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살 된 프렌치불독 ‘뱅고’의 엄마 김혜진씨(28). 일주일에 최소 3번은 뱅고와 함께 산책하거나 애견카페를 방문한다. 집 주변 애견카페는 모두 섭렵해 뱅고가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애견카페도 찾았다. 최근 김씨는 외출 시 혼자 있는 뱅고가 불안해 집안에 사물인터넷(IoT) 카메라를 설치했지만 여전히 안쓰럽고 불안하다. 가족이나 다름없는 뱅고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을 찾던 그는 5월부터 한달에 100여만원을 들여 ‘강아지 유치원’에 보낼 계획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 1000만명. 반려동물이 가족인 시대가 도래했다. 내 아이는 더 좋은 것을 입히고 더 좋은 것을 먹이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 이를 반영하듯 반려동물을 위한 상품은 점점 고급화되고 펫팸족(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사람)의 지갑은 닫히지 않는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시장 규모는 2015년 1조8000억원으로 2020년이면 6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임한별 기자
/사진=임한별 기자

◆유치원복 입고 셔틀버스 타요
유치원 셔틀버스, 유치원 가방, 유치원복, 유치원 생일파티. 어린이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강아지가 유치원 가방을 둘러메고 셔틀버스를 탄다. 유치원 가방 안에는 점심 때 먹을 사료가 있다. 유치원에도 최고급 사료가 있지만 펫맘은 강아지의 입맛에 꼭 맞는 사료도시락을 챙긴다.

유치원에 등원한 강아지는 체중과 피부, 모질, 손, 발, 귀, 눈 등의 건강상태를 체크받는다. 이어 배변판 위에서 배변교육도 받는다. 유치원 교사는 강아지가 배변을 보면 즉시 배변의 양과 색, 결석 등의 이물질 검사를 실시한다. 사회화 교육도 진행된다. 장난감을 이용해 함께 교육받는 다른 강아지와 자연스럽게 친해진다.


점심시간은 개별 배식이 이뤄진다. 식사예절을 배우고 혼자만의 공간에 익숙해지는 훈련이다. 점심시간 후에는 자율적으로 낮잠을 자거나 마당에서 뛰어논다. 이 시간 동안 교사는 강아지의 성격을 파악한다. 오후시간에는 산책교육이 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이다.


특별한 수업도 있다. 근처에 위치한 유치원에서 어린이들이 놀러와 사람과 친해지는 시간을 갖는다. 오후 5시쯤 하원 준비를 한다. 강아지가 멘 가방에는 오늘 하루 뭘 먹었는지, 무슨 교육을 받았는지, 행동패턴은 어땠는지 빼곡히 적힌 알림장이 들어있다.

지난달 23일 어린이들이 다니는 유치원과 다를 바 없는 커리큘럼으로 무장한 반려견유치원 ‘다독인더시티’가 오픈했다. 다독인더시티는 프리미엄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려견 유치원·호텔·카페다. 수강료는 종일반, 주말반, 요일반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대체로 수십만원에서 백만원대까지 다양하다. 1차 입학접수는 일찌감치 마감돼 2차 접수를 준비 중이다.


반려견 유치원 '다독인더시티' 셔틀버스. /사진=진현진 기자
반려견 유치원 '다독인더시티' 셔틀버스. /사진=진현진 기자

반려견 유치원 '다독인더시티' . /사진=진현진 기자
반려견 유치원 '다독인더시티' . /사진=진현진 기자

다독인더시티의 메인서비스는 애견유치원이지만 애견호텔과 애견카페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다른 곳과는 차별화된 고급서비스 제공이 목표여서 강아지들이 뛰놀 수 있는 공간을 최대한 확보했고 야외수영장도 마련했다. 야외수영장은 100% 예약제로 한번에 대형견은 1마리, 소형견은 최대 4마리까지 입장할 수 있다. 강아지들의 안전을 위해 라이프가드가 상시 대기한다.
애견유치원보다 먼저 오픈한 애견카페는 벌써 입소문을 탔다. 음료 한잔의 가격은 1만2000원선. 비싼 듯하지만 펫맘들의 반응은 다르다. 음료와 함께 반려견이 즐길 수 있는 수제간식을 주기 때문. 다독인더시티에서 제공되는 수제간식은 유치원 원장이 직접 제작한다. 지대원 다독인더시티 대표는 “아이(반려견)만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펫팸족은 가격보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체계적인 커리큘럼과 전문인력의 배치, 차별화된 서비스를 가장 중시한다”고 말했다. 

