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스타항공 설립 이후 8년여간 저변을 넓히며 유지된 5개 국적 저비용항공사(LCC) 체제가 최근 6개로 재편됐다. 아시아나 항공의 두 번째 LCC 에어서울이 지난 11일 출범하면서다.
에어서울은 설립 이전부터 많은 논란과 함께 했다. 기존 LCC업계에서 “과잉경쟁으로 국적 LCC의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설립을 반대한 것. 지난해 초 제주항공과 티웨이, 이스타항공 등 3개 LCC업체 대표이사들이 공동으로 국토부에 에어서울 설립을 막아달라는 건의서를 제출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아시아나항공은 꿋꿋이 에어서울을 준비했다. LCC의 확장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특화된 LCC전략으로 이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다.
![]() |
류광희 에어서울 대표이사. /사진제공=에어서울 |
◆10월부터 본격 운항
국내선 김포-제주노선을 시작으로 운항을 시작했지만 아직 에어서울이 본격적인 영업을 개시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현재 에어서울은 김포-제주 단일 노선에 주 4회 왕복하고 있는데, 이는 기존 아시아나항공이 운항하던 노선을 일시적으로 이관 받아 운항하는 형태로 이 노선은 국제선 운항을 개시하는 시점부터 다시 아시아나항공이 운영하게 된다.
따라서 기존 아시아나항공과 동일하게 운영되며 예약 및 발권도 아시아나 홈페이지에서 진행된다. 에어서울은 오는 8월8일 정식 홈페이지를 오픈하고 예약업무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이 홈페이지에서는 10월부터 운항하는 국제선 예매가 가능하다.
오는 10월부터 에어서울은 인천을 기점으로 한 국제선만을 운항하게 된다.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이 각각 인천과 부산을 거점으로 국내선을 운항 중이라 노선중복을 피하기 위해서다.
에어서울은 국제선 역시 아시아나 항공의 저수익 노선을 이관받아 시작한다. 대형항공사보다 LCC가 투입됐을 때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노선이 그 대상이다. 아시아나 항공이 운항하던 일본노선 20개 중 인천-다카마쓰를 시작으로 인천-시즈오카, 인천-나가사키 등 7개 노선에 순차적으로 취항한다. 또 캄보디아 씨엠립,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바루, 마카오 등 3곳에도 10월 중 취항할 예정이다.
이어 내년부터는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다른 지역에 순차적으로 취항할 계획이다. 에어서울 관계자는 “전략적으로 FSC(대형항공사)가 취항해야 할 노선이 있고, LCC가 취항해야 할 노선이 있다”며 “아시아나항공보다 LCC 취항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노선에 우선 취항하고 새로운 블루오션을 발굴해 중단거리 국제선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실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실적개선 절실한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이 다른 LCC의 반대를 무릅쓰고 에어서울을 추진한 것은 저비용항공사의 공세에 엄청난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다. LCC의 급격한 성장은 대한항공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장거리 노선이 적은 아시아나항공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의 실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3.7% 감소한 587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444억원으로 같은기간 25.5% 줄었다.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발생한 유무형자산처분이익을 제외하면 순이익은 더 큰폭으로 감소하는 셈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1분기 실적의 경우 화물운송량 둔화에 따른 영향이 컸지만 대한항공의 실적이 오히려 개선된 것과 비교하면 아시아나항공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5년동안 자본잠식상태에 빠져있는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수익성 개선이 절실하다. 1분기말 별도기준 부채비율이 1000%에 육박하고 연결기준으로도 900%에 근접했다. 자산처분에도 불구하고 부채비율을 크게 낮추지 못했다.
아시아나항공은 100% 순자회사인 에어서울 출범을 통해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노선에 에어서울이 효율적으로 접근하고 아시아나는 장거리노선 등 수익성 높은 항로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 |
캐빈승무원. /사진제공=에어서울 |
◆에어서울, 자리잡을까
하지만 에어서울이 과열되는 LCC 시장에서 얼마나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해안에 취항하는 10개의 노선 대부분은 기존 아시아나항공이 운항하며 적자를 내던 노선이다. 다만 적자폭이 크지는 않기 때문에 업계는 이 노선들을 에어서울이 운영하며 빠른 시일 내에 흑자전환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에어서울이 이관받은 노선들은 수요가 많지 않지만 경쟁상대가 없는 노선”이라며 “운항 초기 블루오션 전략으로 자리를 잡으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국적 5개 업체에 글로벌 LCC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상황에서 에어서울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하루빨리 인기노선에 취항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과의 노선중복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적극적인 취항에는 제한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업계 관계자는 “에어서울은 아시아나의 인프라를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면서도 “경상남도에서 추진하는 제7 LCC 등을 비롯해 LCC의 경쟁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라 시장 안착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