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용등급이 낮은 박모씨(41)는 지난 3년간 생계비를 위해 카드사와 대부업체에서 총 5건의 대출을 받았다. 처음에는 카드사 한곳에서 대출을 받았지만 대출한도 제한에 걸려 점차 늘린 것. 눈덩이처럼 불어난 고금리를 감당하기 힘들었던 박씨에게 때마침 대부중개업자가 달콤한 제안을 했다. 그는 “5건의 대출을 한번에 상환해주고 금리가 훨씬 낮은 시중은행 대출로 바꿔주겠다”며 박씨에게 ‘통대환대출’을 설명했다. 그 대신 중개업자에게 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줄어드는 이자규모가 훨씬 크고 심지어 대출한도도 늘어 박씨는 주저 없이 중개업자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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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
통대환대출은 고금리 다중채무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부채통합대출로도 불리며 중개업자는 주로 포털사이트의 카페나 블로그 광고를 통해 다중채무자에게 접근한다. 박씨에게 통대환대출은 거부하기 힘든 대안이다. 한도는 1000만원 이상 늘어나고 금리는 10%포인트 이상 대폭 낮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대환대출에는 2가지 문제가 있다. 박씨에게서 수수료를 수취한 중개업자는 3가지 법률을 위반했고 박씨 또한 사기죄로 고소당할 수 있다. 매우 유용한 대출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 숨은 통대환대출의 위험성을 알아봤다.
◆거부할 수 없는 달콤한 유혹
통대환대출은 여러건의 고금리대출이 있는 채무자에게 중개인이 기존 대출을 대신 갚아주고 채무자의 신용등급을 높인 후 시중은행 또는 저축은행에서 저금리대출을 받도록 도와주는 방식이다. 채무자는 고금리 부담을 덜 수 있고 중개인은 거액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박씨가 기존에 받았던 5건의 총 대출금액은 5000만원이다. 평균금리는 연 27%로 이를 계산하면 박씨는 매년 이자로 1350만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통대환대출을 이용해 한 시중은행에서 6500만원을 대출받았으며 금리는 연 13%로 절반 이상 떨어졌다.
대신 박씨는 중개업자에게 500만원의 수수료를 냈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이를 내더라도 남는 장사다. 시중은행에서 빌린 6500만원의 연 이자는 845만원으로 전과 비교했을 때 매년 505만원이 절약된다. 이를 3년 뒤 일시상환한다고 가정하면 박씨가 통대환대출을 통해 얻은 이자 감소액은 총 1515만원이다. 여기서 수수료 500만원을 빼더라도 1015만원이 이득이다.
이처럼 시중은행 대출이 가능했던 이유는 박씨의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됐기 때문이다. 박씨의 신용등급은 6등급이었지만 기존 5건의 부채를 일시에 상환하면서 4등급으로 2단계나 올랐다. 모두 5000만원에 달하는 여러건의 대출을 일시에 상환한 점이 신용등급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친 것. 새로운 신용등급을 받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길어야 한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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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머니투데이 DB |
◆신용등급 세탁… 사기죄 해당
통대환대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제3자의 금전으로 신용등급을 올린다는 것인데 이 행위는 신용등급 세탁에 해당된다. 신용등급은 대출신청자의 신용도를 평가하는 것으로 은행 등 금융사에서 대출실행 시 그 위험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로 사용된다.
박씨처럼 실질적인 신용도가 여전히 6등급임에도 중개업자의 금전을 이용해 신용등급을 올리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사기죄로 고소당할 수 있다. 금융사는 그만큼 부실채권이 늘고 박씨의 위험성을 금융사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서민 입장에서는 통대환대출의 매력이 상당하지만 일종의 사기행각이라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신용등급 세탁에 따른 위험성은 금융회사를 향한다. 시중은행은 채권부실화를 막기 위해 신용평가시스템을 더 엄격하게 설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부실채권을 떠안은 은행 입장에서는 신용등급을 세탁한 대출자를 사기죄로 고소할 수 있다”며 “고금리대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정부정책상품인 뉴환승론, 햇살론 등을 이용해 고금리 부담을 덜어내는 게 좋다”고 안내했다.
또 대출신청자의 과거 대부업체 이용정보를 시중은행이 조회할 수 없다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대부업체는 고객의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카드사 대출이용정보를 대출실행 전 확인할 수 있지만 고객의 대부업체 이용정보는 올해 1월부터 저축은행만 확인할 수 있게 바뀌었다. 시중은행과 카드사는 여전히 확인이 불가능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대환대출 등 신용등급 세탁 고객을 보다 정확하게 평가하고 채권 부실화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은행도 대출신청자의 대부업체 이용정보를 검토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개업자의 수수료 수취 ‘불법’
대부중개업자는 기본적으로 대부업체에 고객을 알선해주고 대부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중개업자가 대부업체 이용자에게 직접 자금알선 및 중개수수료를 받는 것은 관련법규에 따라 엄격하게 금지된다.
우선 대출모집인 모범규정에는 ‘대출모집인은 차주에게 수수료를 받을 수 없음’이라고 명시돼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 또 보다 강력한 법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대부업법에서도 이를 금지하며 위반 시 각각 5년(대부업법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채무자에 대한 대출모집인의 자금알선 및 중개수수료 수취는 법에서 엄격히 금지함에도 중개업자들이 다중채무자의 사정(중개수수료를 주더라도 이자부담을 줄이려는)을 악용해 활동한다”며 “관련법규에 의거 수사의뢰를 원칙으로 하는 등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