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가 되면 슬슬 퇴직을 준비한다. 계절로 따지면 초겨울이다. 60대가 되면 본격 한파가 시작된다. 게다가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로 낮추면서 제로금리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노후자금 마련을 위한 투자처 찾기가 마땅찮은 상황이다.
회사와 가족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정작 자신의 은퇴준비는 하지 못한 5060세대의 고민을 직접 듣고 자산관리전략을 재구성하기 위해 시중은행 PB(프라이빗뱅커)들이 나섰다.
◆은퇴 앞두고 노후자금 마련 어려운 '50대'
Q. 저는 서울에 사는 50대 직장인입니다. 슬하에 대학생 딸과 아들이 있고 아내는 전업주부입니다. 저희 가족이 사는 집은 시세 8억원인 아파트입니다. 제 연소득은 1억원(세후 약 8000만원)으로 매달 670만원가량인데 여기서 저희 가족 한달 생활비 300만원, 매달 부모님께 드리는 생활비 30만원, 두 자녀 학비(연간 1600만원)까지 내면 남는 게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부모님 의료비까지 연간 2000만원 이상 나가고요. 매달 각종보험료도 50만원(종신·암·변액연금보험 등)가량 납입합니다. 지난해에는 5000만원을 주식형펀드에 투자했는데 4800만원까지 떨어진 상태입니다. 유일한 여유자금마저 수익률이 저조해 걱정이 많습니다. 돈을 빼서 다른 곳에 투자할 생각인데 방법을 가르쳐 주세요.
A. (김영웅 신한PWM 목동센터 팀장) : 우리나라 50대 직장인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고민이다. 결혼 후 열심히 벌어서 집 하나 장만하고 숨 좀 돌리려니 앞으로가 더 문제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계획적인 플랜을 세운다면 안정적인 노후를 맞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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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상황 점검부터= 의뢰인의 월 소득은 670만원으로 필요한 자금을 공제하면 매월 약 10만원이 부족하다. 부족한 금액은 상여금으로 메울 수 있다. 얼핏 보면 은퇴에 대한 준비가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재 소득수준을 감안했을 때 2억5000만원가량의 퇴직금(입사 후 퇴직금 정산을 받은 적이 없을 경우)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은퇴 후 퇴직연금으로 매월 100만원 정도의 금액과 65세 이후 매월 100만원의 국민연금을 수령한다면 총 200만원의 현금을 쓸 수 있다.
▷주택연금으로 유동성 확보= 월 200만원이 생활비로 부족하다면 소유한 아파트를 주택연금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편이다. 시세 8억원의 아파트를 종신형 주택연금에 가입해 65세부터 연금을 받는다면 매월 216만원 정도의 자금이 추가로 마련된다. 따라서 월 416만원가량의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
▷일임형ISA 활용= 주식형펀드에 투자한 금액은 반등시기에 환매해 분산투자하는 것이 좋다. 은퇴시기가 다가오는 만큼 한번이라도 투자손실이 크게 나면 회복할 시간이 담보되지 않아서다. 5000만원을 ▲전세계 모든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글로벌자산배분펀드에 2000만원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형 자산에 투자하고 공모주에 투자해 ‘+α’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공모주펀드에 1000만원 ▲금융기관에서 전문가가 운용해 자산관리를 맡아주는 일임형 ISA에 2000만원 등으로 나눠 투자할 것을 권한다.
◆은퇴 후 소요자금 많은 '60대'
Q. 저는 외국계 회사를 퇴직한 후 아내와 노후를 보내고 있습니다. 첫째 아들은 결혼 후 출가했고 둘째 아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현재 거주하는 아파트(40평)는 시세 10억5000만원 수준이고 서울에 시세 6억원짜리 30평형 아파트 한채를 더 보유하고 있습니다. 30평 아파트는 전세보증금 4억원을 받아 임대 중입니다. 재직하던 때 가입해둔 퇴직연금(2억5000만원), 개인연금저축(6000만원)이 있고 예·적금 상품에는 2억원가량 쌓아둔 상태입니다. 지금처럼 초저금리시기엔 어떻게 자산을 관리하는 게 좋을까요.
A. (손정필 신한PWM도곡센터 차장) : 은퇴 전 생활비의 70% 정도를 준비하길 권한다. 은퇴 전 매달 생활비로 500만원가량 썼으니 은퇴 후 월 생활비는 350만원을 목표로 자산을 구성해보자.
▷국민연금 수령시기 늦추기= 65세부터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연기연금제도’를 신청해 연금 수령시기를 늦출 것을 권한다. 수령시기를 늦추면 1년마다 약 7.2%씩 연금액이 늘어난다. 지금과 같은 초저금리시대에 7.2%의 수익률은 상당한 고수익이다. 다만 국민연금 수령시기를 늦추면 국민연금 수령 시까지 월 소득을 추가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부동산 처분 후 리츠·펀드 투자 고려= 보유한 전체 자산 중 현금흐름이 없는 부동산 비중이 71%를 차지한다. 3인 가족이 40평대 넓은 집에서 생활하는데 이 아파트를 처분하고 30평대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이 어떨까. 40평 아파트를 처분한다면 현금 6억5000만원(보증금 4억원 차감)을 확보할 수 있다.
6억5000만원 중 3억원으로는 오피스텔이나 간접투자상품인 부동산펀드, 리츠(부동산투자신탁) 등 수익형부동산에 투자할 것을 추천한다. 이 중 오피스텔 등에 직접 투자할 경우 공실 리스크를 감안해야 한다. 반면 부동산에 간접투자하는 부동산펀드나 리츠는 직접 매매보다 비교적 안정적이면서 수익률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부동산리츠에 3억원을 투자했을 때 수익률이 6%라고 가정하면 매월 150만원의 현금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ELS 투자 및 5년간 쓸 가교연금 계획= 월지급식 지수형 ELS(주가연계파생결합증권) 상품도 눈여겨보라. 보통 펀드는 지수가 상승해야 수익이 발생하지만 지수형 ELS는 기초자산이 되는 3대 지수(국내·홍콩·유럽지수)가 반토막 나지 않으면 연 5~6%의 이자를 매월 받아 생활비로 활용할 수 있다. 또 만기에 손실이 나더라도 매월 수령한 이자로 손실률을 줄일 수 있다. 나머지 3억원을 월지급식 지수형 ELS에 투자한다면 수익률이 연 5.4%(월 약 0.45%)라고 가정했을 때 매월 135만원씩 받을 수 있다.
가입해둔 개인연금저축은 국민연금이 나오기까지의 소득공백기 5년 동안 매월 100만원씩 가교연금으로 활용할 수 있어 은퇴 크레바스(빙하가 갈라져 생긴 좁고 깊은 틈)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65세 이후에는 국민연금(매월 100만원)으로 대체 수령하고 퇴직연금으로 80세 이후 간병비 등 의료비 지출이 급증할 때를 대비할 수 있다. 퇴직연금을 80세 이후 수령하면 비교적 적은 소득세가 부과돼 절세를 누릴 수 있다. 과세비율은 연금수령 나이별로 다른데 70세 미만일 경우 5.5%, 80세 미만은 4.4%, 80세 이후에는 3.3%가 부과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