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산층이 소비 주축세력으로 떠올랐다. 중산층 인구가 늘어나고 이들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소비패턴도 변했다. 이에 따라 산업 전반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전통적인 제조업 기반에서 벗어나 의료, 레저, 여행, 문화산업이 새로운 중국경제 동력으로 떠올랐다. 이 같은 변화는 증시에서도 나타났다. 중국증시를 이끌 새로운 주도주는 중국경제를 이끌 산업과 맥을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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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산층 증가, 변하는 소비패턴
중국 중산층 인구가 지난해 미국을 넘어섰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연소득 5만~50만달러(약 5700만~5억7000만원)인 중국 중산층 인구는 1억900만명을 기록하며 미국의 9200만명을 추월했다. 중국의 중산층 인구 증가세는 2000년 이후 미국보다 두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중산층 인구만 증가한 것은 아니다. 이들의 가처분소득이 늘면서 씀씀이도 커졌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중산층 소비수준은 매년 평균 17% 증가가 기대된다. 이에 따라 2020년에는 중국 민간소비의 절반이 넘는 55%가 이들의 소비에서 나올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가 늘면서 생존을 위한 소비가 아닌 여가, 문화생활, 건강 등을 위해 돈을 쓰는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중국의 엥겔지수 변화가 이를 말해준다. 2013년 중국의 엥겔지수는 도시와 농촌지역 모두 30%대를 기록했다. 1980년대 60%를 넘던 수준에서 급격하게 줄었다. 엥겔지수는 총 가계 지출액 중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엥겔지수가 낮을수록 필수 식생활에 쓰는 돈보다 여가에 지출하는 돈이 많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는 중국의 경제가 수출제조업 위주에서 내수소비 중심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경제 체질이 바뀌면서 중국증시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기존에 증시를 이끌던 주도주가 제조업, 철강 등에서 문화, 헬스케어 등의 업종으로 전환되는 추세다.
마주옥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11월 중국 정부는 건강, 양로, 여행, 스포츠, 문화, 교육 등을 아우르는 전면적인 서비스업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며 “중국의 경제성장은 이미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이동했고 이런 서비스업 활성화 방안은 경제의 안정적인 고성장을 지지해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 동방명주 : 드라마 인기에 ‘수혜’
최근 KBS2 TV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중국을 강타했다. 한류열풍이 뜨겁기도 했지만 드라마를 시청하는 중국 소비자가 늘어났기 때문에 인기를 끈 측면도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드라마제작시장은 한국시장의 약 5배 규모로 추산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중국 미디어산업은 앞으로 5년간 연평균 10~12%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중국 드라마 대부분은 외국에서 수입하는 드라마를 제외하고 제작사가 제작한 후 방송국에 판매하는 형태로 유통된다. 이에 따라 중국 최대 뉴미디어 사업자 동방미디어그룹의 핵심 자회사 ‘동방명주’가 증시에서 주목받는다. 1992년 설립된 동방명주는 IPTV, 온라인 및 모바일TV, 홈엔터테인먼트, 동영상 개발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특히 IPTV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70%를 기록하는 등의 안정성을 바탕으로 온라인 및 모바일TV에 적극 진출하는 중이다. 실적도 탄탄하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159억위안, 27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41.3%, 27.2% 증가했다. 모두 시장 전망치 평균을 웃도는 수준이다.
삼성증권 차이나센터는 “동방명주의 올해 예상 광고 수익이 40억위안으로 매출과 이익증가율이 모두 양호할 것”이라며 “디즈니랜드, 인터넷TV, 게임 및 클라우드 분야 진출 등에 힘입어 2017년까지 연평균 33%의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 복성제약 : 건강 챙기는 중국인 증가
중국 중산층의 소비여력이 늘어남에 따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각광받는 산업은 헬스케어다. 중국의 헬스케어산업 규모는 2020년까지 이어지는 ‘13차 5개년 계획’ 기간 동안 10조위안을 돌파할 전망이다. 리커창 총리도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의료서비스와 의약품 개혁을 공동 추진하기로 발표하는 등 헬스케어산업 개혁에 속도가 붙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중국 복성제약이 헬스케어·의약품업종 내에서 주목할 만한 종목이다. 복성제약은 상하이 최대의 의약품 제조판매기업으로 산하에 19개의 제약업체와 6개의 중대형 병원을 보유했다. 주요 제품인 간장병 치료제 ‘아토몰란’과 혈당 조절을 통한 당뇨병 치료제 ‘완수린’은 시장점유율 1위를 고수한다. 복성제약은 연매출 1억위안 이상의 약품을 2013년 15개에서 지난해 19개로 늘리며 시장을 넓혔다.
백승혜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올해 복성제약의 최대 사업 부문인 제약사업이 20% 이상 높은 성장으로 실적을 견인할 것”이라며 “지난해 악재로 급락을 경험했지만 부진한 사업 부문 매각과 경영진 안정화로 정상화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 시트립 : 여행과 함께 주가도 ‘훨훨’
여유가 생긴 중국인들의 관심은 여행으로 옮겨간다. ‘고속 성장’만을 외치던 중국이 선진화되며 주 5일제 근무를 보편적으로 시행했고 그에 따라 시간적 여유가 늘어난 점이 여행산업 성장에 일조했다. 또 장기연휴, 위안화 강세, 간소화된 비자신청 등에 힘입어 중국 여행산업은 지난해 매출액 4조위안을 달성했다.
여행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CTRIP)이 주목받는다. 씨트립은 지난해 5월 온라인 여행업계 3위인 이롱(eLong)의 지분 37.6%를 인수하고 이어 같은 해 10월 업계 2위 취날(Qunar)과도 합병했다. 이는 온라인 여행산업에서 씨트립의 지배력을 키우고 마케팅비를 줄여 이익개선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48% 증가했다.
장재영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여행산업의 온라인 침투율은 13%로 미국의 70%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스마트폰 보급 확대, 투명한 가격, 편리성, 다양한 상품 등의 강점 등으로 중국 여행시장 온라인화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