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의 아쉬운 표현 /사진=국토교통부 보도자료 캡쳐
국토교통부의 아쉬운 표현 /사진=국토교통부 보도자료 캡쳐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나며 지난 한 주를 뜨겁게 달군 영남권 신공항 소식. 지난 21일 국토교통부는 공항 활주로 개수를 설명하며 ‘본’이라는 생소한 표현을 반복했다. 국토부가 배포한 보도자료에도 ‘본’이라는 말이 들어있다. 이유가 뭘까.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해당 내용은 항공관제과에서 습관적으로 써오던 용어”라며 “사전적 의미로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다”고 답했다.

무언가를 셀 때 쓰는 ‘본(本)’이라는 표현은 굉장히 생소할뿐더러, 항공업계에서조차 잘 쓰지 않는 낡은 표현이다. 게다가 일본식 한자어 표현으로 알려져 있어서 국립국어원에서도 순화대상어로 꼽고 있다. 1983년 국어순화자료, 1992년 국어순화자료집에서도 개비나 개, 그루 등으로 순화한 용어를 쓸 것을 권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아쉬운 표현 /사진=국토교통부 자료 캡쳐
국토교통부의 아쉬운 표현 /사진=국토교통부 자료 캡쳐
나무를 셀 때는 ‘그루’를 쓰며, 물건을 셀 땐 ‘개’를 쓰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활주로를 셀 때도 ‘개’를 쓰면 된다. 자동차업계에서도 타이어를 셀 때 ‘본’이라는 표현을 써왔지만 몇 년 전부터는 ‘개’라는 표현을 쓴다. 단어가 어렵고 생소한 데다 순화대상어로 꼽고 있어서다.
이런 내용을 국토부 관계자에게 다시 전달했지만 원론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이 관계자는 “관계부서와 함께 해당 내용을 다시 확인해 잘못된 부분이 있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쉽게 할 수 있는 말을 굳이 일부러 어렵게 하는 건 소통이 아니라 불통이다. 상대보다 위에 있음을 넌지시 표현하려는 이들이 주로 하는 행동이기도 하다. 정부의 공식발표여서 무게감을 더하기 위해 일부러 한자어를 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적인 관심이 쏠린 사안임에도 섬세한 표현에 신경 쓰지 못한 점이 아쉬운 건 혼자만의 느낌이 아닌 것 같아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