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이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면 헤어진다 했다. 작곡가 이영훈은 광화문 연가를 남겼고, 조선의 마지막 왕은 망국의 한을 겪었다. 여기에 재잘거리며 걷고 뛰는 학생들이 있었다. 슬픔과 희망이 뒤섞여 흘러온 곳, 정동길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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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학당역사박물관 |
◆배재학당역사박물관
배재학당은 미국인 선교사 아펜젤러가 1885년 설립한 한국 최초의 서양식 근대교육기관이다. 이 중 배재학당역사박물관 건물은 1916년에 지어진 동관건물이다. 길가 쪽으로 길게 자란 나무는 수령 570년 된 향나무로 붉은 벽돌 건물과 잘 어울린다.
전시실에 들어가자마자 오른쪽으로 복원된 옛 교실이 있는데, 시청각 전시실이다. 짧은 동영상을 보며 배재의 옛 모습을 들여다본다. 배재학당에서는 한문과 교리문답을 제외한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였다. 이미 100년 전부터 전 과목 영어수업이 진행한다. 이에 따라 영어를 배워 큰 세상에 나가고, 출세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모여들었다. 문제는 양반집 자제들이 하인을 데리고 다니는 것이었다. 그때만 해도 양반들은 하인 없이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족속이었다. 아펜젤러는 하인 없이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하라며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전인교육을 지향했던 배재학당은 언어, 인문학뿐 아니라 과학, 체육, 음악, 연극 등 다양한 과목을 가르쳤다. 매주 토요일 국회제도에 대한 연설을 했고, 국가 운영에 대해 학생들이 토론하게 했다. 또한 자립교육을 위해 출판사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출판사인 상문출판사다. 입시에 치우쳐 명목뿐인 예체능 교육을 실시하는 요즘의 세태와 비교된다.
‘명예의 전당’에서는 배재학당이 배출한 인재들을 볼 수 있다.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을 비롯해 주시경, 나도향, 김소월 등 우리 근현대사의 큰 인물들이다. 물론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도 있지만 고종이 학교명을 하사할 때의 뜻처럼 ‘인물을 배출’했다는 면에서 이름값을 했다.
전시 유물 중에는 ‘나도향과 김소월이 공부했던 책상’이 있다. 짙어진 나무 색만큼이나 오랜 세월이 느껴지는 책상에 앉아 그들이 가졌던 꿈과 그들이 품었던 희망을 상상해 본다. 창문의 격자무늬가 빛을 만나 선명한 그림자를 만든다. 이런 창문이라면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들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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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고 심슨기념관 류관순실 |
◆이화여고 심슨기념관
심슨기념관은 이화여고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1915년 미국인 사라. J. 심슨(Sarah. J. Simpson)이 위탁한 기금으로 세워지면서 그 이름으로 불린다. 지하 1층 지상 3층이었던 이 건물은 6.25전쟁 때 폭격으로 무너진 부분을 1961년에 증축했고, 2011년에는 교내에 흩어진 벽돌과 화강석을 모아 원형을 복원했다. 건물은 단지 박물관으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교과교실, 자율학습실 등 지금도 학교 원래의 기능대로 사용된다.
이화여고는 1886년 창설된 한국 최초의 여성교육기관이다. 고종은 ‘배꽃같이 순결하고 아름다우라’는 뜻으로 ‘이화학당’이라는 이름을 하사했다. 그러고 보니 지금이 2016년, 이화여고 130주년이다. 현재 이를 기념하는 특별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대한민국 여성교육사 1886~ 여성, 규방에서 세상으로’라는 주제로 1층 전시실에서 올 연말까지 열린다.
박물관 앞은 ‘유관순 정원’으로 꾸며졌다. 박물관에는 유관순 열사가 공부했던 옛 교실을 복원한 ‘유관순실’이 있다. 이곳에서 이화여고의 역사를 보여주는 영상 자료도 관람할 수 있다.
