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강세장(Bull market)의 시작인가, 버블(Bubble, 거품)인가. 최근 미국 증시를 두고 월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다.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는 7일(거래일 기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는 2013년 3월15일 8일 연속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최근 S&P500 지수도 지난 7월11일 이후 22일까지 7번이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나스닥 종합지수도 올 최고치를 5번 갈아치웠다.
이런 상황만 놓고 본다면 새로운 강세장이 시작됐다고 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특히 엇갈린 모습을 보이던 경기 지표가 6월 들어 일제히 경기회복 신호를 나타낸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문제는 기업들의 실적이다.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가 오르는 것은 거품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가 지금까지 실적을 내놓은 기업들의 평균 순이익(S&P500 기준)을 분석한 결과 4.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숫자만 놓고 보면 증시 상승을 뒷받침하기 힘든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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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적 분석가들 "美 증시 과열, 조정 찾아 올 것"
증시가 과열되고 있다는 것은 여러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먼저 CNN의 공포와 탐욕 지수(Fear&Greed Index)는 약 2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 0은 극단적인 공포를, 100은 극단적인 낙관을 의미한다. 공포와 탐욕 지수가 높을수록 투자자들이 시장을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셈이다.
일명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 역시 13 아래로 떨어졌고 이는 지난해 8월13일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저명한 기술적 분석가인 톰 매클레란은 S&P500 지수의 14일 이동 평균선을 살펴보면 상승 흐름이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수가 일직선으로 상승하는 것은 상승세가 곧 끝나간다는 의미를 내포한다"고 설명했다.
새릴 메타 전 뉴욕대 교수 역시 VIX가 12 아래로 떨어질 경우 증시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지난 7월22일 VIX는 11.77로 약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는 "VIX가 11에 가까워진 것은 바닥이 멀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VIX가 더 낮아질 확률은 20% 정도 수준이고 증시가 하락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일명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 역시 13 아래로 떨어졌고 이는 지난해 8월13일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저명한 기술적 분석가인 톰 매클레란은 S&P500 지수의 14일 이동 평균선을 살펴보면 상승 흐름이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수가 일직선으로 상승하는 것은 상승세가 곧 끝나간다는 의미를 내포한다”고 설명했다.
새릴 메타 전 뉴욕대 교수 역시 VIX가 12 아래로 떨어질 경우 증시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지난 7월22일 VIX는 11.77로 약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는 “VIX가 11에 가까워진 것은 바닥이 멀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VIX가 더 낮아질 확률은 20% 정도 수준이고 증시가 하락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 투자자들은 민감해진다. 피치에 따르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전세계 국채시장에는 12조달러의 자금이 밀려들었고 주요 국가의 국채 수익률이 일제히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존 코사르 애즈버리 리서치의 수석 전략분석가는 장기적 관점에서 증시가 하락할 것으로 보지 않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놨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풋콜레이쇼(PCR) 5일 이동 평균선 움직임을 살펴보면 하락 전조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PCR이 50%대로 떨어지면 상승추세가 완전히 마감되고 150%를 넘어서면 하락 추세가 끝나가는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기술적 분석가들 가운데도 반대 의견을 내놓은 경우가 없지 않다. BTIG의 케이티 스탁턴 애널리스트는 S&P500 지수가 장기적으로 2400선을 돌파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특히 22일 사상 최고치를 다시 쓰면서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 美 경제·기업실적 ‘개선’에 베팅
이같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월가의 분위기는 낙관론이 다소 우세한 상황이다. 증시는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고 움직인다는 이유에서다. 지금까지 나온 경기지표나 기업 실적은 강세장과는 다소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지만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선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월가 투자은행들은 2분기 실적 전망을 조금씩 상향 조정하고 있다. 집계하는 기관에 따라 숫자가 조금씩 다르지만 이전에 비해 전망치를 높이고 있다. 톰슨 로이터의 경우 당초 S&P500 기업의 2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하지만 지난주 초반에는 4.5% 감소할 것으로 수정했고 지금은 3.8% 감소하는데 그칠 것으로 다시 한번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 가운데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내놓은 비율은 64%로 지난 22년간 평균 63%를 웃돌았다.
마이크로소프트와 IBM 등 IT 기업들의 실적 호전도 낙관론에 힘을 실어줬다.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IT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IT 기업의 실적 호조는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회복되는 신호라는 설명이다. 미국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렸던 기업들의 설비투자 부진이 해소된다면 증시는 더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새로운 강세장이 시작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프라이스 액션 랩의 마이클 해리스 이코노미스트는 “2009년 말부터 2012년까지 증시가 강세장을 기록한 것처럼 보이지만 진정한 강세장과는 거리가 멀다”며 “진정한 강세장은 2013년부터 시작됐고 금리 인상 불확실성과 정치적,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2015년 중순 끝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비관론자들은 강세장이 끝나간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현재 시장은 새로운 강세장을 시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 美 증시 ‘강한 회복력’… 중앙은행 변수에 ‘촉각’
뉴욕 증시가 브렉시트와 터키의 쿠데타 등 지정학적인 쇼크에도 불구하고 강한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다. 증시는 잠깐의 충격은 있었지만 유럽에서 발생하는 테러 등 각종 뉴스에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이어왔다.
지난 7월15일(금요일) 터키의 쿠데타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급락했다. 하지만 18일(월요일)에 다시 낙폭을 만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 주목할 점은 브렉시트 투표 이후 증시가 보여준 놀라운 회복력이다. 브렉시트 이후 세계 증시에서 이틀 만에 3조달러가 증발했지만 지난 2주 동안 이를 만회했다. 영국 파운드화가 최저 수준인 1.31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증시 회복력이 상대적으로 더 강한 셈이다.
증시가 이처럼 회복력을 보여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중앙은행의 풍부한 유동성 공급이 첫 손에 꼽힌다.
G+ 이코노믹스의 레나 코밀레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이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은 리스크가 커질 때면 이를 일종의 안전장치로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브렉시트와 같은 충격이 발생하면 세계 성장률을 위협하게 되고 중앙은행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진다”며 “위기가 전염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일종의 서킷 브레이커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CB가 비록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브렉시트의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한 후 움직이기로 했지만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르면 9월에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정책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목표 달성을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며 “이를 위한 능력과 의지, 준비가 모두 돼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유로존 금융시장은 높은 회복력을 바탕으로 불확실성과 변동성 증가에 잘 대처해 온 것으로 판단된다”며 “필요한 경우 중앙은행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것과 경기 확장적 통화정책도 시장의 충격을 줄이는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즈의 크리스틴 후퍼 전략분석가는 “앞으로 변동성이 커질 것이다. 하지만 조정은 단기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중앙은행이 통화 완화 정책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FRB가 지난 7월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또 동결한 만큼 증시가 더 상승할 것이라는 게 월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후퍼 전략분석가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브렉시트로 인해 금리 인상 가능성이 후퇴했다”며 “이는 단기적 관점에서 증시에 아주 좋은 소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증시 상승세가 지속되려면 기업 실적이 실질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4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