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일베 조형물이 부서져 있다. /사진=뉴시스
홍대 일베 조형물이 부서져 있다. /사진=뉴시스

홍대 ‘일베 조형물’ 파손 사건으로 여론이 뜨거워지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극우성향의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에 대한 정치적 항의의 표시로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오늘(1일) 오전 홍익대 학생이 야외전시 과제물로 제작한 ‘일베’ 상징 손가락 조형물이 파손되는 일이 있었다. 어제(5월31일) 전시가 시작되자마자 계란세례를 받는 등 학교 안팎의 논란이 이어진 가운데 결국 작품을 훼손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조형물을 만든 학생은 “사회에 만연하지만 실체가 없는 일베를 보여줌으로써 논란과 논쟁을 벌이는 것이 작품 의도”라고 밝히며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줄 것을 요청했다.


작품을 훼손한 이들 역시 홍익대 학생들로 확인됐으며 이들은 온라인을 통해 자신들의 행동을 직접 알리기도 했다. 이들은 조형물 파손이 ‘계획되고 의도된 행동’이었다며 법적 책임 역시 질 것이라 밝혔다. 이들은 현재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3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사진작가 올리비에 시아파의 야외전시에서 일부 사진들이 훼손돼 있다. /사진=작가 SNS
2013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사진작가 올리비에 시아파의 야외전시에서 일부 사진들이 훼손돼 있다. /사진=작가 SNS

해외에서도 항의의 표시로 예술작품을 파손하는 일은 심심찮게 벌어진다. 지난 2013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사진작가 올리비에 시아파(Olivier Ciappa)의 사진전에서 일부 사진들이 훼손되는 일이 있었다. 이 사진전에는 동성결혼의 이미지를 재고하기 위해 유명인들을 모델로 동성애 커플이나 동성혼 가족의 모습을 연출한 사진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이들이 이에 항의하기 위해 작품들을 훼손한 것이다.
러시아에서도 예술인이 정치적 항의의 의미로 공공장소를 훼손해 체포된 일이 있다. 자신의 입을 꿰매는 등의 극단적인 퍼포먼스로 이름을 알린 행위예술가 표트르 파블렌스키는 지난해 12월 옛 국가안보위원회(KGB, 현 연방보안국)건물 입구에 불을 질러 소셜미디어에 공개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파블렌스키는 당시 러시아의 공안통치에 항의하기 위해 이같은 일을 벌였다고 밝혔다. 화재는 건물로 번지지 않고 진화됐지만 파블렌스키는 이 일로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처럼 충동적인 파괴행위가 아니라 ‘정치적 목적의 기물파손(political vadalism)’ 행위는 예술뿐만 아니라 선거, 정치캠페인, 환경운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다. 대개는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지만 극단적인 방식으로 자신들의 의도를 알리려 하기 때문에 미디어의 집중조명을 받게 된다. 이번 홍대 일베 조형물 파손 사건도 한동안 논쟁과 관심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