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서류위조를 통해 불법인증을 받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AVK) 32개 차종 80개 모델에 대해 인증취소 행정처분을 내렸다. 2009년부터 지난달 25일까지 판매된 8만3000여대가 대상이다.
이번 인증취소 처분을 두고 업계에서는 "환경부가 철퇴를 휘둘렀다"는 의견과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인증취소는 현재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처분이지만 이에 따르는 과징금 액수는 예상보다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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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은 폭스바겐 압구정점. /사진=뉴스1 안은나 기자 |
◆딜레마 빠진 AVK
환경부는 AVK에 인증취소 처분과 함께 과징금 178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1000억원에 가까운 과징금이 부과될 것이라던 전망과 크게 다르다.
환경부가 AVK에 부과한 과징금이 예상보다 적은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먼저 소음·진동관리법에 과징금 부과조항이 없어 소음성적서를 위조한 8개 차종에 과징금을 부과하지 못했다. 또한 AVK의 발빠른 조치로 상한된 과징금을 적용하지 못한 것도 과징금이 대폭 줄어든 이유다.
지난달 28일 법 개정으로 차종당 과징금 상한액이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됐지만, AVK가 법 개정 불과 사흘 전부터 자발적으로 판매를 중단했기 때문에 개정된 법률을 적용하는 게 불가능해졌다. 업계에서 "꼼수를 썼다"고 지적하는 부분인데, 만약 차종당 100억원의 상한액을 적용했을 경우 과징금은 680억원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난다.
AVK는 환경부의 인증취소 행정처분에 대해 두가지 선택지를 가지고 있다. 첫째는 가처분소송을 제기해 판매를 재개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비판여론을 고려한다면 이를 선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만약 가처분소송을 통해 해당 차량에 대한 판매가 재개된다 해도 이후 환경부가 다시 행정소송을 걸어 패소하는 경우 그간 판매된 차량에 상한액 100억원을 적용해 과징금이 처분될 수 있는 점도 부담이다.
AVK의 다른 선택지는 재인증을 받는 것이다. 이 경우는 시간이 문제다. 판매재개까지 딜러사가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차량판매 매출이 없이 서비스센터 수익만으로 버텨야 하기 때문이다.
딜러사의 어려움은 빠르게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한국기업평가는 아우디의 딜러사인 위본모터스의 신용등급을 AVK의 인증취소 처분이 나온 직후 하향조정했다. 영업실적 저하가 불가피하고 유동성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대규모 인증취소 이후 ‘개점휴업’ 상태인 아우디와 폭스바겐 전시장에서 만난 직원들은 패닉에 빠진 상태였다. AVK측 관계자는 “딜러사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으며 딜러사 사장들과 공동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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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곤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이 인증취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장수영 기자 |
◆결국 ‘임의설정’ 판결에 달렸다
이번 인증취소는 정부와 AVK의 ‘줄다리기 과정’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번 서류조작은 폭스바겐 그룹의 ‘디젤게이트’와 관련해 국내시장에서 임의설정을 인정하지 않는 AVK에 대한 검찰 수사과정에서 드러났다. 갈등의 핵심은 여전히 ‘임의설정 인정여부’다.
환경부가 인증취소를 포함해 다각도로 압박하고 있지만 AVK가 임의설정을 인정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만일 한국에서 인정하면 유럽에서도 임의설정을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 현재 폭스바겐그룹은 미국에서만 임의설정을 인정하고 대대적인 보상에 착수했다.
AVK는 환경부가 임의설정으로 지목한 EA189엔진 차량들이 임의설정 규정이 시행된 2012년 이전에 인증을 마쳤고 미국과 달리 한국과 유럽에서는 연비나 성능의 저하가 없는 리콜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환경부는 ‘임의설정’을 기필코 시인받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책임론까지 무릅쓰고 AVK의 ‘인증조작’ 카드를 꺼내며 압박에 나섰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AVK는 ‘임의설정’에 대한 판단을 법원으로 끌고 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AVK의 입장에서는 법원에서 제품에 대한 하자가 없다는 판단을 받는 것만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일련의 사태로 피해 입은 소비자에 대한 조치 또한 ‘임의설정’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달렸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인증강화’에 긴장하는 수입차업계
AVK에 대한 환경부의 인증취소에 긴장감이 높아진 곳은 수입차업계다. AVK 측은 이번 서류조작이 정상적인 절차로 인증을 통과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빠른 인증을 위해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회사뿐 아니라 다른 업체도 이런 인증조작이 있을수 있다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차시장이 급성장하며 물량부족에 시달리는 수입차업체 일부에서 이런 조작이 비일비재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앞서 환경부 산하에서 인증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수입차업체로부터 갖가지 향응을 제공받다 적발된 사례도 있어 이런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인증절차가 까다로워 질 전망이라는 점도 수입차 업계에는 부담이다. 실제로 메르세데스-벤츠 신형 E클래스 디젤 모델을 비롯해 다수 디젤 차종의 국내인증이 늦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의 인증조작이 공론화되면서 디젤차 인증에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 감을 잡을 수 없다”며 “수입사로서는 큰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4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