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재건이냐 해외냐 '눈치싸움'

지난해 말 워크아웃을 졸업한 금호타이어가 매물로 나온다. 글로벌 타이어업계에서 10위권의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금호타이어를 놓고 몸값을 높이려는 채권단과 그룹재건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려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눈치싸움이 시작됐다.


금호타이어 용인 중앙연구소. /사진제공=금호타이어
금호타이어 용인 중앙연구소. /사진제공=금호타이어

◆ 드디어 매물로 나온 금호타이어
금융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국민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에서 주주협의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금호타이어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는 주주협의회에 ‘지금 파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의 국내외 잠재인수 희망자가 나타나 경쟁환경이 조성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날 주주협의회에서 공식적으로 매각을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채권단의 분위기도 매각을 진행하자는 것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을 결의하려면 주주협의회 의결권 기준 75%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우리은행과 산업은행이 각각 33.7%, 32.2%, 국민은행이 9.9%의 주주협의회 의결권을 갖고 있어 이들의 동의만으로도 매각이 진행될 수 있다.

재계에서는 빠르면 다음달 정식 매각 공고가 나올 것으로 본다. 매각공고 시점에서부터 일반적으로 걸리는 기간을 감안하면 예비입찰은 11월, 본입찰은 내년 1월쯤으로 예상된다.

현재 금호타이어의 시가총액은 약 1조5800억원 수준인데(주가 1만원 기준), 매각 지분 대상은 우리은행 14.15%, 산업은행 13.51%, 국민은행 4.16%, 수출입은행 3.12% 등 총 42.1%로 약 6600억원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매각가가 9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한다. M&A(인수합병) 시장의 통상적인 경영권 프리미엄은 30~40%인 점을 감안할 때 채권단이 소유한 금호타이어 지분의 매각가는 8600억~9300억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 채권단, ‘몸값 높이기’ 돌입

하지만 인수의향자의 경쟁이 과열되거나 특수한 상황이 생기면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다. 앞서 채권단은 박삼구 회장이 가진 우선매수청구권에 대해 법적 검토를 실시해 ‘양도불가’ 방침을 분명히 했다. 박 회장 일가의 개인자금이 아닌 그룹 계열사의 자금을 동원해 인수하는 것을 제한한다는 의미다.

채권단이 이런 양도불가 방침을 밖으로 노출한 것은 시장경쟁을 통해 금호타이어 인수후보를 찾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우선매수청구권의 행사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시장에서의 관심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서 금호산업 매각 당시에는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 사용을 공언해 시장 관심이 저조해졌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자 채권단의 바람대로 매각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기준 세계 4위의 자동차 부품업체 콘티넨탈AG가 금호타이어 인수전 참여를 위해 한국 재무적 투자자와 인수금융을 협의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또한 글로벌 타이어업계 시장상황을 토대로 동종업계 인수 후보군에 대한 분석도 나온다. 금호타이어는 한국, 중국, 미국, 베트남에 위치한 9개 타이어 생산공장을 토대로 글로벌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전세계 판매 네트워크를 갖췄는데, 특히 최근 중국 정부가 환경규제를 강화하면서 중국 현지에 이미 들어선 타이어 공장의 가치가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 2위인 미쉐린의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아시아 매출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호타이어 인수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금호타이어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인도의 아폴로 타이어와 피렐리 타이어 인수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중국 화학업체 켐차이나 등도 언급된다. 또 크레디트스위스는 주요 사모펀드(PEF)에도 인수의향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본 입찰에 돌입하기 전까지 이들의 참여를 확신할 수는 없다. IB업계 관계자는 “인수의향과 입찰 참여는 별개의 문제”라며 “인수의향을 밝혔더라도 수많은 검증을 거쳐야 실제 입찰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제공=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제공=금호아시아나그룹

◆ 포기않는 박삼구
현재 박삼구 회장 개인 여력으로는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금을 끌어모으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박 회장 부자의 자산은 사실상 그룹을 지배하는 금호기업 지분이 전부인데 모두 차입금 담보로 제공돼 있다.

그럼에도 재계는 박 회장이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금호타이어는 그룹 내에서 아시아나항공 다음으로 가장 많은 매출을 내는 회사기 때문이다. 특히 그룹 재건 과정에서 유동성 위기를 타파하려면 캐시카우로서 금호타이어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박 회장은 최근 그룹 전략기획실을 재정비하는 등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금호타이어 경영기획본부 전무로 있던 박홍석 부사장을 그룹 전략경영실로 불러들인 것은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대비하기 위함이라는게 재계의 시각이다. 박 부사장은 앞서 2012년 이른바 ‘금호고속 패키지 딜’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컨소시엄이나 특수목적법인(SPC) 등을 설립해 자금을 모아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우선매수권을 활용하지 않을 뿐 사실상 금호산업 인수와 같은 방법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박 회장 측은 우선은 지켜보는 모양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매각과 관련 아직 채권단에서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바가 없다”며 “공고가 나온 후 진행상황을 고려해 입찰 참여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