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시대에 갈 곳 잃은 자금이 공모주로 몰리면서 공모주펀드가 각광받는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년 만에 1.50%에서 1.25%로 인하하면서 초저금리시대로 접어든 요즘. 공모주펀드가 새로운 투자대안으로 떠올랐다.
◆공모주펀드로 몰리는 자금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6월21일 기준 공모주펀드의 연초 이후 유입된 자금은 총 5739억원에 달한다. 특히 지난 4월 유입액 534억원과 비교하면 5월과 6월에 크게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5월 공모주펀드 유입액은 2138억원으로 전달보다 1604억원 늘었다. 지난 6월1일부터 21일까지 유입액은 2219억원으로 더 많은 자금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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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연초 이후 국내주식형펀드에서는 2조4936억원이 빠져나갔다. 지난 1월과 5월 각각 1조2552억원, 2332억원의 자금이 들어왔으나 2월, 3월, 4월, 6월에 각각 1307억원, 1조5632억원, 1조2785억원, 1조96억원이 유출됐다.
국내주식혼합형펀드와 해외주식형펀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주식혼합형펀드는 연초 이후 지속적으로 자금이 빠져나가 지난 6월21일 기준 1336억원이 사라졌다. 해외주식형펀드는 자금이 들락날락하더니 연초 이후 1723억원이 유입됐으나 지난 6월에는 1877억원이 빠져나갔다.
이렇듯 투자자들의 관심이 공모주로 몰리면서 초저금리시대를 헤쳐나갈 수 있는 새로운 투자대안으로 공모주펀드가 부상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국내은행 정기예금금리가 1%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금리+α’를 추구하는 공모주펀드의 인기가 치솟는다.
◆호텔롯데 상장철회 ‘실보다 득’
올 하반기 대어급 기업들이 상장 대기표를 뽑아 쥔 점도 공모주펀드의 관심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올해 하반기 IPO가 기대되는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넷마블게임즈, 라인, 두산밥캣, 이랜드리테일, 셀트리온헬스케어, 엘앤피코스메틱 등이다. 총 시가총액이 40조원에 달하는 이들 기업의 잇단 상장소식에 공모시장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올해 최대 공모주였던 호텔롯데가 상장을 잠정연기한 것도 공모주펀드의 인기를 뒷받침한다. 당초 호텔롯데의 상장 무기한 연기가 공모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호텔롯데의 상장을 기다리던 자금이 연내 상장을 계획한 기업들에게 옮겨갈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오히려 연내 상장을 계획한 기업들에게 실보다 득이 더 클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세포치료제 개발업체 녹십자랩셀은 코스닥 상장 하루 전까지 일반공모 청약을 진행한 결과 800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증거금으로만 2조9000억원이 몰렸다. 신약 원료의약품(API) 위탁생산(CMO)기업인 에스티팜도 이틀간 진행한 일반공모 청약 결과 236.8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증거금은 무려 3조2034억원이다. 홍콩에 본사가 있는 로스웰인터내셔널 청약경쟁률도 328대1을 기록하며 3조1505억원의 증거금을 끌어모았다.
IR업계 관계자는 “일부 기업이 호텔롯데를 피해 IPO 일정을 잡으려고 했던 상황에서 호텔롯데의 상장 잠정연기는 호재”라며 “호텔롯데의 상장을 기다린 투자자의 공모 수요가 다른 기업으로 쏠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박희윤 하이자산운용 리테일팀 차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넷마블게임즈 등 대어급 기업의 상장이 여전히 하반기에 예정된 만큼 공모주 투자로 수익을 창출할 기회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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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수익률이 매력적
공모주펀드의 안정적인 성과도 투자심리를 휘어잡았다. 수익률에 비해 위험부담이 적어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6월21일 기준 공모주펀드의 1년과 2년 평균수익률은 각각 1.75%, 5.97%다. 국내주식형펀드의 평균수익률과 상반된다. 국내주식형펀드의 1년과 2년 평균수익률은 각각 -5.44%, -1.25%다.
국내주식혼합형펀드, 국내채권혼합형펀드와 비교해도 공모주펀드의 수익률은 확연하게 차이 난다. 국내주식혼합형펀드의 1년과 2년 평균수익률은 각각 -1.89%, 2.41%다. 국내채권혼합형펀드 역시 -1.46%, 4.29%로 공모주에 못 미친다.
해외주식형펀드 역시 1년과 2년 평균수익률이 각각 -19.09%, 0.41%로 공모주펀드를 크게 하회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해외주식혼합형펀드와 해외채권혼합형펀드도 공모주펀드의 수익률을 넘어서지 못했다. 해외채권형펀드만 1년 평균수익률 2.61%로 공모주펀드의 수익률을 웃돌았다. 공모주펀드가 대세 금융상품으로 불리는 또 다른 이유다.
연간수익률 집계가 가능한 설정액 100억원 이상 공모주펀드 62개 가운데 1년 평균수익률이 2.00%를 넘는 펀드는 28개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수익률이 가장 높은 펀드는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의 ‘GB100년공모주1호[채혼]종류Cw’다. 이 펀드의 1년과 2년 평균수익률은 각각 6.00%, 11.12%다. 설정액은 756억원이다.
IBK자산운용의 ‘IBK단기국공채공모주[채혼]classA’와 ‘IBK공모주채움 1[채혼] C’도 높은 수익률을 자랑한다. 전자의 1년 평균수익률은 5.85%였고 후자의 1년과 2년 평균수익률은 각각 5.82%, 12.30%를 기록했다. 설정액은 각각 1568억원과 1686억원이다. 플러스자산운용의 ‘플러스공모주 1(채혼)’의 1년 평균수익률 역시 5.37%로 총 4개의 펀드가 5.00%를 초과하는 수익률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유동완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상품별 위험성 차이를 감안했을 때 공모주펀드는 안정적인 중위험·중수익상품으로 활용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공모주펀드는 펀드 순자산총액의 대부분을 단기국공채나 우량채권에 투자하고 30% 이하를 공모주에 투자한다. 공모주 청약일정이 없을 때는 자산의 대부분을 채권 등 안정적인 자금으로 운용하다가 공모주가 시장에 나오면 해당 주식에 청약받는 형식으로 차익을 실현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