◆1200만원짜리 반려견 하우스

차별화된 서비스와 함께 반려동물을 돋보이게 하는 상품을 찾는 펫팸족도 늘었다. 한땀 한땀 장인정신이 담긴 의류는 기본, 편안함과 고급스러움을 담은 하우스는 필수다.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에는 ‘소중한 그들을 위한 아주 특별한 공간’이 있다. 반려동물 용품을 판매하는 ‘펫 부티크’가 바로 그것. 차별화된 용품과 서비스 제공에 중점을 둬 개성을 찾는 펫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펫 부티크는 해외 유명 럭셔리브랜드와 국내 유명 패션디자이너와의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선보인다. 대표적인 상품이 이탈리아 애견용품회사 ‘수퍼파인’의 핸드메이드 반려견 하우스. 쉽게 말해 개집이다. 수퍼파인 하우스의 가격은 최저 600만원부터 최고 1200만원까지다.

럭셔리하고 우아한 반려견 의류도 펫맘들의 마음을 뺏는다. 리본과 레이스가 돋보이는 ‘이베트 루타’의 의류는 30만~80만원으로 화려함을 자랑한다. 물론 낮은 가격대의 상품도 판매된다. 김형균 갤러리아백화점 펫 부티크 담당 바이어는 “남들이 입히지 않는 스타일이 많아지면서 가격대가 높아졌다”며 “차별화된 상품을 찾는 수요가 매년 늘고 있다”고 전했다.


펫 부티크에 입점된 '이베트 루타' 제품. /사진제공=펫 부티크
펫 부티크에 입점된 '이베트 루타' 제품. /사진제공=펫 부티크

◆습식사료·수제간식 수요 급증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은 사료시장의 추세도 바꿔놓았다. 국내 펫푸드시장을 선도하는 네슬레퓨리나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여겨 투자를 아끼지 않는 펫팸족의 증가로 프리미엄 사료 판매가 급증했다.

사료시장 고급화 바람의 대표적 제품은 바로 습식사료. 건사료가 주를 이루던 반려동물 사료시장에서 습식사료의 매출은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40% 상승했다. 특히 반려묘의 습식사료시장 성장률은 더 가파르다. 수제사료나 수제간식에 대한 수요도 더불어 급증했다.

황명철 농협축산경제리서치센터장은 “반려동물시장은 1인 가구 증가와 인구구조의 변화로 성장세”라며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펫팸족이 늘면서 수요가 다양해지고 고급화되고 있다. 이는 반려동물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세계적 몸값 자랑하는 개·고양이

고급화되는 반려동물시장에서 비싼 품종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외모와 체형에 따라 천차만별로 책정되는 게 반려동물의 몸값이라고 말하지만 독보적으로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품종은 따로 있다.

◆희귀종, 명품 개
- 로첸
매년 등록되는 개체 수가 몇 백마리에 불과한 희귀종 로첸. 영리하고 주인을 잘 따라서 유럽 귀족 부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견종이다. 로첸의 최소가격은 7000달러(한화 약 790만원)다. 라이언 컷 털로 유명한 로첸은 화가 고야의 작품에도 등장할 만큼 유명하다.
- 로트 바일러
온순하고 헌신적이며 복종을 잘하는 성격으로 가정에서 키우기 좋은 개다. 최근에는 경찰견이나 군견으로도 활약한다. 로트 바일러 역시 최소가격이 7000달러 선에서 시작된다.
- 티베탄 마스티프
국제애견협회 컨넬클럽이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개로 선정한 티베탄 마스티프. 황금빛 갈기와 사자를 닮은 성격에 사자견으로도 불린다. 티베탄 마스티프가 비싼 이유는 희귀종이며 죽을 때까지 한 주인만 따르고 늑대와 싸워서 이기는 유일한 개이기 때문. 중국 부호에 의해 20억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된 바 있는 품종이다.

◆3000만원 호가, 명품 고양이
- 아세라 고양이
인간이 만들어낸 품종인 아세라 고양이는 몸값이 무려 2만7950달러(약 3180만원)다. 아프리카 살쾡이와 아시아 표범, 미국 애완 고양이를 교배해 탄생한 아세라 고양이는 특별주문 후 몇달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
- 사바나 고양이
아프리카산 살쾡이의 일종인 서벌 고양이와 벵갈 고양이를 교배해 탄생한 사바나 고양이는 고양이과 중 가장 키가 크다. 표범에 흡사한 외모와 무늬에 비해 순하다. 몸값은 최저 1만5000달러(약 1700만원)를 호가한다.
- 벵갈 고양이
최저 1000달러(약 113만원)부터 최고 1만달러(약 1130만원)까지 몸값의 폭이 큰 뱅갈 고양이는 야생 아시아 표범 고양이와 집고양이를 교배해 탄생했다. 엄격한 조건 하에 공인이 이뤄지고 야생의 성질을 버리게 해 매우 온순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