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금융위기 이후 8년여째 박스피 흐름을 이어가면서 대형 주식형펀드 투자자들의 펀드에 대한 관심이 확연히 줄었다. 대형주 중심으로 지수 대비 알파를 추구하는 이른바 액티브펀드가 주춤하자 틈새시장에서는 중소형주펀드가 남았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 금리인상 및 중국경제 경착륙 이슈가 겹치면서 자산시장 변동성이 커져 소형주펀드도 인기가 시들해졌다.

이 같은 박스권에서 펀드투자자들은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상당부분을 채권에 투자하면서 주식을 조금씩 담는 채권혼합형펀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85조8000억원이던 채권형펀드 순자산이 지난달 19일 94조5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매달 3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유입되면서 올 들어 8조7000억원이 늘었다.


/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포트폴리오 분산효과, 변동성 낮아
투자자들은 채권혼합형펀드 투자에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주식이면 주식이고 채권이면 채권이지 채권혼합형에 굳이 투자할 필요가 있나’라는 질문도 자주 받는다. 물론 맺고 끊는 것이 명확한 것을 좋아한다면 채권혼합형이 어설프게 보일 수 있으나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본다면 채권혼합형은 매우 훌륭한 투자수단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신영고배당30 채권혼합형펀드를 살펴보자. 이 펀드는 배당 및 가치투자의 대명사인 신영자산운용이 내놓은 대표 혼합형펀드다. 고배당주에 30% 투자하고 나머지 70%는 채권에 투자해 수익을 낸다. 이 펀드의 가장 큰 장점은 낮은 변동성이다.

우선 70%의 채권에선 연간 이자수익이 안정적으로 발생한다. 또 나머지 30%를 투자하는 주식부문에서는 일정수준의 배당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즉, 이자와 배당이 꼬박꼬박 들어오는 구조로 주식부문의 변동성을 잡을 수 있다.

주식에 100% 투자한다면 주식시장 하락기의 높은 변동성을 피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30%만큼 투자하면 일단 100% 주식에 투자한 것에 비해 상당수준 변동성을 낮출 수 있다. 여기에 배당수익과 이자수익이 함께 들어와 하방을 막아준다면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결국 채권혼합형펀드는 채권에서 발생하는 이자와 주식의 배당수익으로 30%가량 투자해 주식의 변동성을 낮춰주는 황금조합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같은 조건에서 채권비율이 낮은 신영마라톤40 채권혼합형펀드를 살펴보자. 이 펀드는 신영마라톤펀드에 40%, 나머지 60%는 채권에 투자한다. 60% 채권에서 발생하는 이자가 40% 주식의 변동성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불과 4~5년 전만 해도 40%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의 인기가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2012년 7월 이후 한국은 본격적인 금리인하 사이클을 탔고 당시 3.25%였던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현재 1.5%로 내려왔다. 60%인 채권이자도 낮아져 기대수익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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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상승기엔 채권형펀드, 단기투자해야
최근 초저금리 기조를 타고 키움코어밸류20 채권혼합형펀드(주식 20%·채권 80%)가 출시됐다. 투자자들이 채권비중을 늘려 안정적인 투자수익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현재 투자자들은 채권비중을 높인 펀드 출시에 ‘미국 금리가 인상기인 지금, 채권이 들어가는 펀드를 사도 될까’란 고민을 한다. 채권형펀드는 고정금리부 채권에 투자하기 때문에 금리인상 시 수익상승의 기회를 놓칠 수 있어서다.

채권금리가 1.5%라고 가정했을 때 만기가 10년인 채권의 금리가 5%로 상승할 경우 채권투자자가 느끼는 박탈감은 매우 크다. 5%의 금리를 향유할 수 있음에도 1.5%의 저금리로 10년동안 자금이 묶인 탓에 그만큼 수익을 낼 수 있는 기간을 놓치기 때문이다.

채권투자는 금리가 상승하는 시기에는 독이나 다름없지만 채권혼합형펀드에선 단기채권을 선택하면 수익상승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채권혼합형펀드는 1.5%의 금리로 10년을 묶지만 3개월짜리 채권을 선택하면 3개월 후 다시 높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다.

금리가 상승하는 시기에는 만기가 많이 남은 채권, 즉 장기채권형펀드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 여기서 언급하는 채권형펀드는 평균 만기가 1년 정도인 단기채권으로 금리인상으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채권혼합형펀드 투자 시 유의할 점

채권혼합형펀드 투자 시 유의해야 할 점은 투자자의 위험선호도에 따라 주식비중을 정하는 것이다. 주식은 20%·30%·40% 중 선택할 수 있는데 주식투자의 위험을 선호하지 않는 투자자라면 주식비중을 낮추는 것이 좋다.

또 채권의 평균 만기를 정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채권부분의 평균 만기가 너무 길 경우 주식에서 수익이 나더라도 채권 금리상승 등으로 채권 파트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채권의 평균 만기가 낮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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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혼합형펀드를 고르는 것이 유리하다.
마지막으로 고민할 점은 주식부분이다. 대부분의 회사가 자기 회사의 간판펀드를 채권혼합형으로 출시하는데 투자되는 주식포트폴리오도 간판펀드의 포트폴리오와 같거나 유사하다. 따라서 펀드에 포함된 주식의 성과를 나타내는 트래킹을 분석하고 펀드매니저의 상담을 받은 후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참고로 배당주펀드를 채권혼합형펀드에 끼우면 앞의 신영고배당30 채권혼합형펀드와 같이 배당수익과 채권의 이자수익이 함께 변동성을 잡아주기 때문에 채권혼합형의 안정성을 보다 강화할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