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볼보자동차의 플래그십은 세단 S80과 SUV XC90이었다. 둘 다 완전변경모델 투입 타이밍이 한참 지났다는 평을 받았다. 회사의 주인이 바뀌며 신모델 개발이 늦어진 탓이다.

최근 볼보는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을 위해 XC90의 완전변경모델을 소개했다.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우리나라에도 지난 3월 초에 소개돼 큰 관심을 모았다. 그럼에도 세계적 물량부족으로 도로에 돌아다니는 차를 찾아볼 수가 없다.

현재 볼보자동차의 연간 총 생산량은 50만대 규모다. 그런데 XC90의 밀린 주문량은 무려 4만대다. 갑자기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려고 밤낮으로 일해도 손이 모자라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우리나라에 이 차를 들여오는 데 시간이 더 필요했다.

지난달 31일 볼보자동차코리아는 하반기 공식 출시에 앞서 인천 영종도에서 시승행사를 마련했다. 5가지 컬러의 3가지 트림, 3가지 엔진을 갖춘 XC90 12대를 스웨덴에서 비행기로 공수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는 “XC90엔 모든 트림에 안전장비가 기본 탑재된다”면서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즐겁고 편안히 여행하는 마음으로 시승을 즐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볼보자동차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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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디시 럭셔리의 표현방법

겉모양은 단정하면서 고급스럽다. 전통적인 볼보자동차의 선을 유지하면서 현대적인 감각을 덧씌웠다. 프론트 그릴은 세로형으로 만들어 웅장함을 더했다. 새로운 아이언마크도 처음 적용됐다.

전면 디자인에선 T자형 주간주행등이 핵심이다.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토르의 망치’(Thor Hammer)라는 애칭으로 유명하다. 앞으로 볼보자동차는 이 회사만의 시그니처 포인트로 T자형 주간주행등을 활용할 예정이다. 멀리서 봐도 볼보차임을 알게 하려는 의도다.

옆모양은 큼지막한 휠이 핵심이다. 20인치가 기본이고 타이어 규격도 275/45R20이나 된다. 땅에 닿는 면적이 넓고 휠과 노면 사이 타이어 두께가 얇아서 동력을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 R디자인 트림은 22인치(275/35R22)다.

뒷모양은 안정적인 정삼각형 구조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넓어진다. 바퀴를 최대한 차체 바깥으로 이동시켜 주행성능을 높이면서 실내공간을 확보했다. 시각적 안정감은 덤이다. LED테일램프는 차체와 잘 어우러지는 모양새다.

인테리어는 편안함과 우아함이 핵심이다. 물리적인 버튼을 줄이고 커다란 터치스크린 속으로 기능을 통합했다. 태블릿PC를 쓰듯 화면을 좌우로 움직일 수 있고 터치도 잘 된다. 스마트키는 인테리어와 같은 플레이트를 적용할 수 있도록 재미 요소를 만들었다.

특히 이날 시승한 T6 AWD 인스크립션 트림은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한 여러 품목이 추가돼 타는 내내 기능을 익히느라 바빴지만 이와 비교하면 기본 트림인 D5 AWD 모멘텀은 구성이 다소 평범한 편이다.

/사진제공=볼보자동차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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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고 강한 가속, 편한 핸들링 '매력적'

T6 AWD 인스크립션 모델을 먼저 탔다. 배기량 1969cc의 가솔린 직렬4기통엔진은 수퍼차저와 터보차저가 결합해 최고출력 320마력(@5700rpm), 최대 40.8kg·m(@2299~5400rpm)의 토크를 뿜어낸다. 엔진 배기량이 적음에도 과급기를 통해 힘을 조절했다. 터보랙을 줄이려는 노력은 필수다. 낮은 속도에서는 저압 수퍼차저가, 고속에서는 고압 터보차저가 엔진 폭발력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경쾌하게 앞으로 치고 나간다. 무게가 2165kg이나 되지만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6.5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멈춰서거나 운전대를 꺾을 땐 무게와 높이를 고려하는 게 좋다.

길이가 5m에 육박하는 큰 덩치를 단숨에 멈출 경우 차에 탄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낀다. 급제동 상황에선 얘기가 다르지만 볼보차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대체로 부드럽게 자세를 유지하며 안전하게 멈추려는 성향을 보인다. 핸들링은 여유롭다. 일반적인 SUV처럼 흐느적거리지 않으면서 적당히 탄탄하다.

이어 탄 건 D5 AWD 모멘텀 모델이다. 배기량 1969cc의 직렬4기통 트윈터보 디젤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235마력(@4000rpm), 최대토크 48.9kg·m(@1750~2250rpm)의 성능을 자랑한다. D5 모델엔 T6모델의 수퍼차저 역할을 대신하는 ‘파워펄스’가 탑재됐다. 1단과 2단 기어 2000rpm 이하에서 작동하는 작은 컴프레서로 공기를 압축해 터보차저 작동 전까지 엔진에 공기를 불어넣는다. 다운사이징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큰 배기량의 퍼포먼스를 느낄 수 있도록 한 기술이다.

변속기는 두 모델 모두 8단 자동 기어트로닉이다. 가속할 때 변속충격이 거의 없다. 특히 가솔린 엔진은 엔진 회전수(rpm)를 디젤 엔진보다 자유롭게 쓸 수 있어 8단변속기가 훨씬 잘 어울린다.

/사진제공=볼보자동차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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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위한 차, 볼보

‘안전의 볼보’라는 말처럼 XC90도 첨단안전장비를 대거 기본 탑재했다. 보행자와 자전거, 대형 동물을 감지하는 건 물론 교차로에서 가로질러오는 다른 차와 충돌이 예상되면 스스로 멈춰 설 수 있다.

여기에 더욱 진화한 준 자율주행 ‘파일럿 어시스트2’ 기능은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ACC)과 차선유지장치(LKA) 기술이 결합됐다. 파일럿 어시스트1에선 차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데 집중했지만 2에선 차선 가운데로 달릴 수 있도록 하는 점이 다르다. 시속 140㎞까지 차가 스스로 조향에 관여하며 최대 24초를 넘기면 안전상 이유로 시스템이 꺼진다.

운전자를 보조하는 첨단기능은 운전자 피로를 줄인다는 데 의의가 있다. 차가 운전자를 보조하는 만큼 먼 거리를 달릴 때 차에 함께 탄 사람들과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소통할 수 있다. 또 졸음운전으로 인한 대형사고를 미리 막을 수도 있다.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핵심은 '인체공학'(Ergonomic)이다. 철저히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단순한 치장에 그치지 않고 ‘실제 기능성도 충분히 갖춰야 한다’는 전제가 깔렸다. 그래서 오래 써도 질리지 않고 편안함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스웨덴이 고향인 볼보자동차에서도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제2의 생활공간인 자동차의 편안함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버튼 크기, 내장재의 소재나 형태, 손이 닿고 시선이 머무는 곳 모두 ‘편안함’에 신경 썼다. ‘안전’을 추구하는 이 회사의 철학도 사람을 우선시하는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런 면에서 볼보자동차가 추구하는 철학을 모두 담아낸, 가장 볼보다운 차가 XC90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 나올 신차들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진 이유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