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토론토의 번화가에서 차를 타고 1시간을 달리면 나타나는 작은 신도시 브래드포드. 높은 건물은 찾아볼 수 없고 대부분이 1~2층짜리 단독주택이나 상점들이다. 언뜻 보기엔 같아도 자세히 보면 지붕도 창문 크기도 제각각인 집들이 모여 하나의 마을을 이룬 모습이 인상적이다. 회사나 학교, 병원 등 도심의 인프라는 없지만 가까운 거리에는 여러 종류의 상점들이 있다.


캐나다 브래드포드시의 주택. /사진=김노향 기자
캐나다 브래드포드시의 주택. /사진=김노향 기자

이 같은 형태의 주택을 북미에서는 ‘타운하우스’(Town House)라고 부른다. 땅이 넓은 미국과 캐나다의 교외지역에서는 굳이 고층아파트를 세울 필요가 없다. 그러나 단독주택은 방범·방재의 관리나 커뮤니티 등 공동생활의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타운하우스를 짓는 경우가 많다.
브래드포드에서 토론토까지의 출퇴근길은 서울 강남의 교통체증을 연상시킬 정도로 차량이 빽빽하다. 이곳에서 4년째 거주 중인 줄리아(가명)씨는 “토론토 도심의 비싼 집값과 답답한 아파트 생활이 싫어 이주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는데 인프라와 교통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타운하우스’가 다시 뜬 이유


국내에서도 한때 타운하우스가 인기를 끌었다. 서울 강남 등지에서 고급화와 대형화전략을 내세우며 지은 타운하우스들이 수십억원대의 가격을 자랑했지만 2000년대 후반 부동산시장 침체 후 빈집이 속출했다.

최근 건설업체들은 전략을 바꿔 중산층을 겨냥한 소형 타운하우스를 짓고 있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도 분당, 용인, 일산 등 도심외곽과 대구, 제주 등 지방에도 타운하우스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타운하우스가 인기를 모으는 비결은 뭘까. 최근 타운하우스로 이주를 계획 중인 주부 김나라씨(가명)는 “아이가 크면서 층간소음 때문에 이웃들 눈치를 보게 된다”며 “단독주택은 자연환경과 마당생활을 누릴 수 있어 좋지만 인프라가 부족하고 보안이나 관리가 불편한 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지적처럼 단독주택은 보안과 관리상 불편한 점이 많다. 타운하우스는 아파트와 단독주택의 장점과 단점을 결합한 주택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테면 타운하우스는 아파트만큼은 아니나 소규모 공동생활이 이뤄지기 때문에 전기·수도·가스 등의 시설이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일반 단독주택에 비해 편리하다. 신도시일 경우 주변의 대형아파트와 함께 지어진 학교나 마트가 가까운 곳도 있다. 강현구 더피알 본부장은 “광교 등 신도시에 짓는 타운하우스들은 브랜드아파트 인근에 있어 생활편의시설을 사용하기가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타운하우스는 주거 취향의 변화를 반영한다. 과거 대형아파트단지를 선호하던 사람들은 편리한 교통과 인프라, 집값 상승 등의 이점을 기대했으나 최근에는 집을 투자가 아닌 ‘주거의 공간’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개인의 사생활이나 자연환경과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경향이 짙어진 것이다.


광교신도시의 타운하우스 투시도. /사진제공=더피알
광교신도시의 타운하우스 투시도. /사진제공=더피알

◆2~3층 공동주택에 이름만 ‘타운하우스’
답답한 아파트를 떠나 독립적인 생활을 누리는 게 단독주택의 큰 장점이지만 한국의 타운하우스는 다른 형태로 변화했다. 서울 주요도심이나 새로 개발하는 신도시의 경우 건설업체들이 수익성을 높이려고 2~3층의 공동주택 형태로 짓는 것이다.

현행 건축법상 주거용도의 건축물이 3층 이하, 연면적 330㎡ 이하이면 단독주택으로 분류한다. 즉 3층짜리 타운하우스라도 법적인 의미로는 단독주택이 맞다. 업계에서는 이런 형태의 집을 ‘블록형 타운하우스’라고 일컫는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도심의 땅값과 건설업체의 수익성을 고려할 때 한 건물에 한가구만 사는 진짜 단독주택은 현실적으로 짓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전원생활을 꿈꾸며 타운하우스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정부도 이 같은 흐름을 읽어 2014년 규제를 완화, 단독주택의 기준층수를 2층에서 3층으로 높였다.

서울 성북동과 평창동, 자곡동에는 블록형 타운하우스들이 많이 지어졌다. 경기도 신도시는 서울에 비해 단독형 타운하우스가 많은 편이다. 최근 광교신도시에는 시재건설과 HI건설이 하이빌리지2차를 분양 중이다. 최고 3층 높이로 개인정원을 꾸밀 수 있다. 판교신도시가 가까운 광주에서는 단독형 타운하우스인 솔내음이 3억원대 가격으로 분양 중이다. 광주 오포읍 일대에도 한양건설의 한양수자인립스가 108세대의 타운하우스 단지로 세워진다. 용인 수지구에는 단독형 타운하우스 용인포리스타가 특별분양하고 있다. 용인 동백지구의 엘건빌리지2차는 잔디마당이 있는 3층짜리 타운하우스다.

전문가들은 타운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놓고 사회문제가 된 층간소음이나 반려동물이 있는 가구의 증가에 따른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텃밭을 가꾸는 등 자연 친화적인 생활을 위한 이주는 좋지만 아파트에 비해 매매가 빨리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투자목적으로 매입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