2층 상설전시실에는 학교의 유물들이 전시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화여고의 교복 변천사다. 빨간색 저고리, 치마 교복이 있었다는 것도 의외이고, 일본 만화영화에서 많이 본 세일러드 칼라의 교복도 보인다. 그래도 역시 교복 하면 하얀 칼라를 받친 검정색 투피스 정장이다. 엄마의 졸업사진에서 보았던 교복을 보며 엄마의 소녀시절을 상상해 본다. 나라가 어렵고 힘든 시기였지만 그녀들에겐 가장 빛나던 시절이었을 것이다. 교복에 배지를 달고 허리를 꼿꼿하게 편 채 정동길을 걷던 그 시절의 소녀들이 떠오른다.
봉사활동기를 적어놓은 오래된 노트북도 재미있다. 사진을 붙이고 재치 있는 캡션들을 달아 일기를 완성했다. 사진이나 글씨도 평범하게 한 것이 아니라 나름 레이아웃을 잡아 또박또박 정성 들여 썼다. 소녀 시절의 풍부한 감성이 느껴진다.
이화여고의 피난시절이 있었다는 것도 흥미롭다. 6.25 전쟁으로 학교가 피난을 가게 됐는데 그곳에서 막사를 짓고 가르치기를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교육에 대한 희망, 교육을 통한 발전이 절실하고 절대적인 해결책이었던 시절이다. ‘돈벌이로 전락한 교육’에 관한 기사가 끊이지 않는 지금, 초기 이화의 정신을 다시 새겨본다.
심슨기념관은 이화여고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1915년 미국인 사라. J. 심슨(Sarah. J. Simpson)이 위탁한 기금으로 세워지면서 그 이름으로 불린다. 지하 1층 지상 3층이었던 이 건물은 6.25전쟁 때 폭격으로 무너진 부분을 1961년에 증축했고, 2011년에는 교내에 흩어진 벽돌과 화강석을 모아 원형을 복원했다. 건물은 단지 박물관으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교과교실, 자율학습실 등 지금도 학교 원래의 기능대로 사용된다.
이화여고는 1886년 창설된 한국 최초의 여성교육기관이다. 고종은 ‘배꽃같이 순결하고 아름다우라’는 뜻으로 ‘이화학당’이라는 이름을 하사했다. 그러고 보니 지금이 2016년, 이화여고 130주년이다. 현재 이를 기념하는 특별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대한민국 여성교육사 1886~ 여성, 규방에서 세상으로’라는 주제로 1층 전시실에서 올 연말까지 열린다.
박물관 앞은 ‘유관순 정원’으로 꾸며졌다. 박물관에는 유관순 열사가 공부했던 옛 교실을 복원한 ‘유관순실’이 있다. 이곳에서 이화여고의 역사를 보여주는 영상 자료도 관람할 수 있다.
2층 상설전시실에는 학교의 유물들이 전시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화여고의 교복 변천사다. 빨간색 저고리, 치마 교복이 있었다는 것도 의외이고, 일본 만화영화에서 많이 본 세일러드 칼라의 교복도 보인다. 그래도 역시 교복 하면 하얀 칼라를 받친 검정색 투피스 정장이다. 엄마의 졸업사진에서 보았던 교복을 보며 엄마의 소녀시절을 상상해 본다. 나라가 어렵고 힘든 시기였지만 그녀들에겐 가장 빛나던 시절이었을 것이다. 교복에 배지를 달고 허리를 꼿꼿하게 편 채 정동길을 걷던 그 시절의 소녀들이 떠오른다.
봉사활동기를 적어놓은 오래된 노트북도 재미있다. 사진을 붙이고 재치 있는 캡션들을 달아 일기를 완성했다. 사진이나 글씨도 평범하게 한 것이 아니라 나름 레이아웃을 잡아 또박또박 정성 들여 썼다. 소녀 시절의 풍부한 감성이 느껴진다.
