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한 듯 활기찼다. 13층 창밖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놓인 안마의자에 한 직원이 누워있었다. 점심식사를 막 끝냈는지 양치하며 모니터를 보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둥그런 소파에 앉은 두 직원이 노트북을 무릎에 놓고 대화를 주고받았지만 그 대화도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기분 좋은 소음의 일환일 뿐이었다.

지난 6월21일 오후 1시30분에 찾은 서울 더케이트윈타워 ‘8퍼센트’ 사무실. 서른명 남짓의 직원들이 자유로움 속에 한데 어우러져 있었다.


이효진 대표(33)는 국내 P2P업계 1위 8퍼센트의 CEO(최고경영자)다. 하지만 그는 “직함만 대표일 뿐 우리 회사는 직원 모두의 머리로 성장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대표실도, 회의실도 없었다. 사무실 곳곳이 직원 개개인의 사무공간이자 소통의 공간이었다. 안마의자 옆 테이블에서 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효진 8퍼센트 대표. /사진=임한별 기자
이효진 8퍼센트 대표. /사진=임한별 기자

◆신뢰로 성장한 ‘사다리금융’


직원 채용기준이 궁금했다. 그의 대답은 예상 외였다. “우리는 ‘윤리’를 가장 강조해요. 기본적으로 돈을 다루는 회사니까요. 신뢰가 중요한 곳이죠. 윤리의식이 없으면 고객에게도 신뢰를 받기 어려워요.”


그래서일까. 8퍼센트는 스타트업기업으로는 흔치 않게 윤리강령을 만들었다. ‘국가경제 발전에의 기여’, ‘투명 경영’ 등 관념을 내세운 일반 대기업과도 달랐다. 스타트업으로서 지킬 수 있고 따라야 하는 것들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이를테면 ‘고객의 자금을 임의로 지인 및 관계사에 대출하지 않습니다’ 등이다.


윤리의식은 고객의 신뢰로, 회사의 성과로 이어졌다. 2014년 12월 채권발행을 시작한 8퍼센트는 그달 1500만원이던 대출투자액을 올해 6월 262억7800만원으로 늘렸다. 대출은 1000건 이상 진행됐고 투자자에게는 연평균 9%대의 수익률을 제공한다. 8퍼센트는 현재 국내 P2P시장을 이끄는 명실상부한 최대 P2P업체가 됐다.


그가 생각하는 P2P시장의 전망은 어떨까. “전자상거래시장은 앞으로 더 확장될 겁니다. 금융권도 마찬가지죠. P2P시장은 자금관리·임대료 등의 비용을 절감해 수익을 내는 곳이에요. 투자자와 대출자 모두에게 중금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8퍼센트는 시중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연평균 8~9%대의 금리를 적용한다. 물론 누구나 대출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P2P업체를 1금융권과 2금융권을 이어주는 ‘사다리금융’이라고 해요. 서민금융의 다른 이름이죠. 하지만 우리에겐 서민대출자 못지않게 투자자도 중요해요. 대출신청자 100명 중 대출해주는 고객은 5명 정도뿐입니다.”


8퍼센트의 대출고객 중 절반가량은 대환대출자다. 기존의 고금리대출의 이자를 8퍼센트를 통해 반으로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의문이 생겼다. 신용등급이 낮은 이들에게 어떤 기준으로 돈을 빌려주는 것일까. “저희 자체만의 기준이 있죠. 그건 영업비밀이에요. (웃음)”
◆문제는 ‘허위채권정보’


지난 6월9일 초유의 기준금리 인하(1.5%→1.25%)로 P2P시장에의 관심이 더욱 커졌다. 하지만 투자자보호 관련 규제가 없고 해외에서 들려오는 부실률 문제는 P2P시장에 반신반의하게 한다.


국제금융센터가 최근 발표한 ‘중국 P2P금융 부실화 우려 점증’ 보고서에 따르면 무리한 자금유치·리스크 관리체제 미비 등으로 중국의 부실 플랫폼업체 수가 38%나 됐다. 보고서는 중국 그림자금융의 우려가 커져 P2P금융 부실이 중국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대표의 생각은 다소 달랐다. 그는 투자자를 속이는 불법업체의 출현을 막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실률이 높은 업체는 시장원리에 따라 도태될 수밖에 없어요. 그건 해당 업체의 문제죠. 하지만 허위채권정보로 투자자를 속이는 업체는 투자자뿐만 아니라 P2P시장까지 악화시킬 수 있어요. 그런 업체를 단속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이 대표는 이어 P2P시장의 규제에 대해 논의할 시점이라고 피력했다. 중국의 경우 P2P업계의 폭발적 성장에도 제도정비가 미흡해 금융사고가 발생했다는 것. 아울러 투자자보호 관련 규제도 마련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악성 사기꾼이 나타나면 좋은 사업모델도 도태될 수밖에 없어요. 과대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규제를 논의할 시점이라고 봐요.”


8퍼센트는 회사 차원에서 투자자 보호에 나섰다. 3000만원 이하일 경우 투자원금의 50%를 보존해주는 것. 동시에 투명한 채권 공시시스템을 통해 투자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원금손실 가능성에 대해서도 사전 고지하는 등 투자자 교육에 적극적이다. 자동분산투자는 8퍼센트가 자랑하는 리스크 헤지 시스템이다. 100만원 투자 시 1명에게 투자하는 것과 20명에게 5만원씩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가 다를 수밖에 없다.


때론 산을 오르는 것보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게 더 힘든 법. 이 대표가 만들고자 하는 길은 무엇일까.


“고리의 늪에 빠지면 신용도가 낮아져 재활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아요. 8퍼센트는 이자를 절반 이하로 줄여줘요. 동시에 원리금상환을 적용해 채무자의 부채를 탕감하도록 유도하죠. 이렇게 되면 신용도가 상승해 ‘빚 갚는 삶’에서 ‘저축하는 삶’으로 바뀔 수 있어요. 8퍼센트 대출고객을 투자고객으로 다시 뵙는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길입니다.”


이효진 8퍼센트 대표 프로필
▲1983년 서울 출생
▲2006년 포항공과대학 수학과 졸업
▲2006년 우리은행 입행(파생상품 트레이딩 등 담당)
▲2014년 8퍼센트 창업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