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임법)의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건물주와 임차인 간 분쟁을 증폭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이 법은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재 가수 리쌍 소유 건물에서 일어난 곱창집 ‘우장창창’에 대한 퇴거 강제집행으로 연일 뜨거운 감자다. 이른바 ‘법대로’를 고수하는 건물주와 ‘약자보호’를 주장하는 임차인의 목소리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국회에서는 임차인 보호가 우선임을 강조하는 법 개정이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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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수씨와 맘상모 관계자가 퇴거 강제집행된 우장창창 건물 앞 외벽에 리쌍 분쟁과 관련된 게시물을 부착하고 있다. /사진=김창성 기자 |
◆분쟁 촉발하는 '상임법'
최근 가수 리쌍 소유 건물에서 일어난 임차인과의 분쟁으로 상임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현행 상임법은 2013년과 지난해 두차례나 개정됐음에도 임대인(건물주)에게 유리한 법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그중심에는 ‘환산보증금’이 있다.
환산보증금이란 상가 세입자가 임대인에게 매달 지급하는 월세에 일정 이자율을 적용해 보증금으로 환산한 금액이다. 현행 상임법은 월세에 100분의1(연 12%)을 곱하는 방식으로 산정한다. 이를테면 보증금 5000만원인 경우 월세가 250만원(월이율 1% 적용, 환산보증금 2억5000만원) 이하여야 한다. 서울의 경우 이 법이 적용되는 환산보증금 기준은 4억원 이하다.
상가 임차인들은 현행 상임법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다. 현행 상임법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계약 5년 뒤 계약 갱신에 합의하면 최소 1년간 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된다. 하지만 서울은 환산보증금 4억원을 초과하는 상가건물의 경우 계약기간 연장이 보장되지 않는다.
임대인이 갱신을 원하지 않으면 임차인은 법에 따라 6개월 뒤 무조건 짐을 싸야 한다.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은 최근 리쌍 건물 분쟁으로 불거진 이 같은 현행 상임법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실제 지난해 말 서울시가 발표한 ‘2015년 서울시 상가임대정보 및 권리금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중대형상가 환산보증금은 평균 3억3560만원이지만 강남권의 경우 5억원을 훌쩍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수한 접근성을 바탕으로 유동인구가 풍부한 상위 5개 상권인 명동, 강남대로, 청담동, 혜화동, 압구정 등의 평균 환산보증금은 7억9738만원으로 하위 5개 상권인 상암동, 충무로, 용산, 동대문, 목동 등의 평균 환산보증금 1억3674만원보다 약 5.8배 높다.
더불어 임차인의 계약 갱신을 보장받는 계약갱신요구권 기간을 현행 5년보다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초기 투자금을 회수하기에 5년이라는 기간은 지나치게 짧다는 것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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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성 기자 |
◆“법대로 하면 임차인들 다 죽어요”
지난달 25일 만난 곱창집 ‘우장창창’과 ‘맘상모’ 대표인 서윤수씨는 "현행 상임법 잣대로는 임차인들은 전부 죽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씨에 따르면 그는 2010년 11월 현재 건물 1층에 우장창창이라는 곱창집을 개업했지만 1년 반 만에 건물주가 가수 리쌍으로 바뀌면서 가게를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서씨는 합의 끝에 1층 점포를 건물주에 내주는 대신 주차장 공간과 지하에서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서씨는 애초 건물주와 작성한 합의서에 ‘주차장을 용도변경해 영업할 수 있도록 협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주장했다. 또 계약 2년 뒤에는 시세에 맞게 임대료를 조정해가며 계약을 갱신하기로 했다.
특히 영업용도가 아닌 주차장에서 장사를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서씨가 법정 주차대수와 용적률 등을 따져가며 새로운 설계 도면을 제시해 중축을 요청하자 “가능하긴 한데, 지금 말고 문제가 되면 나중에 하자”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강조했다.
서씨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합의 당시 녹취록도 있다며 건물주 리쌍 측의 말 바꾸기와 언론플레이에 본인만 나쁜 사람으로 몰린다고 토로했다.
그는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앞뒤 상관관계를 따지지 않고 무조건 저를 ‘을질’하는 나쁜 임차인으로만 몰고 간다”며 “명확한 사실 관계를 얘기하는 건 언론플레이가 아니다. 왜곡·허위·과장을 얘기하는 게 언론플레이다. 약자인 임차인의 권리를 찾고 진실을 알리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첨예한 대립 속 ‘상임법 추가 개정’ 속도
가수 리쌍 소유 건물에서 일어난 임차인과의 갈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국회도 법 개정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서울 은평갑) 의원은 지난달 2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수 리쌍 소유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산보증금 폐지를 골자로 한 상임법 개정안(일명 맘상모법)을 대표발의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 외 야당의원 17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같은 당 홍익표 의원이 상가건물임대차 보호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같은 법 일부개정 법률안도 제출했다.
그동안 상임법 개정을 주장한 맘상모 측은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 전달했다. 을지로위원회는 맘상모 측 의견을 대부분 수용해 법안 발의에 힘을 실었다.
개정안에는 ▲환산보증금 폐지 ▲기간 제한 없는 계약갱신 ▲월차임 인상 상한선 제한 ▲권리금 회수기회 보장 ▲재건축시 임차상인 영업가치 보상 등이 담겼다.
전문가들도 상임법 개정은 임차인 보호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임차인 보호 차원에서 상임법 개정은 주택 전월세상한제 도입과 같은 맥락”이라며 “일부 선진국처럼 신규 계약 때부터 일정 수준 이상으로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게 인상률을 제한하거나 적정임대료를 못 박는 형태로 법을 개정해 약자인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4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