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국내외 경기는 다소 침체될 분위기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가 촉발한 글로벌경기 불안 우려가 커진 탓이다. 하지만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경기회복을 위한 정책 공조에 나서면서 충격은 덜할 전망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시장은 각국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에 힘입어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정부의 추경예산 관련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황교안 국무총리가 정부의 추경예산 관련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침울한 경기, 추경으로 ‘방긋’
한국의 하반기 경제성장은 다소 주춤할 전망이다. 세계 교역의 둔화로 상반기 중 수출물량 증가세가 꺾이면서 제조업 가동률과 설비투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또 조선·해운업 등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예정돼 경기심리 위축 우려가 커졌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14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7월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7%로 0.1%포인트 하향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들어서만 세번째 조정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 1월 성장률 전망치를 3.2%에서 3.0%로 내렸고 4월에 다시 2.8%로 하향한 바 있다.


주요 연구기관의 전망도 다르지 않다. LG경제연구원(2.5%)과 현대경제연구원(2.5%), 한국경제연구원(2.3%) 등도 2% 초반대의 경제성장률을 예상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세계교역물량 증가세가 지난해 1.6%에서 올 상반기 0% 내외로 하락했다. 반도체 등 일부 품목에서 대외수요회복 기대감이 있지만 대부분 품목에서 수출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수출부진이 이어지고 저유가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가 줄어들면서 지난해 소폭 개선됐던 기업수익성이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가동률 하락과 수익성 저하로 설비투자 증가율은 올해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취약산업의 구조조정이 하반기에 본격화되는 점도 소비 불확실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그나마 하반기에 집행될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이 경기하락을 지지하는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구조조정, 대외악재 등에 대응하기 위해 11조원 규모의 추경예산안을 편성하고 국회에 제출했다.


이번 추경안의 핵심은 기업 구조조정과 일자리 창출 지원이다. 정부는 ▲금융지원과 선박 발주 등을 통한 조선업 구조조정 지원 ▲조선업 종사자 고용안전망 확충 및 민생안정 강화 ▲지방재정보강·관광산업 육성 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번 추경의 기본방향으로 잡았다.

곽병열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기진작과 직접적 영향이 적은 구조조정 지원, 국가 채무상환 등을 제외하면 추경 규모는 통상적 수준”이라며 “추경이 하반기 국내 경기방향성 개선에는 일부분 기여하겠지만 국회통과 과정에 따라 실제 경기지표 반영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추경예산 편성은 국내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6번의 추경예산 편성 때 국회통과 이후 30일간의 코스피 등락률을 보면 10번 상승했다. 평균상승률은 카드대란으로 시끄러웠던 2002년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을 제외하면 1.65% 수준이다.

채현기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추경 사례를 살펴보면 경제성장률 제고 효과와 심리개선 외에 국내증시에도 우호적으로 작용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해 추경이 편성된 2008년과 국회 의결까지 4개월이 걸린 2000년 등 4차례를 제외하고 추경이 증시의 반등 혹은 하단을 지지하는 요인이 됐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정책 공조로 ‘활력’

해외 주요국의 경제전망도 썩 좋지 못한 상황이다. 브렉시트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신흥국에서의 자본유출, 선진국의 수요부진 등이 경기 활성화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거시경제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 3.4%로 각각 0.1%포인트 하향조정했다.

미국은 달러 강세, 글로벌 수요 약화, 외국인 투자 감소 등을 반영해 지난 4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 하향한 2.2%로 조정했다. 영국의 경우 내수부진과 브렉시트 영향으로 올해는 0.2%포인트 하락한 1.7%, 내년은 0.9% 하향조정한 1.3%로 각각 전망했다. 일본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0.2%포인트 내려간 0.3%로 제시됐다. 다만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0.1%에서 0.2%포인트 오른 0.1%로 예상됐다.

IMF는 “잠재성장률 저하, 불평등 확산, 대외 불균형 확대 등으로 각국의 경제성장률을 내려 잡았다”며 “단기적으로 글로벌 수요가 위축되고 장기적으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정치세력에 대한 지지도를 떨어뜨려 구조개혁이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정책 공조 움직임이 나타나 시장의 불안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4일 주요 20개국(G20)의 재무장관들은 브렉시트가 상당기간 세계경제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병행하는 등 국제공조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앞으로 보호무역주의 등 자국 중심적 정책의 확산, 정치적 극단주의 심화 등이 세계경제의 새로운 리스크 요인”이라며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회원국들이 모든 형태의 보호주의를 배격하고 G20의 기존 합의를 준수하자”고 뜻을 모았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글로벌자산전략 파트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글로벌 불확실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동결했고 중국 인민은행도 자본유출 우려와 신용경색에 대응해 역RP로 유동성을 대거 공급하는 등 글로벌정책 공조가 강화된 모습”이라며 “앞으로 글로벌 유동성 위기, 체계적 위험 등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4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