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가 내우외환에 빠졌다. 성장세를 보이는 물류사업 분할이 공식화되면서 소액주주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내부에서는 삼성SDS 역량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이에 정유성 사장이 수원을 포함한 전 사업장을 돌면서 어수선한 분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위로'에 나섰지만 임직원들의 꺾인 사기가 단숨에 회복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사진=머니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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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강화 '희생양' 되나
지난달 7일 삼성SDS는 물류사업 분할을 공식화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사업경쟁력 강화. 삼성SDS 측은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분할을 검토하기로 했다”며 “올해 말이면 삼성전자 등 관계사 물량 대부분을 수행할 예정이어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사업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삼성SDS의 사업부문은 IT서비스와 물류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 업무아웃소싱)로 나뉜다. 2012년부터 확대된 삼성SDS의 물류BPO부문은 지난해 2조6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급속도로 성장했다. 올해 1분기 말 총 매출액에서도 물류BPO부문의 비중은 35.5%로 2013년 26.1%에 비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였다. 성장 정체의 늪에 빠진 시스템통합(SI)산업에서 삼성SDS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업계는 이에 대해 삼성그룹이 비금융 계열사를 중심으로 구조 재편 작업을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삼성SDS의 물류BPO를 인적분할하고 삼성물산에 합병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 지난달 17일 미래에셋대우가 발표한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의 방향성’ 리포트에 따르면 삼성SDS는 삼성물산의 역량과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 카드로 쓰일 전망이다.

삼성SDS의 인적분할 시 이 부회장은 현재 보유한 삼성SDS 지분만큼 신설 물류법인 지분을 갖는다. 이후 물류법인이 삼성물산과 합병하면 물류법인의 지분은 삼성물산의 주식으로 전환된다. 이로써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지분 4.1%를 가진 삼성물산의 지분이 늘어나고 이는 삼성의 지주사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삼성SDS 분할 시 삼성물산이 물류사업부문을 직접 지배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물류사업 분할을 연내 완료하고 인적분할 방식으로 물류사업과 IT서비스 사업부문을 분할한 후 각각 재상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삼성SDS부터 시작한 구조 재편 작업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발발한 ‘엘리엇 사태’ 이후 주주친화경영을 내세운 삼성그룹으로선 무작정 밀어붙이기 힘든 형국이다.

삼성SDS의 주가는 물류분할 계획 발표 후 지속적으로 추락 중이다. 소액주주들은 물류BPO의 인적분할 논의로 주가가 급락했다며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시도 때문에 주주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3차례 항의방문 후 주가 부양책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이 부회장과 정 사장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내방송의 '불편한 진실'

삼성SDS의 어수선함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소액주주의 반발로 회사가 소란스러운 와중에 내부에서는 삼성SDS 역량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제기돼서다. 지난 5월21일 삼성의 모든 계열사에 “인스타그램은 4명이 6주 만에 개발했다. 삼성이 개발했다면 몇백명이 붙어 1년은 걸렸을 것”이라는 구체적인 비판이 담긴 사내방송이 동시 중계됐다.

방송프로그램 제목은 ‘삼성소프트웨어 경쟁력 백서 1부 : 소프트웨어의 불편한 진실’. 삼성그룹이 제작한 이 방송은 20분 정도의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삼성의 소프트웨어(SW) 역량을 가차 없이 비판했다. 삼성SDS를 포함한 삼성전자 등 주요 IT계열사의 SW인력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일각에서는 구조 재편을 앞둔 삼성SDS를 타깃으로 한 방송이라는 의견이 존재한다.

방송은 “그룹 SW인력 역량을 테스트한 결과 절반 이상이 기초 수준 이하로 나타났다”며 “구글에 비하면 100분의1 수준”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삼성SDS에 대해 “IT 역량이 떨어진다”는 직설적인 내용도 담았다.

삼성SDS는 지난해부터 모든 SW인력을 대상으로 주말마다 단계별 내부인증 자격증 테스트를 시행한다. 총 4단계로 나뉜 테스트는 실적관리에도 반영된다. 지난해에는 1단계, 올해는 2단계를 취득하라는 내부압박이 가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삼성SDS 관계자는 “구글러들이 거의 3~4단계라고 하면 삼성은 1~2단계가 대부분”이라며 “2단계가 최대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방송은 상당히 비판적이었다”면서 “우리의 현실을 알고 열심히 하자는 경각심을 느끼게 하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SDS 측은 “삼성그룹 전반에 소프트웨어가 경쟁력이라는 취지를 알리기 위한 방송이었다”고 강조했다.

실제 삼성은 소프트웨어를 강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최근 미국의 클라우드 업체인 ‘조이언트’를 인수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조이언트 인수로 전반적인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와 더불어 서비스 운영 관련 노하우, 전문인력의 확보도 가능해졌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SDS가 아닌 삼성전자에 주목한다. 기업의 IT인프라를 확장시키는 클라우드산업은 IT서비스기업인 LG CNS나 SK주식회사 C&C도 적극적으로 진출한 분야다. 삼성SDS도 B2B 영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최근 조이언트의 기술력을 확보한 삼성전자에 클라우드 분야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고 업계는 관측한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아니어도 삼성전자와 삼성SDS 간 클라우드사업 구조 재편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업 재편은 결정된 바 없으며 조이언트 인수는 무선사업부의 서비스를 확장시킬 수 있는 인프라를 확충한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전했다. 반면 삼성SDS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B2C에, 삼성SDS는 B2B에 집중하고 있어 클라우드산업 주도권을 삼성전자에 내줄 것이라는 관측은 기우”라며 “삼성전자가 어떤 클라우드서비스를 제공할지 모르겠으나 방향 자체가 달라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