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여명이 적어낸 예측 값 평균은 1197파운드였다. 실제 참값은 1198파운드. 눈대중으로 황소 무게를 예측하는 부정확한 방법이었지만 여러명의 예측을 하나로 모으면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런 현상을 보통 ‘집단지성’이라 부른다. 나는 요새 ‘함께지성’으로 바꿔 부르자고 사람들에게 얘기한다. 여럿의 참여로 만들어지는 함께지성.
함께지성의 다른 예가 바로 주식시장이다. 미국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 직후 공중에서 폭발해 모든 탑승원이 사망한 불행한 사건이 있었다. 챌린저호의 폭발은 과학적인 설명이 가능한 어떤 원인으로 발생한 참사다. 우주왕복선을 구성하는 수많은 정밀 부품 중 하나가 문제를 일으켰을 수도, 여러 부품의 유기적인 관계를 조정하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다.
어쨌든 끝까지 그 원인을 추적하면 결국 우주왕복선의 제작과 작동에 관계된 기업 중 하나가 폭발의 원인을 제공했을 수 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죄를 뒤집어씌울 희생양을 찾기 위함이 아니다. 앞으로 벌어질지도 모를 또 다른 참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재앙 뒤의 철저한 조사는 꼭 필요하다.
챌린저호 참사 후 수개월의 조사로 문제의 원인이 된 부품을 생산한 기업이 밝혀질 때까지 그 회사의 주식을 계속 갖고 있다가는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수많은 주식시장 참여자는 각자 최선을 다해 어떤 회사가 문제의 원인이었는지 예측하려 애쓴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문제의 원인이라 생각한 회사의 주식은 매도세가 커질 것이다.
결국 이 주식은 다른 관련 기업보다 더 큰 폭으로 주가가 떨어진다. 그날 한 회사의 주식은 한 시간에 6%, 폐장 때까지 12%가 폭락했다. 조사위원회의 활동으로 참사 당일 주가가 폭락한 바로 그 회사의 부품이 문제였다는 것이 수개월 뒤에 명백하게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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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의 조사가 진행되기 훨씬 전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한 주식시장 참여자의 예측이 한데 모였다. 이들은 문제의 원인을 제공한 회사를 한참 전에 함께 알아냈다. 주식시장 참여자들은 불확실한 미래까지 고려해 현재의 각 기업의 가치를 '함께지성'으로 추정해낸다. 주식시장이 항상 정답을 주진 않지만 '함께지성'은 기업의 가치를 계산하는 계산기와 같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