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패스트푸드로 많은 사랑을 받는 햄버거. 바쁜 현대인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식품 중 라면과 함께 쌍두마차를 형성한 햄버거는 빠른 조리시간과 저렴한 가격,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맛 등으로 큰 인기를 누려왔다. 


최근 기존 햄버거시장을 위협하는 움직임이 감지됐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글로벌 버거 ‘쉐이크쉑’(Shakeshack)이 강남에 1호점을 개장한 것. 개장과 더불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수제버거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쉐이크쉑은 국내 햄버거시장에 지각변동을 몰고 올 분위기다.

그동안 한국은 ‘수제 햄버거의 무덤’으로 불렸다.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으로 구성된 기존 프랜차이즈 3강체제를 ‘수제’들이 뚫는 데 실패해서다. 국내외 수제 햄버거업체들이 야심차게 도전장을 내밀 때마다 업계에서는 성공여부에 대해 ‘혹시나’ 했지만 늘 ‘역시나’ 였다.


쉑쉑버거. /자료사진=임한별 기자
쉑쉑버거. /자료사진=임한별 기자

그런데 쉐이크쉑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심상찮다. 지난달 22일 오픈한 ‘쉐이크쉑’ 강남 1호점은 외식업계 최고의 이슈였다. ‘쉑쉑버거’를 맛본 사람들은 “뉴욕에서 먹었던 바로 그 맛”, “패티가 국내 버거와 차별화된다”부터 “줄 서서 먹을 정도는 아닌 듯” 등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일개 햄버거를 두고 이런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는 것 자체가 이색적이다. ‘크라제버거’나 ‘모스버거’의 국내시장 진출 때도 없던 반응이다. 쉐이크쉑이 맛의 호불호를 넘어 국내 수제 햄버거시장에서 성공을 이뤄낼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정착 쉽지 않은 국내 수제버거시장


쉐이크쉑의 성공여부 중 하나는 가격이다. 과연 소비자들은 1만6000원대에 달하는 햄버거 세트메뉴(햄버거+감자튀김+콜라) 가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공개된 가격을 살펴보면 ‘쉑버거’ 6900원, ‘스모크쉑’ 8900원, ‘슈룸버거’ 9400원, ‘쉑 스택’은 1만2400원이다. ‘감자튀김’은 레귤러 사이즈 3900원, ‘쉐이크 음료’는 레귤러 사이즈 5900이다. 세트 메뉴가 따로 없어 햄버거와 음료, 감자튀김을 모두 시킬 경우 최소 1만6700원에 이른다.

앞서 토종 프랜차이즈 ‘크라제버거’와 일본 ‘모스버거’도 비싼 가격에 소비자가 등을 돌리면서 실패한 바 있다. 롯데리아나 버거킹, 맥도날드에서 판매 중인 비교적 고가에 속하는 세트들과 비교해봐도 크게 2배까지 차이가 난다. 소비자들이 당장은 이슈적인 측면에서 ‘쉑쉑버거’를 선택할 순 있지만 지속적으로 찾는 스테디셀러가 될지는 미지수다.
 
국내 대형유통사들이 고가 햄버거를 시장에 내놨다가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신세계그룹이 2009년 들여온 미국 햄버거브랜드 ‘자니로켓’과 현대백화점이 수입한 ‘버거조인트’ 등은 시장에서 큰 재미를 못 보고 있다. 두 곳 모두 콜라와 감자튀김을 더하면 세트메뉴 가격이 1만원을 훌쩍 넘어가는 고가 햄버거들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이 햄버거를 아직도 저렴한 패스트푸드로 인식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실제로 맥도날드나 버거킹이 버거가격을 100~200원 올려도 소비자들의 반응이 거센 편이다. 물론 수제버거와 프랜차이즈 버거시장의 공략층이 다를 수 있지만 너무 비싼 ‘쉑쉑버거’의 가격은 쉽사리 성공을 단언할 수 없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쉑쉑버거 스케치. /사진=임한별기자
쉑쉑버거 스케치. /사진=임한별기자

◆버거 아닌 ‘문화’를 판다
수제버거시장을 기존 패스트푸드시장과 다른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쉽고 저렴하게 빨리 먹을 수 있는 햄버거와 달리 수제버거는 하나의 ‘완성된 요리’를 먹는다는 느낌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 이러한 측면에서 고가이긴 해도 ‘문화를 판다’라는 개념으로 접근한다면 쉐이크쉑이 수제햄버거계에 스타벅스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스타벅스는 국내에서 비교적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커피가 아니라 문화를 판다’는 전략을 통해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확보했다. SPC가 젊은층을 대상으로 문화를 판매하는 효과적인 마케팅전략을 선보인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공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다.

SPC 측도 “쉐이크쉑은 패스트푸드보다는 레스토랑인 ‘파인 다이닝’을 지향한다”면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부분은 공감하지만 단순 햄버거 매장 개념이 아닌 연인들의 데이트코스, 새로운 문화공간 정도로 생각한다면 그렇게 비싼 가격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쉐이크쉑 강남1호점 개장시 가장 많은 방문비율을 보인 것은 20·30대 층이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맛집 찾기에 열광적인 20·30대에게 쉐이크쉑은 매력적인 장소일 수 있다.

쉐이크쉑 매장을 방문한 김모씨(24)는 “남자친구와 맛집을 찾아다니는 데이트를 주로 하는 편”이라면서 “쉐이크쉑이 요즘 워낙 핫한 가게로 소문나 방문했는데 맛도 기존 햄버거보다 더 맛있었다. 2시간을 기다려 먹었는데 남자친구와 함께여서 그런지 힘들진 않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매장 방문자 남모씨(26)는 “힘들었던 뉴욕 유학 당시 굉장히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면서 “한국에서 쉑쉑버거를 먹으니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해 눈물이 핑 돌았다. 강남에 올 때마다 쉐이크쉑 매장을 자주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외식산업협회 관계자는 “20대 중반 이후 세대들의 경우 보통 맥도날드나 롯데리아에서 낭만적인 데이트를 기대하진 않는다”면서 “반면 쉐이크쉑은 뉴욕의 명물버거라는 점, 국내에서 큰 이슈를 선보인다는 점 등 스토리가 더해지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매력적인 플레이스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쉐이크쉑의 국내 진출 1등 공신으로 알려진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차남인 허희수 마케팅전략실장은 5년 전부터 공을 들여 30여개 국내기업을 제치고 쉑쉑버거를 국내에 내놓는 데 성공했다. 수년에 걸친 그의 노력이 ‘고가논란’을 이겨내고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쉑쉑버거의 성공 여부는 단순히 한 기업의 성공이 아닌 고가 수제버거의 국내 대중화 여부를 가늠할 좋은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4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