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재벌가인 삼성그룹은 ‘이병철-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지는 3세 경영체제가 실질적으로 도입됐고, 재계서열 2위 현대자동차그룹은 ‘정주영-정몽구-정의선’으로 이어지는 3세 경영을 준비 중이다. SK, LG, 롯데, GS, 한진 등 다른 대기업집단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창업주가 평생을 바쳐 이룬 기업과 부를 자손에게 물려주는 것을 탓할 수만은 없다. 문제는 경영권과 부가 승계되는 과정에서 난무하는 불법과 편법이다. 최고 50%에 이르는 상속·증여세를 아끼기 위해 대다수 후계자들이 비상장 알짜 계열사의 지분을 넘겨받거나 새롭게 회사를 만든 뒤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회사의 덩치를 키운다.
불법과 탈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키운 회사는 상장하거나 다른 계열사와의 M&A(인수합병)를 통해 후계자에게 막대한 부와 경영권을 안겨준다. 공식처럼 굳어진 한국 재벌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후계자들은 경영수업이라는 이름으로 고위직 특채 입사와 초고속 승진이라는 또 다른 특권도 누린다.
반면 가진 권한에 비해 책임은 작다. 5%도 채 안되는 소수의 지분으로 거대한 기업집단을 움직이는 재벌들은 무소불위의 군주와 같은 역할을 하면서도 문제가 터졌을 때는 소수의 지분만을 보유한 주주의 위치로 돌아가 책임을 회피하기 일쑤다.
심지어 수백억~수천억원대 횡령·배임 행위를 해도 감옥에서 속죄의 시간을 가지는 재벌은 극히 드물다. 집행유예, 특별사면 등의 방식으로 오래지 않아 경영에 복귀한다. 사법부뿐만 아니라 정치·사회 곳곳에서 재벌과 서민들에게는 다른 잣대가 적용된다.
친재벌 정당이라는 평가를 받는 새누리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 중 한명인 유승민 의원이 최근 한 대학 강연에서 재벌·대기업 위주의 현 경제체제를 비판하며 “우리 경제체제는 진정한 의미의 시장경제가 아니다”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비정상적 방법으로 경영권을 세습하고 죄를 지어도 경제살리기 등을 이유로 처벌받지 않는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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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119조 2항에는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대로 재벌가를 방치하는 것은 국가도 직무를 유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