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먼그라운드 vs 플랫폼 창동61, 입지여건이 희비 갈라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자리한 ‘커먼그라운드’와 도봉구 창동의 ‘플랫폼 창동61’은 컨테이너박스의 진화를 알린 신개념 복합문화공간이다. 공사 현장이나 항구에서만 보던 딱딱하고 건조한 느낌의 컨테이너박스에 ‘젊은 감각’을 입혔다. 사용성에 한계가 있을 것만 같던 거대한 철 덩어리에 다양한 색칠이 더해져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유휴지와 결합하자 젊은 세대를 아우르는 패션·문화·예술 발상지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하지만 닮은 듯 다른 두곳의 분위기는 상반된다. 커먼그라운드는 사람들로 북적대고 활기가 넘친 반면 플랫폼 창동61은 휑하고 썰렁한 기운만 감돌아 대조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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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들로 북적이는 커먼그라운드. /사진=김창성 기자 |
◆시끌벅적 ‘커먼그라운드’
지난 1일 지하철 2·7호선 건대입구역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위치한 커먼그라운드를 방문했다. 온통 파랑색 컨테이너로 둘러싸인 안으로 들어서자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1층의 장애인주차장 겸 공터에는 수제 햄버거와 소시지, 필라멘트 전구 모양을 응용한 컵에 음료수를 파는 가게, 김치버스라는 푸드트럭 등이 자리했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수제 햄버거와 특이한 컵에 담긴 음료수를 즐기며 주변을 구경했다. 컨테이너박스 한편에서는 방문객들이 커먼그라운드라는 글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평범한 컨테이너박스의 화려한 변신은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 공간은 가끔 밴드 공연이 열리는 용도로도 활용되지만 공연이 없던 이날은 방문객의 사진 속 배경이 됐다.
컨테이너박스 안에는 평범함과 특별함이 공존했다. 이곳에서 파는 물건들은 액세서리, 향수, 옷, 가방, 신발, 모자 등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다만 흔히 볼수 있는 메이커브랜드가 아닌 생소한 브랜드의 제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에 대해 커먼그라운드를 기획한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관계자는 “건대입구라는 젊은이들의 거리에서 기존 백화점 등에서 볼 수 있는 제품이 아닌 소상공인이나 젊은 디자이너들의 차별성 있는 제품만 채택하려 했던 애초의 기획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1~2층에 자리한 패션 제품들을 지나 3층으로 올라가면 테라스형 난간에서 커먼그라운드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또 그리 크지 않은 공간임에도 야외 테이블까지 갖춘 레스토랑과 커피숍 등이 다양하게 자리해 방문객을 맞았다. 건너편으로 연결된 구름다리를 건너자 작은 전시공간에서 ‘핑크빛으로 물들다’라는 그림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전시회장 구석에서는 치즈 모양 지우개, 햄 모양 메모지 등 특이한 문구용품도 팔고 있었다.
딱딱한 컨테이너박스에 젊음이라는 색채를 곳곳에 더한 커먼그라운드는 방문객의 발길을 모으기에 충분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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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한 기운이 감도는 플랫폼 창동61. /사진=김창성 기자 |
◆썰렁한 ‘플랫폼 창동61’
다음날 서울시가 기획한 ‘플랫폼 창동61’을 찾았다. 지하철역에서 도보 3분 거리의 커먼그라운드와 달리 플랫폼 창동61은 지하철 1·4호선 창동역 1번 출구 바로 앞에 있었다. 파랑색으로 통일성을 강조한 커먼그라운드와 달리 플랫폼 창동61은 원색인 빨강·노랑·초록 색깔의 컨테이너박스로 구성됐다. 1층은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2층~3층은 컨테이너박스를 활용한 공간이 펼쳐진다.
창동역 광장과 바로 연결된 계단을 오르면 양 옆은 커피숍이, 정면에는 각종 공연이 열리는 레드박스라는 빨강 컨테이너가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방문객이 손에 꼽을 만큼 적어 무척 한산했다.
양 옆에 자리한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는 10여명의 손님이 보였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가자 갤러리 입구가 보였지만 문이 잠겨 있었다. 레드박스와 연결된 어두운 통로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자 다양한 분야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전시하거나 판매하는 편집숍인 ‘믹샵’과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식 레스토랑, 좌석이 마련된 시민라운지 등이 자리했다.
식당에도 몇몇 사람이 식사를 하고 있었지만 돌아다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시민라운지 앞에 마련된 피아노를 치는 중학생과 믹샵을 둘러보는 몇몇 사람들 외에는 휑한 느낌이 감돌았다.
3층도 컨테이너박스를 개조한 다양한 테마의 스튜디오가 마련됐지만 도시재생협력지원센터 안에 모인 사람들 외에는 방문객이 전혀 없었다.
“겉만 화려하고 속은 볼 게 없네요.” 플랫폼 창동61을 찾은 한 모녀에게 방문 소감을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이처럼 플랫폼 창동61은 커먼그라운드와 달리 전체적으로 볼거리도 없었고, 방문객 수도 비교되지 않을 만큼 적었다.
◆닮은꼴 컨테이너박스, 입지 여건이 갈랐다
“원래도 사람 많던 골목인데 커먼그라운드까지 들어오고 나서는 더 많아졌어요.” 커먼그라운드 인근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A씨는 커먼그라운드가 들어선 뒤 유동인구가 더 늘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의 말처럼 커먼그라운드가 위치한 곳은 건대입구와 도보 3분 거리고 평소에도 길 건너 ‘건대 맛의 거리’를 찾는 방문객들로 북적인다. 건국대생 고정 수요에 외부 방문객까지 더해진 최적의 입지여건을 갖춘 곳으로 통한다.
커먼그라운드는 기획 단계부터 지역 랜드마크 입지 다지기와 지역상권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다. 또 비제도권 브랜드와 함께 새로운 성공 신화 만들기에 나서 성공적인 새 비즈니스모델 선례를 남겼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관계자는 “커먼그라운드는 상업적인 이익 창출에 더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다양한 후속 비즈니스 모델도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플랫폼 창동61 역시 기획은 거창했다. 서울의 대표적인 베드타운이자 문화 불모지였던 창동·상계 지역에 음악과 공연, 음식, 패션, 사진과 같은 트렌디한 콘텐츠를 총망라해 복합문화공간으로 발전시킬 계획이었지만 개장 네달 간 성과는 미미하다.
특히 각 테마별로 푸드 디렉터(최현석), 음악 디렉터(신대철), 패션 디렉터(한혜진) 등을 내세워 차별화를 꾀했지만 개인 일정이 가득 찬 그들에게 규칙적인 방문과 테마 지속성을 기대하긴 어렵다.
또 커먼그라운드는 이미 구축된 상권에 더해진 개념이지만, 플랫폼 창동61이 자리한 창동역 앞은 드넓은 공영주차장과 아파트단지, 오래된 상가 건물만 들어선 곳이다.
또 건대입구역은 외부인들이 외부에서 방문하는 곳이라는 개념이 강하지만 창동역은 사람들이 서울 중심부로 나가는 출발지라는 점도 당초 입지요건 선정에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4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