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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골든블루 사피루스, 임페리얼 네온, 윈저 W 아이스. |
◆ 위스키는 오래될수록 좋은 술이다?
12년산, 17년산, 30년산…. 위스키를 나누는 나이. 오래될수록 좋은 술로 알려진 위스키의 가치는 바로 이 연산에서 나온다. 연산은 위스키의 품질과 원액 숙성도를 가늠하는 척도. 다시 말해 소비자들은 위스키에 대한 가치를 ‘연산’을 통해 나누고 그 가치를 소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컨대 30년산의 경우 원액이 최소 30년 이상 오크통 안에서 숙성됐다는 보증의 의미를 담고 있다. 위스키 원액은 오랜 기간 숙성되면서 자연 증발 현상을 거치는데 숙성기간이 길면 길수록 희소성을 띠게 된다.
업계는 통상 12년보다 짧은 위스키를 일반 스탠더드, 12년 이상 숙성되면 고급 프리미엄, 17년이 넘는 위스키는 슈퍼 프리미엄으로 분류한다. 당연히 오랜 기간 숙성된 원액은 가격 역시 비쌀 수밖에 없다.
◆ 저도주 열풍에 “내 나이 묻지 마세요”
이처럼 ‘연산’으로 대변되던 위스키의 자존심이 무너진 건 몇 년 전 부터다. ‘저도주 위스키’ 열풍으로 주요 위스키 업체에서 바로 이 연산을 지운 무연산 제품들이 속속 출시된 것이다.
방아쇠를 당긴 곳은 국내 토종 위스키 업체인 골든블루. 골든블루는 2009년 당시 12·17년산으로 출고된 제품들을 각각 ‘사피루스’, ‘다이아몬드’라는 무연산 위스키로 바꿔 시장에 내놨다.
지난해 말 ‘임페리얼’을 판매하는 페르노리카코리아도 무연산 대열에 합류했다. 기존 임페리얼 12, 17, 19퀀텀, 21 등 정통 연산 위스키 4개에 프리미엄 무연산 위스키인 임페리얼 네온을 더해 포트폴리오를 확대한 것. 품질력이 보증된 연산별 위스키에 무연산 위스키를 추가하면서 소비자 선택 폭을 다양화 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비슷한 시기 디아지오코리아도 대표 제품 ‘윈저’에 과일향 첨가물을 넣어 만든 ‘윈저 더블유 아이스’와 ‘윈저 더블유 레어’를 출시했다. 아이스는 12년산, 레어는 17년산 원액을 주로 사용하되 다양한 연산을 섞은 제품이다.
하지만 무연산 출시 열풍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위스키에서 연산을 떼는 순간 같은 12년산 위스키라도 꼭 12년 된 원액만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제조원가를 줄일 수 있는데다 숙성기간이 짧은 원액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이에 업계에서는 판매를 위해 원액의 나이를 숨기는 건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골든블루가 이름을 바꿀 당시에도 12년산보다 낮은 연산의 원액을 쓰면서 이름만 바꾼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연산 표시를 없애는 추세는 전 세계적으로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확산하는 트렌드”라며 “연산이 중요한 위스키 업체 특성상 연산에 따라 양심적으로 제품을 만들어 납품하는 업체들에 피해를 준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 가격은 ‘뻔뻔’… 한국 소비자는 호갱?
더 큰 문제는 최근 쏟아져 나온 무연산 위스키의 가격이 적정하냐는 논란이다. 같은 급의 12년산 위스키라면 당연히 무연산보다 연산 위스키가 좋지만 무연산 위스키의 경우 당연히 연산 제품보다는 저렴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저도 위스키도 마찬가지다. 현재 저도주 열풍으로 40도짜리 위스키가 35도까지 내려온 상황. 알코올 도수를 낮출 경우 원액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원가도 당연히 내려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몇 년짜리 원액이 쓰였는지를 알 수 없는 무연산 위스키의 가격을 연산 위스키와 별반 차이 나지 않게 책정하고 있다”며 “연산과 무연산 제품간 가치를 구별하고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는 투명한 가격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안 그래도 위스키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데 최근 업체들이 서로의 치부를 지적하고 단점을 꼬집는 식의 헐뜯기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시장 회복을 위한 자구 노력보다 경쟁사를 밟고 올라가려는 식의 행태가 반복되면 결국 업계 전체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12년산, 17년산, 30년산…. 위스키를 나누는 나이. 오래될수록 좋은 술로 알려진 위스키의 가치는 바로 이 연산에서 나온다. 연산은 위스키의 품질과 원액 숙성도를 가늠하는 척도. 다시 말해 소비자들은 위스키에 대한 가치를 ‘연산’을 통해 나누고 그 가치를 소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컨대 30년산의 경우 원액이 최소 30년 이상 오크통 안에서 숙성됐다는 보증의 의미를 담고 있다. 위스키 원액은 오랜 기간 숙성되면서 자연 증발 현상을 거치는데 숙성기간이 길면 길수록 희소성을 띠게 된다.
