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D램(DRAM) 가격이 19개월 만에 하락세를 멈췄다. D램의 반등 기미에 외국인의 매도세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SK하이닉스가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외국인 매수·매도에 주가가 등락하기로 유명한 업종이다. 외국인이 SK하이닉스를 주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SK하이닉스, 브렉시트 여파에도 ‘꿋꿋’

지난 몇년 동안 한국 메모리반도체산업은 다시 올까 싶을 만한 호황기를 누렸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무렵부터 분위기가 반전됐다. 2014년 하반기부터 D램 가격이 하락 조짐을 보이며 한국 반도체시장에 서서히 악영향을 미쳤고 올 1분기 한국 반도체기업의 매출과 영업활동현금흐름이 급락했다. 잘 나가던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 불황의 늪에 빠지면서 2014년 7월 5만원대에서 움직였던 주가가 3만원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시가총액 순위도 10위까지 밀려나 개미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그러나 실적악화 우려에 계속 하락했던 SK하이닉스 주가가 최근 반등했다. SK하이닉스로부터 등을 돌린 외국인투자자의 귀환이 크게 작용했다. SK하이닉스의 외국인 비중은 47~48%로 절반 수준이다. 반도체는 외국인의 비중이 큰 업종이다. 시장에서는 외국인투자자가 결국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됐다.

외국인투자자는 보통 장이 불안정할 때 내수주를 주워담고 환율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수출주를 내다 판다. 하지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결정된 지난달 24일 외국인투자자들은 하루 동안 SK하이닉스 주식을 총 24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그 영향으로 SK하이닉스는 이날 외국인과 기관 순매수 상위종목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수출주임에도 불구하고 순매수 전체 1위에 올랐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결과다. 당시 높은 환율 변동성 우려로 대형수출주에서 많은 돈이 빠져나갔음에도 SK하이닉스는 꿋꿋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올 2분기에만 13% 상승했다.


외국인이 매수세로 돌아선 것은 SK하이닉스 실적이 2분기 바닥을 찍고 3분기에 반등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특히 D램과 낸드플래시(NAND Flash) 메모리의 수급개선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최근 D램 현물가격은 계절적 성수기 진입을 앞두고 반등에 성공했으며 하반기 D램 고정가격은 안정적 흐름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스1 안은나 기자
/사진=뉴스1 안은나 기자

◆D램 가격 반등, SK하이닉스에 ‘호재’

올 상반기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떨어진 원인은 메모리반도체인 D램 가격이 하락해서다. 2014년 하반기 이후 D램 가격이 급락하면서 지난해 하반기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수익성은 떨어지고 매출마저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아이폰 판매가 주춤하면서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마저 판매가 저조했다”며 “올 1분기 기준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이 기존의 10.1%에서 7.9%로 내려앉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D램 현물가격이 19개월 만인 지난달부터 계속 오름세를 나타내 3분기에는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증권가에선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을 4000억원대로 추정했다. 2분기 시장예상치를 밑돌 것이란 예측도 나왔지만 지난달부터 실적이 호전되며 증권사들은 SK하이닉스의 예상치를 올려잡았다.

김경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D램 시황은 안정을 되찾는 모양새고 낸드플래시는 일부 물량부족 사태까지 보인다”며 “하반기 메모리업계의 실적 회복세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하반기 전망 ‘맑음’… 호황국면도 가능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수급 개선 기대감에 SK하이닉스의 하반기 전망은 밝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실적회복에 성공하면 메모리 시황도 다시 호황국면을 맞을 것으로 내다본다.

교보증권은 최근 SK하이닉스가 3분기부터 감익 구간에서 탈출할 것으로 전망하며 목표주가 3만9000원,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했다. 최도연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의 2분기 매출액은 3조7522억원으로 지난 분기보다 2.6%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4510억원으로 19.7% 줄어들 것”이라며 “D램과 낸드 비트그로스가 가격 하락폭을 상회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재고 소진과 감가상각비 증가로 수익성은 소폭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D램 현물가격이 계절적 성수기 진입으로 반등했고 고정가격은 3분기에 일시적 상승도 가능하다”며 “낸드 가격도 아이폰7 등 신규 스마트폰 용량 증가 효과로 안정적 흐름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최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의 3분기 매출액은 3조8734억원으로 지난 분기보다 3.2% 늘고 영업이익은 5543억원으로 22.9% 증가하면서 감익 구간에서 탈출할 전망”이라며 “D램 업체들의 보수적인 공급대응이 지속되고 메모리반도체업체들이 낸드 설비투자에 집중하면서 D램 업황은 바닥을 확인했다”고 판단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이 4000억원대로 저조하지만 3분기는 5200억원대로 추정된다”며 “크게 반등하지 않더라도 주당 주가는 3만원대 초반에서 하방경직성이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3분기 들어 D램 가격 안정화와 낸드플래시 시황 호전, 주요 고객사의 수요 증가 등으로 실적 개선세가 눈에 띌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지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2분기 4450억원, 3분기 5490억원, 4분기 520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