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규모 338조원, 국내은행 자산 1순위로 올라선 KEB하나은행이 지난 13일 전산 통합작업을 마치고 ‘원(ONE)뱅크’로 새 출발을 선언했다. KEB하나은행의 전산통합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두 은행의 외형적인 통합을 완료한 동시에 하나·외환 직원들의 화학적 통합을 알리는 신호탄이 터졌기 때문이다.

물론 그 중심엔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자리한다. 함 행장은 직원의 교차발령과 점포통폐합을 통해 조만간 화학적 통합도 추진할 방침이다.


/사진제공=KEB하나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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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동일지역 내 근접 중복점포 47개를 통폐합한다. 두 은행의 강점인 자산관리업무와 외국환 및 수출입업무의 경쟁력 상호공유로 수익증대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 동일 서양식 사용 및 통합구매, 통합물류 등을 통해 3년간 약 3000억원 규모의 중복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본다.
전산통합 준비기간 동안 잠시 보류됐던 온라인 전용상품 출시와 비대면채널의 영업경쟁력 강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글로벌 비대면채널의 확산도 가속화한다. 올해 중국 현지법인 2개,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의 6개 지점을 추가로 개설할 예정이며 멕시코사무소의 현지법인 전환, 인도 구르가온지점 개설, 필리핀 저축은행 인수 등도 박차를 가한다.


함영주 은행장은 “전산통합으로 두 은행의 시너지를 본격화하고 영업경쟁력을 강화해 외형뿐만 아니라 내실을 갖춘 진정한 리딩뱅크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통합은행 리더십 입증… 계좌이동제 1위


함 행장은 이번 전산통합으로 통합은행장의 리더십을 입증했다. 또 최근엔 하나금융의 사내이사와 부회장직까지 겸직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나금융은 앞서 지난 3월 부회장 겸직제도를 없앴으나 1년 만에 제도를 재조정하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며 함 행장을 이사직에 앉혔다.


이는 탁월한 영업실적이 뒷받침했다. 함 행장은 하나은행 충정지역 사업본부에서 탁월한 영업실적을 거뒀으며 올해도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방침이다.

지금까지 성적도 좋다. 주거래은행을 갈아탈 수 있는 계좌이동제 서비스 부문에서 우수한 성과를 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30일부터 올해 6월3일까지 7개월 동안 경쟁은행에서 KEB하나은행으로 자동이체를 바꾼 건수는 28만건으로 전체 은행에서 1위를 차지했다. 행복노하우 주거래 우대통장은 지난 2일 기준으로 258만2000좌, 판매실적 4조508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KEB하나은행 측은 “계좌이동서비스 도입을 위해 지난해 4월 전담반을 구성했으며 올 1월에는 ‘손님관리지원부’를 신설해 주거래계좌 1위 실적을 거뒀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머니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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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 다른 노조의 통합, 올해 마침표 찍을까
그러나 함 행장과 KEB하나은행이 선전을 지속하기 위해선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가장 큰 난제는 출신이 다른 두 노조의 통합이다.

외환은행 직원의 평균 연봉은 하나은행보다 700만원가량 높다. 한국은행 외환사업부에서 떨어져 나온 외환은행은 일반 시중은행인 하나은행보다 연봉이 높아 두 은행의 직원들이 교차발령 후 불만을 표출할 가능성이 높다. 전산통합으로 직원들의 교차발령이 이뤄지면 하나·외환은행 직원들이 한 지점에서 일하는데 동료직원 간 연봉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9월 통합 당시 2년간 인사·연봉을 투트랙으로 유지하기로 합의해 노조를 통합하기 전에는 연봉과 직급체계를 일원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함 행장도 노조 통합을 숙원사업으로 꼽는다. 올 초 신년 인사회에서도 “복수노조가 하나로 합쳐져야 진정한 통합을 이룰 수 있다”며 “올해 안에 노조통합을 마무리해 내년부터는 하나의 직급·임금 테이블로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프로필 ▲1956년 충남 부여 ▲강경상업고 ▲단국대 회계학 ▲서울은행 입행 ▲서울은행 기업분석부 조사역 ▲서울은행 수지지점 지점장 ▲하나은행 분당중앙지점 지점장 ▲하나은행 가계영업추진부 부장 ▲하나은행 남부지역본부 본부장 ▲하나은행 부행장보 ▲하나은행 부행장(충청영업그룹 대표) ▲KEB하나은행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