업계는 통상 12년보다 짧은 위스키를 일반 스탠더드, 12년 이상 숙성되면 고급 프리미엄, 17년이 넘는 위스키는 슈퍼 프리미엄으로 분류한다. 당연히 오랜 기간 숙성된 원액은 가격 역시 비쌀 수밖에 없다.
◆ 저도주 열풍에 “내 나이 묻지 마세요”
이처럼 ‘연산’으로 대변되던 위스키의 자존심이 무너진 건 몇 년 전 부터다. ‘저도주 위스키’ 열풍으로 주요 위스키 업체에서 바로 이 연산을 지운 무연산 제품들이 속속 출시된 것이다.
방아쇠를 당긴 곳은 국내 토종 위스키 업체인 골든블루. 골든블루는 2009년 당시 12·17년산으로 출고된 제품들을 각각 ‘사피루스’, ‘다이아몬드’라는 무연산 위스키로 바꿔 시장에 내놨다.
지난해 말 ‘임페리얼’을 판매하는 페르노리카코리아도 무연산 대열에 합류했다. 기존 임페리얼 12, 17, 19퀀텀, 21 등 정통 연산 위스키 4개에 프리미엄 무연산 위스키인 임페리얼 네온을 더해 포트폴리오를 확대한 것. 품질력이 보증된 연산별 위스키에 무연산 위스키를 추가하면서 소비자 선택 폭을 다양화 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비슷한 시기 디아지오코리아도 대표 제품 ‘윈저’에 과일향 첨가물을 넣어 만든 ‘윈저 더블유 아이스’와 ‘윈저 더블유 레어’를 출시했다. 아이스는 12년산, 레어는 17년산 원액을 주로 사용하되 다양한 연산을 섞은 제품이다.
하지만 무연산 출시 열풍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위스키에서 연산을 떼는 순간 같은 12년산 위스키라도 꼭 12년 된 원액만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제조원가를 줄일 수 있는데다 숙성기간이 짧은 원액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이에 업계에서는 판매를 위해 원액의 나이를 숨기는 건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골든블루가 이름을 바꿀 당시에도 12년산보다 낮은 연산의 원액을 쓰면서 이름만 바꾼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연산 표시를 없애는 추세는 전 세계적으로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확산하는 트렌드”라며 “연산이 중요한 위스키 업체 특성상 연산에 따라 양심적으로 제품을 만들어 납품하는 업체들에 피해를 준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 가격은 ‘뻔뻔’… 한국 소비자는 호갱?
더 큰 문제는 최근 쏟아져 나온 무연산 위스키의 가격이 적정하냐는 논란이다. 같은 급의 12년산 위스키라면 당연히 무연산보다 연산 위스키가 좋지만 무연산 위스키의 경우 당연히 연산 제품보다는 저렴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저도 위스키도 마찬가지다. 현재 저도주 열풍으로 40도짜리 위스키가 35도까지 내려온 상황. 알코올 도수를 낮출 경우 원액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원가도 당연히 내려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몇 년짜리 원액이 쓰였는지를 알 수 없는 무연산 위스키의 가격을 연산 위스키와 별반 차이 나지 않게 책정하고 있다”며 “연산과 무연산 제품간 가치를 구별하고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는 투명한 가격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안 그래도 위스키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데 최근 업체들이 서로의 치부를 지적하고 단점을 꼬집는 식의 헐뜯기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시장 회복을 위한 자구 노력보다 경쟁사를 밟고 올라가려는 식의 행태가 반복되면 결국 업계 전체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