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난에 흔들리는 집주인

부동산시장에 역전세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셋집이 부족해 세입자가 넘쳐나는 전세난과 반대로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달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대비 전세가율은 한달 사이 0.3%포인트 하락해 74.8%를 기록했다. 2009년 2월 이후 7년6개월 만에 전세가율이 하락한 것이다.


백성준 한성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9일 부동산114 칼럼에서 "이번 역전세난은 보증금의 규모가 매우 크고 대출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1998~1999년 외환위기 직후에도 역전세난 현상이 일어났지만 최근의 경우 보증금이 수억원대로 뛰었고 정부의 전세대책 중 하나인 전세금 담보대출이 가세했다. 즉 보증금 성격이 과거에는 세입자의 강제저축이었던 반해 지금은 대출에 의한 채무성 자금이라는 것이다.

백 교수는 "전세금 담보대출은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연체 등 채무불이행의 위험이 더 크다"고 말했다. 역전세난으로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전세담보대출의 손실이 날 가능성이 높다.


더 큰 문제는 전세가격 급등 당시 매매가와의 차이가 좁혀지면서 세입자를 끼고 낮은 금리의 대출을 받아 매입한 투자자가 는 점이다. 이때 만약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역전세난이 생기면 매매가보다 보증금과 대출금을 합한 것이 더 커져 이른바 '깡통주택'이 될 수 있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려면 추가대출을 받아도 불가능하다.

주목할 부분은 역전세 현상의 지속성이다. 외환위기 때는 아시아 몇몇 나라가 경제위기를 겪었지만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에는 주택가격이 빠르게 회복했으나 현재의 상황은 2014~2015년 주택건설 인허가 물량이 넘치고 과잉공급 논란이 일고 있다.

백 교수는 "올해 중반부터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고 2018년까지 입주물량이 크게 늘 전망"이라며 "주택매매가격은 앞으로 상당기간 하향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전세가격도 현재의 높은 전세가율과 보증금을 지속하기엔 심리적 저항을 받고 있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일부 세입자들은 역전세로 인한 보증금의 미반환을 우려해 전세금을 낮추는 대신 월세를 선택하기도 한다. 

백 교수는 "집주인에게는 기존 보증금과 신규 보증금의 차이에 대한 대출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지원책을 대비하고 세입자에게는 보증금을 떼이지 않고 안전하게 반환받을 수 있도록 보증하는 장치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역전세난으로 정부가 집주인에게 낮은 금리로 전세금 대출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는 "금융기관도 전세담보대출에 대한 위험관리를 보다 철저히 하고 역전세를 고려해 대출규모를 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