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지난 8일 주한미군에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 도입을 결정한 이후 중국의 경제보복 여부와 수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중국 정부와 현지 언론이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사드 반발' 중국, 경제보복 가능성
지난 12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중국의 대 한국 보호무역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총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0.7%에서 2015년 26.0%로 15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한국의 대 중국 수출 규모는 1371억달러로 미국(698억달러)과 일본(255억달러)을 합한 것보다 훨씬 더 많다. 중국에 대한 무역흑자는 468억달러로 전체 흑자의 40%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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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대경제연구원 |
특히 중국은 분쟁을 겪은 국가에 대해 예외 없이 강력한 경제보복을 가했다. 2000년 한국이 중국산 마늘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수입관세율 30%→315%)를 취하자 한국산 폴리에틸렌, 휴대폰 수입중단으로 응수했다.
또한 일본, 필리핀, 베트남과의 영토분쟁 때는 ▲특정 품목에 대한 수출·수입 중단 ▲특별관세 부과 ▲상대국 관광 제한 ▲상대국 기업의 중국 내 사업 입찰 중지 등의 경제보복 조치를 내렸다.
이런 가운데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미 양국의 사드 배치에 대해 자국의 합리적 이익을 위해 단호하게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프로세스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드 배치는 이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심각하게 파괴하고 중국을 포함한 이 지역 국가들의 전략적 안전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우리는 이미 사드 배치에 단호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사도 도입 논의 당시부터 시진핑 주석 등 중국 최고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천명해온 만큼 중국이 실제적 조치 없이 말로만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장 중국 관영매체들이 경제보복 군불때기에 나섰다. 중국중앙방송(CCTV), 신화통신, 인민일보, 환구시보 등은 한국의 사드 도입 결정에 대해 “어리석은 결정”, “한중관계 크게 훼손”, “강력한 경제보복” 등의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정태인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어떤 나라의 정치 지도자가 달라이라마를 만났을 때 대중 수출이 평균 8.5%(정부관료)~16.9%(대통령급) 감소한 ‘달라이라마 효과’를 언급하며 “사드 배치는 달라이라마를 만나는 것보다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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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사드 도입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중국 신화통신이 지난 13일 동부의 모 군구 공군 미사일 여단 기지에서 100명에 가까운 예비군이 현역 군인과 함께 군사훈련을 했다고 전했다. 사진은 지난달 21일 동부해안에서 미사일 부대가 최신형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 /사진=중국 제팡쥔르바오 |
◆'달라이라마 효과'보다 심각?
이에 따라 중국시장과 관계가 있는 기업들은 ‘안보’를 우선한 정부의 결정에 뚜렷한 목소리는 내지 못한 채 중국 정부의 경제보복이나 중국 소비자들의 반한 감정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위생검역 조건 강화 등 비관세 장벽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는 식·음료업계와 중국의 비중이 큰 ▲관광 ▲화장품 ▲반도체 ▲자동차업계 등이 중국의 대응 수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 소장은 “재벌들이 사드 문제에 관해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있지만 막상 중국이 직접적인 보복에 나서면 이들도 가만히 있지 못할 것”이라며 “개성공단 폐쇄 당시 기업들에게 한 것처럼 보상을 하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중국이 한국에 대한 비관세 장벽을 높인다면 국내 외수경기 회복에 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주요 수출 품목에 대해 중국 기준에 맞는 품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 모색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기업들 자체적으로도 중국의 무역정체 및 관련 법제도에 대한 사전 검토와 현지 기업과의 네트워크 및 파트너십 강화 등으로 보호무역 피해 최소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중국의 보복 위협에 대해 정부채널을 통한 이의제기 및 조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