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911 타르가 4S /사진=포르쉐 제공
포르쉐 911 타르가 4S /사진=포르쉐 제공

숨이 막힐 정도였다. 가속할 땐 사정없이 가슴을 강하게 짓누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4초가 걸린다지만 실제론 이보다 더 빠르게 느껴진다. 최고시속도 303km나 된다.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서는 데다 눈과 귀가 즐겁고 짜릿한 손맛까지 선사하는 차다. 포르쉐의 상징 911 중에서도 가장 멋스러운 타르가 4S를 시승했다.
포르쉐 911 삼총사 /사진=포르쉐 제공
포르쉐 911 삼총사 /사진=포르쉐 제공

◆클래식함과 우아함을 동시에… Targa!

911은 쿠페와 카브리올레, 타르가 삼총사로 구성된다. 이 중 타르가는 둘의 절충형이다. 쿠페의 강인함과 날렵한 스타일, 지붕이 열리는 카브리올레의 오픈에어링을 함께 즐길 수 있다. 포르쉐는 디자인 차별화를 위해 오리지널 타르가와 마찬가지로 B필러 자리에 넓은 바(bar)를 설치했다. 그 덕에 뒤엔 C필러가 없는 랩어라운드형 글라스를 탑재할 수 있었다. 버튼을 눌러 지붕을 열면 이 글라스가 열리며 소프트톱이 뒷좌석 뒤로 수납된다.


그리고 사륜구동 911만의 겉모양도 갖췄다. 양쪽 리어램프를 이어주는 기다란 띠는 밤이 되면 더욱 멋스러워 존재감을 뽐낸다. 헤드램프 주변에 4개 LED가 자리한 주간주행등(DRL), 리세스 커버가 없는 도어 핸들, 수직형 루버도 새로운 911의 디자인 특징이다.

◆시동 걸면 드러내는 본색

“쿠르릉~” 시동을 걸면 박력 넘치는 사운드가 운전자를 반긴다. 포르쉐는 전통적으로 시동 스위치가 왼쪽에 있다. 스마트키를 꽂고 왼손으로 돌려 시동을 걸어야 한다. 생소할 수도 있지만 나름의 재미다. 키홀더를 매달아놔도 운전할 때 불편하지 않다.


시트는 스포츠 버킷시트처럼 몸을 단단히 잡아준다. 고급스런 가죽소재 시트의 감촉도 나쁘지 않다. 스티어링 휠의 그립감도 좋다. 빠르게 달릴 때나 천천히 달릴 때나 유용한 디자인이다.

이번에 시승한 911 타르가 4S는 자연흡기엔진이 아니다. 배기량 2981cc의 수평대향형 엔진에 바이터보가 힘을 보태 최고출력 420마력(@6500rpm), 최대토크 51.0kg.m(@1700~5000rpm)의 괴력을 뿜어낸다. 터보차저가 장착됐다고 가속 반응이 굼뜨거나 답답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자연흡기엔진처럼 민첩해 운전자가 원하는 타이밍에 반응해준다. 흡·배기 튜닝을 새로 해서 파워를 높였고, 가변형 배기시스템은 배출량에 따라 소리가 달라진다. 원한다면 버튼을 눌러 거친 배기음을 계속 즐길 수도 있다. 한밤중 주차장에선 조용한 일반 배기 모드로 바꾸는 게 매너다.

전기유압식 사륜구동시스템을 탑재해 처음으로 기존 후륜구동 모델보다 가속성능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 7단 포르쉐 더블 클러치(PDK)와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를 적용하면 918 스파이더 하이브리드 수퍼카처럼 스티어링 휠에서도 모드 스위치를 이용할 수 있다.

포르쉐 911 타르가 4S 인테리어 /사진=포르쉐 제공
포르쉐 911 타르가 4S 인테리어 /사진=포르쉐 제공

주행모드 스위치는 일반(Normal), 스포츠(Sport), 스포츠플러스(Sport Plus), 개인(Individual)의 4개 드라이빙 포지션을 선택할 수 있는 회전링으로 구성된다. ‘개인’을 선택하면 장비에 따라 PASM, 액티브 엔진 마운트, PDK 변속, 스포츠 배기 시스템 등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설정할 수 있다.
모드 스위치 가운데엔 주행상황에 맞춰 최고의 성능을 끌어낼 수 있도록 해주는 ‘스포츠 리스폰스 버튼’이 있다. 이 버튼을 누르면 기어가 최적 상태에 들어가고 엔진이 자연스럽게 반응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준비를 시작한다. 준비하는 20초 이후엔 감춰둔 야성미가 드러난다. 모든 반응이 한결 경쾌해진다.

마법같은 핸들링도 특징이다. 주차장 등 저속에선 차 뒷부분이 적극적으로 돌아나가는 느낌이 독특하다. 코너를 돌 때 누군가 차 뒷부분을 바깥으로 밀어주는 듯하다. 액티브 리어 액슬 스티어링 덕분이다. 뒷바퀴가 앞바퀴와 반대방향으로 움직여 휠베이스를 줄인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회전반경이 줄어들어 다루기가 쉽다. 반대로 빠르게 달릴 땐 앞바퀴와 같은 방향으로 따라 움직이며 차 뒷부분이 빠르게 따라붙어 핸들링 안정성을 높였다. 물론 이 기능은 추가 주문해야 하는 선택품목이다.

포르쉐 911 타르가 4S /사진=포르쉐 제공
포르쉐 911 타르가 4S /사진=포르쉐 제공

◆운전자 실력에 맞춰주는 센스 갖춰
고성능 터보엔진과 첨단 사륜구동시스템을 장착한 포르쉐 911 타르가 4S. 더 강해졌지만 운전은 오히려 편해졌다. 그만큼 똑똑해져서 운전자의 실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최근 슈퍼카의 개발방향이다. 예전엔 이정도 급의 차를 몰기가 쉽지 않았다. 웃은 물론 신발과 장갑도 끼고 거친 야생마를 다룰 준비를 했다. 그만한 체력은 기본.

하지만 요즘은 누구나 쉽게 고성능을 즐길 수 있도록 바뀌고 있다. 물론 포르쉐도 봉인을 해제할 여지는 남겨둬서 마니아들의 갈증을 풀어주기에도 충분하다. 환경규제에 대응코자 터보차저를 달았지만 즐거움 잃지 않으려 고유의 감성을 충분히 담아냈다. 차 구석구석의 꼼꼼한 마무리는 ‘역시’라는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올 정도다. 몸값도 그만큼 비싸서 1억7630만원부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