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26일 KB국민은행 서여의도영업부 앞에서 2차 총파업 결의대회를 벌였다. /사진=금융노조
금융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26일 KB국민은행 서여의도영업부 앞에서 2차 총파업 결의대회를 벌였다. /사진=금융노조

은행권 노사가 성과연봉제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성과보수체계를 담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안을 법제화했다. 시행령은 관보 게재절차를 거쳐 법률 및 감독규정 제정안과 함께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된다.  
시행령에 따르면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금융회사는 임직원에 대해 직무의 특성, 업무책임도 등을 감안해 차등화한 성과보수 지급을 의무화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을 법제화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시행령이 통과되면 성과연봉제 논란도 사라질까.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조하는 금융당국과 직원들의 보수체계를 손봐야 하는 은행, 그리고 머리띠를 묶고 총투쟁에 나선 금융노조에 새롭게 떠오른 쟁점을 짚어봤다.


◆금감원, 성과연봉제 선제 도입하면…

먼저 은행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이 성과연봉제 도입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성과연봉제를 선제 도입할 경우 시중은행에 성과연봉제 도입 압력이 거세질 전망이다. 감독기관이 솔선수범을 보인 만큼 은행에 상당한 압박이 가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최근 금감원은 팀장급인 3급 이상만 적용하는 성과연봉제에 4급인 수석조사역과 선임조사역까지 포함시키고 성과에 따라 급여 격차도 최대 2배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노조에 전달했다. 노조는 금융업권별로 검사, 감독, 조사하는 부분을 성과별로 평가하는 기준을 잡는데 부작용을 우려하면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금감원의 성과주의가 오히려 금융회사를 옥죌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20일 진웅섭 원장은 이인규 노조위원장과 2차 임단협 회의를 열었으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별 소득 없이 끝났다. 물론 금융당국의 성과연봉제 도입 주문이 강해질수록 금융노조의 반발도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금융위의 독재 시행령을 되돌리기 위해 총력투쟁에 돌입할 것"이라며 "위법한 시행령을 핑계삼아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하면 철저한 응징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노사가 3차 임단협을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업무별로 명확한 평가기준이 필요한데 계량적인 평가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노사가 합의를 이루기까지 장기간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장, 성과주의 분위기 형성… 노조설득 가능할까

은행들은 성과에 따른 파격적인 인사와 업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스며든 성과중심 문화가 성과연봉제 도입에 촉매제가 될지 주목된다.

최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전체 직원 1만5000명의 6%에 달하는 1000명을 승진시켰다. 통상 한번에 200~300명인 승진 규모를 감안하면 파격적인 인사라는 평이다. 앞서 수협은행도 상반기 정기인사에서 '수협은행인상'을 수상한 직원들에 대해 특별승진과 호봉승급을 시행한 바 있다.

신한은행은 국내은행 중 처음으로 재택근무와 자율 출퇴근제를 도입하는 등 근무체계 혁신에 나섰다. 보수적인 직장문화가 짙은 은행에서 자율출퇴근제를 도입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성과중심으로 업무를 독려하는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다.

직원들의 반응도 좋다. '성과연봉제'라는 단어가 직원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상황에 이 같은 성과중심 문화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파격적인 인사와 근무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성과중심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며 "직원들도 성과연봉제 도입에는 예민하게 반응하지만 달라진 인사와 근무환경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적응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앞으로 은행들은 직원들에게 성과중심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다. 은행장이 직접 나서 성과연봉제를 추진했으나 노조가 총파업으로 강경대응하는 만큼 내부 분위기 혁신부터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은행장 중에선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가장 먼저 성과연봉제를 실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금융노조가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맞서면서 연내 도입이 불투명해졌다.

윤 회장은 이달 초 국민은행 정기조회에서 "성과연봉제는 저성장시대에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다"며 "KB금융의 성과주의 운영에 팀 성과뿐 아니라 개인의 성과도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성낙조 노조위원장은 금융노조의 총파업 2차 결의대회에서 "결의대회는 시중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포문을 여는 자리"라며 "9월23일 총파업에서 금융노조 국민은행지부가 선봉에 서겠다"고 강력대응 방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