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더 이상 단순한 기계덩어리가 아니다. 첨단 IT기술의 집약체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는 미래기술의 핵심 키워드다. 차는 고장없이 오래 탈 수 있고 안전해야 한다. 당연히 부품 하나하나에 대한 완벽한 품질 테스트가 필수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현대모비스 마북연구소의 여러 시설 중 2013년 새로 생긴 전장시험동 역할이 점점 커지는 배경이다.
지난 3일 현대모비스의 협조로 이곳의 주요시설을 둘러볼 수 있었다. 로비에서 완성차에 들어가는 여러 신기술에 대한 설명을 간략히 듣고 3층부터 내려오며 시설을 살폈다.
![]() |
연구소투어. /사진제공=현대모비스 |
◆첨단 기술의 산실
“지잉~지잉~틱틱~.” 커다란 투명상자 안에 들어있는 로봇 팔이 쉴 새 없이 내비게이션 스크린 이곳저곳을 누르기 바쁘다. 로봇 옆에 놓인 컴퓨터 모니터 화면엔 알아보기 어려운 코드들이 떠있고, 몇명 되지 않는 연구원들은 가끔씩 이를 분석할 뿐이다. 실험실 안쪽으로 들어가니 사람 머리 모양의 말하는 로봇이 AV시스템의 음성인식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사람보다 로봇이 많은 곳. 현대모비스 마북연구소 전장시험동 내 3충에 위치한 멀티미디어자동화평가실의 풍경이다.
이어 들른 2층 UX(User Experience) LAB은 분위기가 그동안 본 여느 연구소와는 확연히 달랐다. 입구엔 편안한 소파와 다양한 잡지들이 놓여있었고, 따뜻한 색조의 실험실 조명이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연구소라기보다 음악감상실에 가까운 분위기다.
설명을 맡은 연구원은 “이곳에선 운전자가 시뮬레이터를 통해 가상 주행 상황을 연출, 멀티미디어기기를 사용하는 운전자의 행동을 체크하고 최적 패턴을 연구한다”면서 “사람이 평가의 가장 중요한 요소고, 최대한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1층에 자리한 모터 다이나모미터 실험실은 에어컨디셔너를 켜놔서 서늘했다. 친환경차에 필수적인 구동 모터나 인버터에 대한 성능과 내구평가를 진행하기에 열이 많이 난다. 가감속에 따른 내구 강도를 검증하고 다양한 주행상황에서 발생하는 부하 변동, 온도 변화(냉열) 등의 내구성 등을 평가한다. 실험실 온도는 25도에 맞춰지며 125kW급의 소형부터 250kW급의 상용 제품까지 테스트 할 수 있다. 내구테스트는 최대 80일 동안 진행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전파무향실로 현대모비스의 큰 자랑거리 중 하나다. 자동차 내 각종 전장품들이 강한 전자파에 노출됐을 때 오작동 여부를 검증하는 곳이다. 최근 자동차가 점점 똑똑해지면서 첨단 센서들과 전자기기 탑재가 늘었고 기기들끼리 간섭이 생기는 문제도 함께 늘어나는 중이다. 이곳에선 전장품들 간의 전자파 간섭 현상을 미연에 방지하는 시험들이 진행된다. 실험실 바닥을 제외한 나머지 벽은 전자파를 분산시키는 카본소재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져 탁 트인 대지에서 실험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물론 실험실엔 전자파 위험 탓에 사람이 들어갈 수 없고 차가 들어가는 전파무향실은 다른 실험동에 설치됐다.
전장시험동 앞에선 쏘울 전기차의 원격 자동주차(Remote SPAS) 시연과 체험 순서가 이어졌다. 주차할 공간을 확인한 다음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스마트키 버튼을 누르자 차가 스스로 주차를 시작한다. 공간은 초음파 센서로 파악하고 조향과 변속, 제동까지 차가 알아서 한다. 차 크기에 추가로 80cm 공간만 있으면 된다. 반대로 주차장에서 리모컨을 이용해 차를 빼내는 것도 가능하다. 상용화되면 마트나 리조트 등에서 유용할 것 같다.
초음파센서는 강한 바람을 장애물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사람의 눈으로 확인하듯 카메라를 통한 주차공간 인식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SPAS Plus’는 초음파 센서와 함께 차 주변을 비춰주는 AVM(Around-View Monitoring)카메라가 작동해 차와 주차선을 인식한다. 옆에 차가 없어도 주차할 수 있다.
![]() |
전파무향실. /사진제공=현대모비스 |
![]() |
멀티미디어자동화평가실. /사진제공=현대모비스 |
◆미래차 핵심부품 전문기업 도약
“현재 센서기반의 자율주행과 통신기반(V2X)의 자율주행기술을 병행개발 중이에요. 지금은 선진업체와 기술격차가 있지만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점이 2020년 이후가 될 전망이니 이에 맞춰 고부가가치 핵심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입니다.”
정태영 지능형 차 연구소 책임연구원의 말이다. 요즘 현대모비스는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기술에 모든 역량을 쏟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2008년부터 현대모비스는 친환경차 핵심부품 개발전략을 세우고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에 들어가는 구동모터와 전력전자제어장치, 배터리 시스템 등을 개발했다. 올해 국산 최초 친환경전용모델로 출시된 현대차 아이오닉과 기아차 니로에도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구동모터 등 핵심부품이 장착됐다.
자율주행 구현에 꼭 필요한 차선이탈방지(LDWS), 차선유지보조(LKAS), 긴급자동제동(AEB), 지능형주차보조시스템(SPAS), 스마트크루즈컨트롤(SCC) 등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 기술은 이미 상용화됐다. 나아가 운전자가 개입하는 부분자율주행에서 완전자율주행으로 진화하는 데 필요한 고성능 융복합 센서와 고정밀맵 등 기술 고도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V2X(Vehicle to X) 통신 연계 시스템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이 시스템으로 내 차 주변의 모든 차와 보행자, 신호체계 등 주행상황을 실시간으로 탐지할 수 있다.
오는 10월이면 충남 서산에 약 109만7600㎡ 규모의 첨단 주행시험장이 완공된다. 14개 시험로와 부대시설이 들어서며 자율주행차 전용 시험로도 설치될 예정이어서 자율주행 신기술 개발과 실차평가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