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힐링' 주거 트렌드 이끌까


서울 은평구 진관동의 ‘은평한옥마을’. 서울 외곽에 속하고 지리적으로는 경기도 고양시와 인접한 이곳에 예스러운 멋이 가득한 한옥이 하나둘 지어지며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이곳은 북한산 자락에 둘러싸여 공기 좋고 물 맑은 거주지로 꼽힌다. 반면 생활편의시설이 미흡한 점과 서울 중심부로의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는 점은 거주나 투자목적으로서의 가치에 의문을 품게 한다.

낮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어 얼굴이 따가울 정도로 더웠던 지난 11일 서울 은평한옥마을을 찾았다. 현재 마을 조성공사가 한창인 이곳은 손에 잡힐 듯하면서도 까마득한 북한산이 보이는 곳에 자리했다. 수십여가구에 달하는 한옥공사 풍경은 도심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장면이라 간혹 사진을 찍는 외국인 관광객도 눈에 들어왔다.


터파기 공사가 진행 중인 곳, 뼈대를 올리는 곳,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곳까지 여느 공사장 풍경과 다를 바 없었지만 한옥이라는 희소성은 아파트와 빌딩이 즐비한 도심에 사는 이에게는 분명 신기한 광경이다.

은평한옥마을의 전체적인 풍경은 어수선한 모습이 역력했다.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일부 입주한 가구도 있었지만 아직 마을을 형성하기에는 생활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다.


은평한옥마을과 진관사로 들어가는 주 진입로. /사진=김창성 기자
은평한옥마을과 진관사로 들어가는 주 진입로. /사진=김창성 기자

은평한옥마을과 연접한 단독주택단지에도 이미 수십여 가구가 입주했지만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은 하나도 없었다. 대형마트에 가려면 인근 뉴타운아파트 단지까지 20분가량 걸어가야 한다. 동네에 들어선 생활 인프라는 한옥마을 입구에 있는 커피숍 카페베네가 유일하다. 하지만 이곳은 한옥마을 입주가구를 위한 시설이라기보다 북한산과 인근 진관사를 찾는 관광객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다.
특히 은평한옥마을 주 진입로는 북한산·진관사 진입로와 같아 평일과 주말 할 것 없이 이곳을 찾는 불특정 다수 외부인들의 자유로운 출입이 거주환경을 해치는 요소로 작용한다.

◆광화문까지 1시간… 아쉬운 접근성


‘58분’. 평일 낮 12시쯤 서울 광화문에서 출발해 은평구 한옥마을까지 도착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5호선 광화문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종로3가역에서 3호선으로 갈아탄 뒤 구파발역에서 내려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은평한옥마을 입구에 내리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약 2시간 뒤 광화문 사거리로 돌아올 때는 한번에 가는 버스를 탔다. 은평한옥마을 입구를 출발해 지하철 3·6호선 환승역인 연신내역 사거리에 진입할 때까지는 20분 정도 걸렸다. 직선거리로는 약 3㎞다. 하지만 도심으로 진입할수록 출퇴근 시간이 아님에도 곳곳에 정체구간이 생겨 1시간 16분이나 걸렸다. 두가지 경로 모두 환승 이동시간과 배차간격까지 포함된 시간이다.

전철과 버스를 함께 이용한 이동경로나 버스만 이용하는 이동경로 모두 혼잡한 출퇴근시간이 아니었음에도 58분~1시간16분이 걸렸다. 출퇴근시간에 이용할 경우에는 이보다 더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교통사고 등의 변수까지 더해지면 소요시간을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다.

은평한옥마을은 행정구역상 서울시 은평구이지만 국립공원인 북한산 아래에 있다 보니 서울 중심지인 광화문까지 가는 직선 이동경로가 없다. 은평한옥마을을 감싼 북한산은 자연경관 면에서는 뛰어날지 모르지만 출퇴근 등 일상생활 측면에서는 서울중심지를 가로막는 성벽 역할을 한다. 대중교통을 타도, 승용차를 이용해도 우회해서 가야 한다. 이처럼 은평한옥마을 출입을 위한 이동경로가 한정되다 보니 접근성 면에서 단점이 명확하다.

 

은평한옥마을. /사진=김창성 기자
은평한옥마을. /사진=김창성 기자

◆희소성 으뜸, 투자·거주가치는 ‘글쎄’
“조금만 시내로 나가도 고층 아파트가 널렸는데 서울 외곽이긴 하지만 공기 좋은 북한산 자락 한옥에서 사는 거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해요. 요새 다들 ‘힐링’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잖아요. 여기가 딱 그곳입니다.”

은평한옥마을에서 만난 한 시공사 관계자는 은평한옥마을의 삶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천편일률적인 고층아파트 숲에 둘러싸인 현대인에게 은평한옥마을은 충분한 휴식처가 될 요소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관할 은평구청도 은평한옥마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은평한옥마을은 지난해 중소기업청 지역특화발전특구위원회 심의를 통해 인근 북한산성마을 일대와 더불어 ‘은평 북한산 한 문화체험 특구’로 지정됐다.

특구 지정에 따라 은평구는 특구지역 내 특화사업 추진과 관련 ▲도로교통법 특례 ▲도로법 특례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특례 ▲건축법 특례 등 총 4건의 규제특례를 적용받는다. 또 서울의 새로운 문화체험 중심지로서의 대외적 인지도 향상과 다양한 전통문화 활성화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국내외 투자유치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은평구는 약 1288억원의 경제적 수익과 1300명의 고용창출 등 지역경제 발전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한다.

한옥마을의 뛰어난 희소성과 더불어 특구 지정에 따른 경제 수익 유발 효과가 기대되지만 일반인들의 투자 수익 기대감과 거주 가치는 다소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은평한옥마을은 한때 미분양이 장기화되면서 답보상태였던 적이 있다”며 “최근 서울 도심의 북촌·서촌 등이 인기를 끌면서 덩달아 주목을 끈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한옥이라는 희소성은 크지만 살림하는 주부 입장에서는 구조상 불편한 점도 적지 않다”며 “현재 공급물량이 많지 않고 비싼 건축비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대규모로 공급할 만한 수요도 없어 향후 주거 트렌드를 선도할 만한 요소가 적다”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