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열차사고와 장애로 코레일의 안전은 여전히 국민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사장 직속으로 안전관리 조직을 두고 안전 취약지를 신속하게 발굴·제거하는 안전 최우선 경영을 펼치겠다.”

홍순만 코레일 신임 사장이 지난 10일 취임식에서 한 말이다. 지난 3월 정치권으로 떠난 최연혜 전 사장의 뒤를 이어 코레일 사장직을 맡은 홍 사장은 궤도를 이탈하는 코레일을 바로잡아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았다.

/사진=머니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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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만이 살 길
홍 사장이 취임사에서 안전문제를 언급한 것은 코레일이 안전에서 큰 우려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게 지난 3월부터 한 달에 한번꼴로 열차 탈선사고가 발생했다. 3월11일 대전 대덕구 신탄진역 부근에서 화물열차가 선로를 벗어나 객차 운행이 12시간가량 전면 마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어 지난달 22일에는 전남 여수시 율촌면 율촌역 주변에서 무궁화호 열차가 탈선해 기관사 1명이 숨지고 부기관사 1명과 승객 7명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홍 사장의 취임식 바로 전날도 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 구내에서 열차 탈선사고가 발생했다. 회차 중인 차량이었기에 다친 사람은 없지만 많은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코레일의 사고가 반복되자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각층에서 비난의 화살이 솟구쳤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사고 직후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후진국형 철도 안전사고에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며 “철도 운영을 독점하는 코레일 조직 전반에 스며든 안전 불감증과 기강해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논평했다.

안전에 대한 우려가 횡횡한 가운데 취임한 홍 사장은 취임식을 하기도 전에 현장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9일 사장발령 소식을 접한 뒤 노량진역을 방문해 관련 본부장들로부터 현장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후 대전 코레일 사옥에서 열린 취임식을 ‘세계 최고의 철도안전 서비스 경영 다짐대회’라는 이름으로 대신했다.


◆ 쉽지 않은 흑자경영

안전뿐 아니라 경영성과를 내야 하는 점도 그에게 주어진 과제다. 코레일은 지난 2년 연속 1000억원대 흑자를 기록했지만 현재의 영업이익으로 누적 부채는 물론 이자비용조차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코레일의 한해 이자비용은 약 5000억원으로 영업이익의 5배에 달하는 상황이라 부채경감에 대한 압박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앞서 최 전 사장이 이룩한 ‘흑자경영’은 홍 사장에게 오히려 부담이다. 코레일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연속 영업흑자를 낸 데는 호남고속철도 등 KTX 수혜지역 확대와 자산매각 등에서 발생한 이익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기록한 당기순익은 공항철도매각차익과 법인세 환급·금융비용 감소 등으로 달성한 이례적인 흑자인 것으로 평가된다.

홍 사장이 부임한 현 시점에서부터는 어려운 일만 남았다. 알짜노선으로 평가받는 공항철도를 이미 매각해 수익성이 떨어진 데다 처분할 자산도 줄어 천문학적인 누적부채를 메꿀 대책이 전무해서다. 게다가 올해부터 운행을 시작할 수서발고속철도(SRT)와의 경쟁도 시작돼 주요 수입원인 KTX의 수익률 감소가 불가피하다.

철도 인프라에 대해 SRT의 운영회사인 SR로부터 임대료를 받기 때문에 새로운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자칫 과도한 임대료로 SR까지 함께 적자의 늪으로 빠져버릴 가능성도 있다.

◆ ‘낙하산’ 우려는 없나

홍 사장이 최종 선임되기까지 코레일 새 사장 선임과정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끈 것은 ‘낙하산’ 여부다. 그도 그럴 것이 ‘코레일 사장’ 자리는 대표적인 정치권 낙하산 인사의 자리로 여겨져왔다. 그리고 안전부터 경영난까지 코레일을 둘러싼 많은 문제의 근원이 이런 인사로부터 기인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05년 출범 이후 코레일 사장은 초대 신광순 사장을 제외하고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2대 이철, 3대 강경호, 4대 허준영, 5대 정창영 사장 등은 모두 전직 정치인·비철도 분야 행정관료 출신으로 정치적 배려 차원에서 사장 자리에 내려왔다고 평가받는다. 최연혜 전 사장의 경우 철도 관련 경력이 있지만 19대 총선 낙선 후 코레일 사장직에 내려앉은 터라 낙하산이란 비판을 피하진 못했다.

홍 사장은 이런 논란에서는 다소 벗어난 듯하다. 23회 행정고시 출신인 그는 옛 건설교통부에서 철도국장과 국토해양부 교통정책실장을 지냈고 2014년까지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 등을 역임한 철도교통 전문가이며 정치권에 욕심을 내는 듯한 행보도 아직 보이지 않는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으로 평가받는 유정복 인천시장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논란의 여지는 있다. 게다가 인천시경제부시장직을 책임감 없이 물러난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존재한다. 홍 사장은 코레일 사장 공모에 참여하기 이전 대학 동문이자 행시 동기인 유 시장의 추천으로 부시장직을 맡았다. 이후 코레일 사장직에 지원하기 위해 시 예산과 경제, 산업 등을 총괄하는 막중한 책임을 가진 자리를 8개월만에 사퇴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홍 전 부시장이 국토부 고위관료 출신이라 시의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 정부와 조율에 힘써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떠나버렸다”며 “만약 코레일 사장직보다 더 구미가 당기는 자리가 있다면 또 그렇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 홍순만 사장 프로필
▶1956년생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1979년 제23회 행정고시 합격 ▶건설교통부 고속철도과장 ▶건설교통부 철도 국장 ▶국토해양부 교통정책실장 ▶2011년 제6대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원장 ▶2015년 8월 인천광역시 경제부시장 ▶2016년5월~ 한국철도공사 사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