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처럼 가격 급등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꾸준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버블 붕괴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대출금을 갚지 못해 집을 차압당했고 집주인에서 세입자로 바뀌었다. 이런 상황에서 집값 상승이 이어지면서 주택이 소득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주범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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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 빈익빈 부익부 갈수록 심화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이 집주인에게만 유리한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집값은 꾸준히 오르고 임대료 또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모기지론 상환 부담도 줄었다.
반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내집 마련의 꿈이 점점 더 멀어졌다. 월급이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임대료 상승률이 더 가팔라 저축을 하기 힘든 상황이 이어져서다.
미국 최대 부동산 정보제공업체인 질로우의 스벤야 구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상황이 좋지 않다”며 “당신은 집을 보유할 기회를 차단당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이들이 월급을 생활비로 다 쓰고 있어 집을 살 여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세입자들은 약 800만명 증가했다. 이에 따라 자가 주택 보유 비율은 63.5%로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최근 조 패비 부부는 캐롤라이나 남부의 침실 1개짜리 아파트로 이주했다. 하지만 피츠버그에서 살던 침실 3개짜리 주택보다 더 많은 월세를 낸다. 이 때문에 집을 장만하기 위해 저축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심지어 월세가 더 오르면서 이들은 더 한적한 교외로 이사를 가기로 했다. 학자금 대출 상환에다 내집 마련을 위해 저축을 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집주인들은 호시절을 누리고 있다. 모기지 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부담이 크게 줄었다. 2006년 이후 미국 주택소유자들의 연간 평균 모기지 비용은 1492달러 감소했다.
◆ 세입자로 돌아선 '엑스세대'
내집을 장만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생애 첫 주택구매자들의 구매비용(연간)은 평균 8만4559달러에 이른다. 반면 가계의 연간 평균 소득은 7만5037달러에 그치고 있다. 이 격차는 15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바꿔 말하면 내집을 마련하기가 15년 만에 가장 어려운 시기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렌트 수요는 증가했고 집을 처음으로 장만하는 연령도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세전 수입의 30% 이상을 주택비용으로 지출하는 경우 부담이 지나치다고 지적한다. 지난 10년간 수입의 30% 이상을 주택비용으로 지출한 미국인은 2억1200만명에 이른다. 현재 전체 세입자의 절반이 이 같은 주택비용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1960년 24%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아진 셈이다.
특히 부동산 버블이 심했던 올랜도와 라스베이거스, 탬파 지역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부동산 거품이 붕괴된 이후 투자자들은 이들 지역에서 주택을 대거 매입했다. 물론 가격을 대폭 후려쳤다. 하버드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새로운 세입자의 대부분은 35~51세의 엑스세대였다. 이들은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 세입자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 중서부 지역은 주택소유에 큰 변화가 발견되지 않았다. 자가주택 보유 비율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 미니에폴리스와 세인트루이스, 캔자스, 미주리의 경우 주택소유 비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됐고 가격도 안정적이었다.
주택 버블이 생기기 이전과 버블 시기에는 싼 가격으로 교외 지역을 매입해 학교와 주택, 쇼핑몰로 개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따라 주택소유비율도 계속 높아졌다. 하지만 지금은 금융회사에 집을 차압당한 이들이 세입자로 살고 있다.
올랜도가 이같은 사례의 대표지역이다. 아폽카 인근의 피드몬트 파크는 지난 5년간 집주인들이 세입자로 대거 전락했다. 과거에는 10곳 가운데 1곳 정도만 세입자가 살고 있었지만 지금은 3곳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 집들은 대부분 월가의 투자회사들이 소유하고 있다.
부동산 버블의 잔재는 라스베이거스에도 남아 있다. 이 지역은 2006년 대출을 받아 집을 짓는 개발 붐이 일어났고 상당수가 금융회사에 압류를 당했다.
여전히 수천 가구의 집들이 금융회사에 압류된 상태지만 인구 증가로 인해 주택가격은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라스베이거스의 세입자 비율은 10년전 40%에도 못 미쳤지만 지금은 절반에 이르고 있다.
◆ 밀레니얼, 부동산 가격 상승 직격탄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든 밀레니얼이 늘어난 것도 부동산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이다. 이들은 보스턴과 샌디에고, 워싱턴 등 일자리가 풍부한 곳으로 모여들고 있고 높은 주거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과거에는 이들이 가장 주택을 활발하게 구매했지만 지금은 주택구매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
워싱턴의 경우 지난 10년간 35세 이하의 대학 졸업생은 50% 이상 증가해 1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작은 식당과 체육관 등을 매입해 주거공간을 탈바꿈시키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워싱턴의 평균 소득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자가주택 보유비율은 계속 하락 중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워싱턴의 가계 평균 소득은 8.7% 증가한 10만4615달러에 이른다. 이 기간 자가주택 소유비율은 45.8%에서 41.6%로 감소했다. 바꿔 말하면 소득 증가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모기지 은행 연합에 따르면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미국인들은 9조4000억달러 규모의 모기지를 차환했다. 신규 모기지 대출 금리는 4%에도 못 미치고 있어 기존 대출을 신규 대출로 갈아타면 연간 수천달러를 아낄 수 있다.
실제로 2007년 샌디에고 인근에서 84만5000달러에 주택을 구매한 부부는 당시 대출금리가 6.7%였다. 세금과 보험 등을 포함해 매월 6000달러를 지불했다. 하지만 이들은 2013년 3.75% 금리가 적용되는 대출로 갈아탔고 매월 2000달러를 줄일 수 있었다.
이들 부부는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세입자에게 내어주는 대신 더 큰 집을 사서 이사하기로 결정했다. 월세로 모기지 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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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저 수준으로 모기지 금리가 떨어지면서 집 주인들은 앉아서 돈을 벌고 있는 반면 수백만명의 세입자들은 내집 장만을 위해 저축을 할 수 없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비영리단체인 엔터브라이즈 커뮤니티 파트너스의 앤드류 야카보빅스 선임 이사는 “집 주인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점을 누리고 있지만 세입자들은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