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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대응해 하이브리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연비와 성능을 높인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앞세워 하이브리드 차량의 상품 경쟁력을 높이고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기차 대안으로 하이브리드차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하이브리드차(수입차 포함)는 39만4613대로 전년 대비 약 28% 증가했다. 차종 별로는 현대차그룹의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6만7874대), 현대차 싼타페 하이브리드(5만5847대)가 판매량 1, 2위를 차지했다.
하이브리드차는 내연기관과 전기모터 두 가지 동력원이 결합돼 연비 효율이 뛰어나고 탄소 배출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전기차에 비해 충전 스트레스가 덜하고 친환경차로 분류돼 개별소비세 등 각종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하이브리드 차량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전년 대비 44.6% 늘어난 39만7200대의 하이브리드 차량을 수출했다. 이는 전체 친환경 차 수출의 56%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수입차 25% 관세 부과를 앞둔 지난 3월, 북미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2만8410대로 전년 동기 대비 78% 급증했다.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차의 해외 생산 역량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준공한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혼류 생산 체제를 도입해 전기차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 차종도 생산할 계획이다. HMGMA에서 생산될 기아의 첫 차종도 하이브리드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최근 미국 내 생산 계획과 관련해 "EV6와 EV9이 기존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하이브리드 모델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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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갖춘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개발했다.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변속기는 구동 및 회생 제동을 담당하는 구동 모터(P2) 외에도 시동 및 발전, 구동력 보조 기능을 수행하는 신규 모터(P1)를 내장해 동력 성능과 연비를 끌어올렸다. 부드러운 변속감과 소음 및 진동 저감 효과도 실현했다.
현대차그룹은 신규 하이브리드 변속기를 다양한 엔진에 조합해 100마력 초반부터 300마력 중반에 이르는 시스템 출력 커버리지를 구현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소형부터 대형, 럭셔리까지 폭넓은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선보일 계획이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현재 3종에서 5종으로 늘어난다. 2.5 터보 하이브리드는 이달 양산을 시작한 현대차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에 최초 탑재된 후 현대차·기아의 타 차종에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2026년에는 후륜구동용 2.5 터보 하이브리드를 선보이고 제네시스 주요 모델에 순차적으로 탑재해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럭셔리 브랜드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한동희 현대차그룹 전동화개발담당 부사장은 "현대자동차의 모든 파워트레인 기술력은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모두 연결되어 있다"며 "전기차 전환기에 전동화 기술력을 적극 활용한 혁신적인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