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모투자펀드(PEF)운용사 MBK파트너스가 2013년 12월 ING생명 한국법인을 인수할 당시 금융위원회에 약속했던 매각 제한기간(2년)이 지난해 말 끝났다. 인수 당시 MBK가 투자한 금액은 1조8400억원. 그동안 MBK는 ING생명 매각가를 높이기 위해 고삐를 바짝 죄었다. ING생명의 지난해 수입보험료는 4조4995억원, 순이익은 3048억원으로 전년대비 22.0%, 36.3% 성장했다. 총자산 규모는 약 29조6000억원으로 업계 5위권으로 올라섰다. 녹록지 않은 보험환경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성적표다.

최근 보험사 인수합병(M&A)시장의 초점이 ING생명으로 맞춰졌다. 보험사 매물이 여럿 나왔지만 ING생명이 유일한 ‘대어’로 꼽혀서다. 현재 인수후보군은 중국 안방보험과 핑안보험, 국내 금융지주사 등으로 좁혀진 상황이다.

ING생명. /사진=머니위크 DB
ING생명. /사진=머니위크 DB

◆매력적 매물… 가격이 문제

ING생명 지분 100%를 보유한 MBK파트너스가 국내외 잠재적 인수후보를 대상으로 인수의사를 타진 중이다. 보험업계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MBK는 국내외 잠재적 인수후보 15곳 안팎을 대상으로 ING생명 매각 투자설명서(IM)를 발송했다. 매각주간사는 모건스탠리가 맡았다. 중국 안방보험을 비롯해 중국 2위 생보사 핑안보험 등 중국계 투자자와 국내에서는 KB금융,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금융사들이 투자설명서를 받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년간 ING생명은 실적개선에 집중했다. 그 결과 ING생명의 총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29조5600억원으로 인수 당시(2013년 12월 기준 23조8928억원)보다 5조6000억원가량 늘어났다. 당기순이익도 2014년 2235억원에서 지난해 3048억원으로 36.3% 상승해 대형 3사(삼성·한화·교보생명)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ING생명 설계사는 5000여명으로 빅3를 제외하고 가장 많다. 지난해 설계사 초회보험료는 1800억원으로 한화·삼성생명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재무구조도 탄탄해 보인다. 특히 지난해 7월 업계 최초로 선보인 저해지환급형 종신보험인 ‘용감한 오렌지 종신보험’이 히트치면서 ING생명의 보장성보험 판매비중도 크게 높아졌다. 또 2020년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에도 비교적 여유롭다. 지급여력(RBC)비율 역시 지난해 말 기준 324.9%로 생보사 중 높은 편이다.

ING생명 관계자는 “IFRS4 2단계가 도입되더라도 추가로 쌓아야 할 준비금이 4000억원대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보장성보험과 변액보험 중심의 상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했고 과거 고금리 확정상품 판매비중도 높지 않아 역마진 부담이 적다”고 설명했다. ING생명은 매물 자체만 놓고 보면 현재 M&A시장에 나온 보험사 중 가장 매력적이다.

◆안방보험 인수설… ‘빅3’ 위협

문제는 가격이다. MBK는 ING생명을 1조8400억원에 인수한 점을 고려해 현재 30억달러(약 3조4500억원) 이상에 되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적어도 2조원 이상에 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2조원 이상도 비싸다고 본다. MBK가 생각하는 가격과 시장의 가격 격차가 큰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NG생명이 조직이나 영업 측면에서 매력적인 매물인 건 맞지만 가격이 워낙 비싸 매각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며 “MBK에서 가격을 더 내리거나 2조원 이상도 지르겠다는 인수주체자의 의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결국 실탄을 가진 안방보험이나 핑안그룹, 푸싱그룹 등 중국기업에 넘어갈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만약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총자산 22조5000억원), 알리안츠생명(16조7000억원)에 이어 ING생명까지 인수한다면 3사 합산 총자산이 68조8000억원이 된다. 삼성생명(226조원), 한화생명(100조원), 교보생명(87조원)에 이은 업계 4위로 뛰어오르는 것이다. 또 동양생명의 저축성보험과 온라인채널, 알리안츠생명의 변액보험, ING생명의 보장성보험과 막강한 설계사조직이 안방보험의 자본력을 등에 업고 시너지를 낸다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수십년간 고착화된 삼성·한화·교보생명의 ‘빅3’ 구도를 흔들 수 있다. 국내 생보업계가 중국 안방보험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이유다.

◆KB의 마지막 조각 ‘생명보험’


국내기업 중 ING생명을 인수할 잠재후보로 KB금융지주와 NH농협금융지주, 한화그룹 등이 거론되지만 모두 “인수와 관련된 사항을 전달받은 적조차 없다”며 선을 그었다.

시장에서는 국내 기업 중 그나마 ING생명 유력인수 후보로 KB금융지주를 꼽는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과거 ING생명 인수를 추진한 경험이 있는 만큼 ING생명 인수에 다시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지금 현대증권 인수작업에 1조원 안팎을 쓴 것으로 추정돼 자금력과 윤종규 회장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KB금융은 2012년 어윤대 전 회장 시절 ING생명 인수를 목전에 뒀다가 이사회의 반대로 무산된 전력이 있다. 당시 부사장을 지냈던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ING생명 인수를 총괄하기도 했다. 또 윤 회장이 취임 당시 비은행계열사를 강화하기로 결정하면서 생명보험사 인수에 관심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시점에서 KB금융이 생보사를 인수한다면 신한금융지주를 제치고 비은행부문 최강자가 될 수 있다. KB금융의 비은행계열사인 KB국민카드와 KB손해보험, 통합 KB투자증권·현대증권 등은 모두 각 업권 내에서 무게감 있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우선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손해보험사를 보유했고 매년 3000억원 이상의 순익을 내는 국민카드도 업계 2위 수준이다. 통합 KB·현대증권도 업계 3위 수준으로 전망된다. 이제 생명보험사인 KB생명만 남은 상황이다.

올 초 여의도 KB금융타워에 둥지를 튼 KB생명은 지난해부터 조직개편 등으로 내실이 좋아졌다. 다만 KB생명의 설계사가 지난해 말 기준 621명, 당기순이익은 125억원으로 KB금융 입장에선 외형적인 면이 아쉽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KB금융이 LIG손해보험(현재 KB손해보험), 현대증권 등 잇단 M&A에 이미 돈을 많이 쓴 상태여서 현재 인수자금이 부족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분간은 무리하게 회사를 인수하기보다 자생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MBK가 ING생명 가격을 2조원 이하로 내리지 않을 것으로 보여 매각작업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중국 안방보험이 MBK 측에 1조원대 중반을 제시하며 비공개 협상을 벌이다 결렬됐다는 얘기가 나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MBK가 원하는 가격이 나올 때까지 매각을 유보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ING생명 인수건은 인수가격 대비 실익이 주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