이화여고의 피난시절이 있었다는 것도 흥미롭다. 6.25 전쟁으로 학교가 피난을 가게 됐는데 그곳에서 막사를 짓고 가르치기를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교육에 대한 희망, 교육을 통한 발전이 절실하고 절대적인 해결책이었던 시절이다. ‘돈벌이로 전락한 교육’에 관한 기사가 끊이지 않는 지금, 초기 이화의 정신을 다시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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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길 |
◆바로 그 정동길
배재학당박물관에서 이화여고심슨기념관까지 가는 길이 그 유명한 정동길이다. 이문세가 부르고 고 이영훈이 작사, 작곡한 노래 ‘광화문 연가’에 나오는 ‘언덕 밑 정동길에 아직 남아 있어요,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 가사의 길이다. 작곡가 이영훈은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가는 이 길을 노래로 남겼고, 정동길에는 그를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됐다. 정동교회 건너편에 있는 이영훈을 기억하는 노래비는 마이크 모양이다. 그가 떠난 지 벌써 7년이 흘렀다.
노래에 나오는 교회는 정동교회다. 아펜젤러가 1885년 설립한 한국 최초의 개신교 교회로 3.1운동 당시 항일운동의 거점이 됐고 최초의 서양식 결혼식이 열리기도 했다.
길을 따라 조금 더 오르면 신아일보 기념관이 있다. 1930년대 지어진 건물로 우리나라 최초의 철근콘크리트 건물이다. 1980년 언론통폐합으로 신아일보는 사라졌지만 건물은 남았다. 전시실이나 박물관으로 꾸며진 것은 아니고, 간판만 남아 옛 영화를 회상하고 있다. 이 건물은 지금도 민간 사옥으로 쓰인다.
덕수궁의 일부였던 중명전은 다시 보수공사에 들어갔다. 을사늑약이 체결된 비운의 현장으로 2010년 복원해 개방됐지만 원형과 다른 모습으로 복원됐다는 증거 사진(한겨레 2016. 7. 25 기사)이 나오는 등 여전히 부침에 시달리고 있다. 내년 1월에 재개관한다고 하니 그때 다시 와야겠다. 겨울의 정동길은 어떤 모습일지, 눈 덮인 교회당과 덕수궁 돌담길을 걷는 연인들도 구경해야겠다.
[여행 정보]
배재학당역사박물관 가는 법
서울 정동길을 걷는 여행이므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불가피하게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배재정동빌딩 유료주차장을 이용한다.
대중교통
1. 서울역에서 도보이동 (약 1.2km)
2. 시청역 10번 출구에서 도보 이동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배재학당역사박물관: 검색어 ‘배재학당역사박물관’ / 서울특별시 중구 서소문로 11길 19
이화여고심슨기념관: 검색어 ‘이화여고심슨기념관’, ‘이화여고박물관’ / 서울특별시 중구 정동길 26
배재학당역사박물관
문의: 02-319-5578
http://appenzeller.pcu.ac.kr
관람시간: 오전 10시 ~ 오후 5시 (매주 월요일, 공휴일 휴관)
전시해설: 평일(화~금) 오후 2시, 주말(토,일) 오전 11시, 오후 2시 / 소요시간 30분
전시해설 문의: 070-4015-8793
이화여고 심슨기념관
관람시간: 오전 10시 ~ 오후 5시 (매주 일요일, 공휴일 휴관)
관람료: 무료
● 음식, 카페
진주회관: 여름이면 한 번씩 사람들 입에 회자 되는 소문난 콩국수 맛집이다. 언제나 줄이 늘어서 있어 바쁜 점심시간에 맞추기 보다는 조금 엇갈린 시간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냉콩국수 1만원 / 섞어찌개 7000원
02-753-5388 /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11길 26
전광수커피하우스 정동점: 로스터리 카페로 전국에 체인점이 있으며 일찍부터 자리 잡은 곳이다. 한적한 정동길 거리를 바라보며 드립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블렌딩도 기본 3가지 외에 계절메뉴가 있어 스페셜티를 비롯한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전광수블렌드 커피 5500원~ / 에스프레소 4000원~
02-752-0289 / 서울특별시 중구 정동 11-2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4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