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카소의 ‘앉아 있는 여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를 앞둔 지난달 21일 이 작품은 예상가를 훌쩍 넘는 금액에 낙찰됐다. 예상가 3000만파운드(약 510억원)보다 높은 4320만파운드(약 733억원)에 이 작품이 팔리자 경매장에서는 탄성이 쏟아졌다. 이날 경매는 브렉시트의 국민투표 영향이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술품이 금처럼 안전자산으로 간주돼 수요가 늘어났다는 해석이다.

영국이 한번도 가지 않은 길을 택했다. 43년 만에 유럽과 헤어지고 홀로서기를 선언한 것. 이는 필연적으로 국제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개인투자자들은 갈팡질팡한다. 갈 길을 찾지 못한 투자자를 위해 브렉시트 이후 글로벌경제의 변동성에 대처할 수 있는 안정적인 투자처가 어디인지 알아봤다.


/사진=뉴스1 유승관 기자
/사진=뉴스1 유승관 기자

◆금, 장기적으로 상승 가능성 높아

“요즘 금시세를 물어보는 사람이 많네요. 전화도 많이 오고요. 그런데 금값이 올라서 구매하는 손님은 거의 없어요.”
지난달 27일 찾은 종로 한 귀금속 매장 주인이 이렇게 말했다. 이날 귀금속 도·소매 매장이 밀집한 종로 귀금속 거리의 매장에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금 매입·매도 문의가 이어졌다. 그러나 아직 실거래는 미미한 모습이다. 골드바, 금반지 등 실물 금에 투자할 경우 기대차익 못지않은 제반비용이 붙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스마트폰으로 금값 동향 관련 뉴스를 보거나 서로 잡담을 나누며 무료함을 달랬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실물 금이 아닌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KRX금시장에서 거래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KRX금시장에서는 금을 1g 단위로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 증권사에서 계좌를 개설한 후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또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전화로 매수·매도 주문하는 방식이다.

KRX금시장은 역대치를 새로 썼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KRX금시장에서 금 1g의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58% 오른 5만200원에 마감했다. 금시세가 1g당 5만원을 넘은 것은 2014년 3월 KRX금시장이 문을 연 이후 처음이다. 브렉시트 투표 결과 발표 다음날 금시장에서 금가격은 5.04% 상승했고 투자자의 매수세가 몰리면서 62.92㎏의 금이 거래됐다.

전문가들도 오랜 대체재인 금에 주목한다. 브렉시트의 영향으로 시장불안이 커짐에 따라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의 가치가 앞으로 더욱 오를 것이란 판단에서다.


강유진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브렉시트 영향으로 안전자산 선호도가 커질 것이라며 금에 대한 ‘비중확대’를 제시했다. 강 애널리스트는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안전자산 수요,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의 통화완화정책, 아시아 귀금속 수요 성장, 금광물 생산 둔화 등의 영향을 받아 장기적으로 귀금속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행의 골드뱅킹에도 관심이 쏠린다. 골드뱅킹은 금시세에 해당하는 현금을 내면 통장에 금을 예치해주는 상품이다. 은행에서 예·적금 통장에 가입하는 것과 비슷하다. 통장에 현금 대신 금을 자유롭게 넣다 뺐다 할 수 있다. 자동이체를 통한 적금식 투자도 가능하다. 현재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에서 골드뱅킹에 가입할 수 있다.
금펀드도 고려할 만하다. 금 관련 기업이나 지수를 추종하는 것을 비롯해 운용전략도 다양하다.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도 생각할 수 있다. 펀드보다 수수료가 저렴한 점이 매력적이다.

은의 경우 금과 달리 산업수요비중이 높은 점에 유의해야 한다. 안전자산뿐 아니라 산업원자재로서의 성격도 갖고 있어 글로벌 경기침체가 이어지면 그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


환전소. /사진=뉴스1 박지혜 기자
환전소. /사진=뉴스1 박지혜 기자

◆달러·엔화, 오르기 전 미리 사두면 유리 

브렉시트 영향으로 유로와 파운드의 가치가 떨어지는 가운데 달러와 엔화가 브렉시트 헤지(위험회피)수단으로 떠올랐다.
원화 환율은 달러당 1200~1300원까지 오를 전망이다.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브렉시트 확정 직후 원/달러 환율 전망을 기존 1140~1200원에서 1170~1300원으로 높였다. 동부증권도 연말에는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중반대로 안정되겠지만 일시적으로 1200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엔화도 달러당 100엔선이 무너지면 일본은행(BOJ)이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할 수도 있지만 엔고 흐름을 꺾을 순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달러나 엔화가 필요하다면 미리 사둘 것을 추천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투자자산의 10%를 달러·엔화 등의 현금으로 나눠 투자하는 게 좋다”며 “단기 유학자금의 경우 1150원 안팎으로 분할 매수할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해외여행 경비로 1000달러를 쓰려는 여행객은 현재 환율로 118만원을 마련하면 되지만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하면 130만원이 필요해진다. 특히 해외여행 때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보다 미리 환전해 현금을 사용하는 게 유리하다. 신용카드 결제대금은 결제시점의 환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달러나 엔화에 투자하는 방법은 시중은행 지점에서 원화를 달러나 엔화로 환전해 보유하는 것이다. 환전 시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매매차익 관련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일반인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모바일뱅크를 이용하면 환전 시 우대수수료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각 은행의 환전이벤트를 이용하는 것도 저렴하게 환전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부동산, 리먼사태와 다르다… 영향 ‘미미’

부동산이 안전자산인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다만 브렉시트가 국내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내 부동산에는 브렉시트 가능성이 어느 정도 반영됐기 때문이다. 2008년 리먼사태처럼 부동산시장에 큰 여파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브렉시트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투자심리가 위축되면 시장이 냉각돼 분양권 거래가 줄고 재건축단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영국계 자금이 일부 유입된 복합상업시설과 오피스의 경우 가격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
www.moneyweek.co.kr) 제44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