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어 업계 1위 삼성생명이 지난 15일 가세했다. 삼성생명의 ‘간편가입 보장보험’도 가입절차를 대폭 완화해 고혈압, 당뇨 등의 병력이 있거나 나이가 많은 고객도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게 구성했다. 계약 전 고객이 알려야 되는 각종 건강관련 고지항목도 기존 9개에서 3개로 줄었다. 이 고지항목에 해당하지 않으면 건강이나 고연령 등으로 인한 추가 진단 없이도 가입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 상품이 출시 당일에만 2만건 이상 판매되자 삼성생명은 하루 만에 판매를 중단했다. 하루 만에 목표치(월 1만건)를 훨씬 초과하면서 일종의 '속도조절'에 나선 것. 삼성생명 관계자는 "유병자보험 판매의 쏠림현상이 유독 설계사채널에서 심하게 일어나 일단 설계사채널만 중단한 상태"라며 "GA 등 다른 채널에서는 이 상품을 판매하고 설계사채널은 다음달 2일에 재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가지 상품에 판매가 쏠리면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 규모가 커져 손해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생보 빅3, 유병자보험시장 뛰어든 배경은?

지금까지 출시된 빅3 간편심사보험은 서로 유사한 특징을 갖는다. 최고 100세까지 보장한다는 점과 고혈압이나 당뇨 등의 질환이 있는 유병자도 가입 가능하다는 점 모두 비슷하다. 가입연령은 40~50세부터 70~75세까지로 회사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고연령자도 가입이 가능하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두 상품은 고지항목을 3개로 최소화했다는 점이 동일하다.

손보업계를 중심으로 형성됐던 간편심사보험시장에 빅3가 뛰어들면서 생보업계에서까지 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앞으로 손해율 악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나온다. 간편심사보험은 현재 40~50세 이상의 고령층이나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보유한 고객이 대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미리부터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보험가입 소외 대상자들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안전할증률을 30%에서 50%로 조정했기 때문이다. 안전할증률은 보험사가 보장성보험의 보험료를 책정할 때 기존 경험통계표상 예상되는 손해율을 보험료에 추가로 얹을 수 있는 범위다. 즉, 손해율이 악화되면 일정 범위까지 보험료를 인상해 손해율을 안정화할 수 있다.

또한 기존에는 고령∙유병자에 대한 리스크 측정이 어려웠지만 올해부터 보험사들이 보험개발원으로부터 고령∙유병자 관련 통계를 받게 되면서 보험료 산정이 가능해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선보인 간편심사보험은 일본의 유병자보험을 모니터링해 개발된 것"이라며 "한국도 일본처럼 보험 인수심사 시 손해율 걱정 없이 영업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전에는 건강한 중장년층 대상의 건강보험시장이 활성화됐지만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르면서 현재 남아있는 시장은 고령∙유병자 타깃 상품"이라며 "건강보험에 주력하지 않았던 생보사들이 뒤늦게라도 간편심사보험시장에 뛰어든 것도 일정 규모 이상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라고 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