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하는 한국전력 주가에 제동이 걸릴까. 최근 SMP(전력도매가격)가 폭락하면서 투자자의 관심이 한전에 집중된다. 전력소비가 많은 대기업이 전력 직접구매제도를 이용해 직접 전기를 살 경우 한전은 그만큼 손실을 입어 주가하락을 피하기 어려워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한전이 마주한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낮게 본다. 오히려 올해 한전의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처럼 한전을 둘러싼 우려와 안도가 혼재하는 현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매수와 매도 중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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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나주 신사옥. /사진제공=한국전력 |
◆SMP 폭락에 한전주 ‘주춤’
전력 직접구매제도는 전력사용용량이 3만kVA(킬로볼트암페어) 이상인 대규모 전기소비자가 한전을 거치지 않고 시장가격에 전기를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제도다. 이 제도가 시행된 2003년부터 현재까지 산업용 전기요금은 79% 인상됐다. 하지만 최근 시장가격을 결정짓는 SMP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전력 직접구매제도의 유용성이 부각됐다. 대량소비자들은 직접 전기를 사는 게 한전을 통하는 것보다 더 유리하지 않을까 의문을 갖는다.
한전에 따르면 대량구매자가 이 제도를 이용할 경우 SMP에 kWh(킬로와트시)당 약 20원을 더한 가격이 시장가격이 된다. 이를 토대로 올해 초부터 지난 5월20일까지의 평균 SMP가 83원/kWh인 것을 고려해 단순계산하면 kWh당 103원 정도의 가격이 형성된다. 심지어 지난 5월 초 SMP가 60원/kWh대까지 폭락했던 것을 감안하면 시장가격은 더 떨어진다. 지난해 평균 산업용 전기요금이 107원/kWh인 것과 비교했을 때 대량 수요자들이 이 제도 선택을 고민할 만하다.
공교롭게도 전력 직접구매제도가 이슈화된 시기에 한전의 주가도 흔들렸다. 대기업들이 한전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전기를 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시점은 지난 5월10일이다. 같은 달 9일 한전 종가는 6만2800원으로 수년 동안 이어진 상승세를 타고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하지만 10일부터 주가는 하락했다. 5월24일 5만8600원까지 떨어지며 2주 만에 4200원(6.69%)이나 밀렸다.
◆직접구매, 너무 큰 ‘리스크’
하지만 시장은 지난 5월25일과 26일 한전 주가가 다시 상승세를 타며 각각 6만1800원, 6만2200원까지 회복한 점에 주목한다. 지금껏 대기업 전력 직접구매제도를 선택하는 민간기업체가 없었다는 점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전력사용용량이 3만kVA 이상인 고객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461개다. 이 제도가 시행된 이후 전력시장에서 전기를 직접 구매한 업체는 한군데도 없었다. 시장에서 직접 사는 가격(SMP+부대비용)보다 한전을 통해 정부가 승인한 전기요금으로 구입하는 것이 훨씬 저렴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민간기업체의 선택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한전의 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특히 대기업들이 이 제도를 선택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관측된다. 전력 직접구매제도를 선택했을 경우 1년 동안 한전과 다시 거래할 수 없다는 점도 대기업의 판단을 더 신중하게 만든다.
결국 이 제도를 이용하려면 앞으로 1년 동안 시장가격이 한전에서 사는 것보다 낮아야 한다. SMP는 전력수급여건, 원/달러 환율, LNG 수입가격의 함수다. 전력수급여건은 앞으로 몇년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돼 SMP 하락을 이끌 수 있다. 전력구매자 입장에서는 꽤 희소식이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과 LNG 수입가격 전망에 대한 현재 시장예상치가 ‘점진적 우상향’이라는 점은 전력 직접구매제도 선택을 어렵게 만든다.
올해 평균 83원/kWh인 SMP가 5%(4원) 이상 오르면 이 제도를 선택한 대기업이 손해를 보는 꼴이 된다. 대기업의 전문경영인들이 전기요금을 아끼겠다는 이유로 시시각각 크게 변하는 SMP를 예측해 이 제도를 선택하는 건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얘기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MP는 날씨가 많이 덥거나 추워도 상승하고 원전 등 기저발전이 불시에 고장 나도 올라간다”며 “대기업들이 이를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슈 배경에 관심 갖고 투자
시장에서는 대기업의 전력 직접구매제도 선택 가능성 못지않게 이 이슈가 상세히 다뤄지는 이유에도 관심이 높다. 현재까지 크게 두가지 관점에서 이런 이슈가 제기됐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국민의 전력산업 인식수준 향상으로 독점산업 민영화와 경쟁도입을 언급하는 시각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정부가 산업계 등 이해관계자의 요금인하 요구를 나 몰라라 할 수만은 없다는 점이다.
최근 전기·가스업종에 이슈가 되는 것들은 대부분 유사한 흐름을 지녔다. 새롭게 제기된 것은 거의 없고 대부분 과거에 검토된 바 있으나 중단된 내용들이다. 에너지공기업의 대주주가 정부인 만큼 어떤 계기로든 정부가 생각하는 새로운 정책들이 시도될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지만 시행 여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윤 애널리스트는 “요금산정의 투명성 제고나 할인요인 축소 등 막연하게 접근해 투자해서는 안된다”며 “구체적으로 과거 사례를 하나하나 되짚어보고 가능성과 영향을 분석한 뒤 투자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그는 “한전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이익전망이 좋고 중·장기적으로는 앞으로 열어갈 에너지신산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크다”며 “한전이 주도하는 에너지신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이 제시되면서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