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시작이네…” 서울역 KTX 대합실 TV 앞에 있던 사람들이 혀를 끌끌 차며 삿대질을 해댔다. 현대중공업·현대자동차 노조의 동시파업 소식과 함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 250개 사업장도 파업을 시작한다는 뉴스가 흘러나오자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파업이 합법이든 불법이든 행위의 명분과 시점이 사람들의 공감을 사지 못한 게 문제다. 조선과 자동차는 우리나라가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된 기간산업이다. 전·후방산업에 많은 영향력을 미치기에 기업들은 노조의 파업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는 것보다 적당히 들어주고 더 일을 시켜 손실을 만회하는 방법을 써왔다. 파업과 협상을 반복하다 보니 임금은 계속 올라 억대연봉에 다다랐다. 우는 아이 달래려고 사탕을 쥐어줬더니 더 달라고 떼를 쓰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사탕의 달콤함에 빠지면 살이 찌고 치아가 썩는 것도 모른다. 지금 노조가 딱 이 꼴이다. 하지만 분명 상황이 예전과 다르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성장률이 둔화되고 생존경쟁이 치열한 시점이다. 파업하며 떼를 쓸 시기가 아니란 얘기다. 게다가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은 생각보다 크다. 당장 일할 사람이 없어서 라인이 멈춰 수백 수천억원의 피해를 입는 건 둘째 치더라도 수많은 협력업체들도 함께 멈춰야 하는 점은 계산하기 어려운 사회적 비용으로 남는다.

힘이 센 대기업 노조 10만명이 집단행위를 벌이면 수백만명의 하청업체 직원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이들로 인해 돌아가던 지역경제도 타격을 입게 된다. 현대·기아차 협력업체들도 ‘현대차 노조의 총파업을 우려하는 입장’이라는 자료를 배포하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현 상황은 전후방산업 연관업체까지 볼모로 세우고 인질극을 벌이는 것과 다르지 않다.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단체다. 이번 공동파업은 권리회복을 넘어 몰락의 길로 향하는 무리한 행동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명분없는 파업이 반복되면 결국 소비자는
[기자수첩] 노조, 그리고 책임감
회사를 신뢰하지 않아 대안을 찾게 되고, 외면받은 기업은 경영활동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그 회사에 속한 수많은 사람과 협력업체도 일자리를 위협받는 셈이다. 이때도 파업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그동안 파업에 앞서 불만과 요구조건만 내세웠던 노조가 파업을 끝낸 뒤 사과하고 배상하는 걸 본 기억이 없다. 싸움에서 이긴 것만 생각하고 정작 몸이 상한 동료를 버려두는 것과 같다. 행동에 책임을 지는 건 어른으로서 당연한 일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비단 기업가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닌 듯싶다. 책임감 있는 노조를 바라는 건 무리일까. 지켜보는 눈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