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아이오닉'(IONIQ) 브랜드에 새 이미지를 입히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제품’을 앞세웠지만 시장 반응이 신통치 않자 방향을 바꿔 ‘브랜드 알리기’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친환경차를 넘어 '차세대 모빌리티 브랜드'라는 인상을 심겠다는 것.


이는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가는 미래 모빌리티의 시작’이라는 아이오닉의 개발콘셉트와도 통한다. 아이오닉은 전기적인 힘의 결합과 분리를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창출하는 이온(ION)의 특징에 현대차만의 독창성(UNIQUE)을 더해 만들어진 이름이다.


현대차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차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사진제공=현대자동차

◆가까이 가기엔 아직 먼 ‘친환경차’
아이오닉은 현대자동차의 친환경 라인업이다. 이미 출시한 차에다 모터와 배터리를 추가한 형태가 아니라 뼈대부터 새로 만들었다. 최초의 국산 친환경전용차 아이오닉은 하이브리드(HEV)와 전기(EV)버전이 먼저 출시됐고 올해 안에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도 추가된다.

현대차는 2020년까지 28종의 친환경차를 개발해 '글로벌 톱2'에 올라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고 그 시작점이 아이오닉이다. 하지만 이런 중요성에도 아직은 일반인의 관심이 크지 않다. 이유가 뭘까.


아이오닉의 올해 판매량은 1월 493대, 2월 1311대, 3월 1250대, 4월 755대, 5월 765대, 6월 761대, 7월 945대로 총 6280대에 그쳤다. 당초 목표에 한참 미달하는 수치다. ‘하이브리드차’라는 점을 앞세웠지만 ‘원조’ 토요타 프리우스의 ‘아류’라는 인식을 넘지 못한 데다 생활에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스마트폰처럼 이동에 도움을 주는 ‘드라이빙 디바이스’라고 강조한 점이 소비자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했다. 반면 하이브리드차라는 점을 철저히 감춘 기아 ‘니로’는 출시 이후 매달 2000대 이상 판매고를 올리며 출시 4개월 만에 1만대를 돌파하는 등 선전 중이다.

택시시장의 수요에 대응하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꼽힌다. 일부 택시기사들은 아이오닉을 영업용차로 구매하려 했지만 가격혜택이 없는 데다 배기량이 1600cc 이하여서 소형택시요금을 받으면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입을 포기했다. 토요타는 프리우스의 일부 선택품목을 빼 가격을 낮춘 후 영업용으로 팔고, 배기량이 1800cc급으로 중형택시요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택시기사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는 데 성공했다.

이달 초 현대는 아이오닉 전기차를 내놓고 올해 내수시장에서 4000대를 팔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판매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해외판매가 시작되는 데다 제품특성상 결과를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 정부의 전기차지원계획이 발표됐고 충전인프라가 늘어남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수요가 증가한다는 것.

◆아이오닉 전용관, 브랜드화의 첫걸음


어쨌든 현대는 제품명이었던 ‘아이오닉’을 하나의 브랜드로 홍보할 계획이다. 다음달 9일 문을 여는 신세계의 초대형 복합쇼핑몰 하남 스타필드에 설치되는 아이오닉 전용관이 그 첫걸음이다. 아이오닉이란 이름은 애당초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두루뭉술한 의미를 담았기에 전략변경은 그리 어렵지 않은 선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이오닉은 제품 외에도 브랜드 접근방식이 기존과 완전히 다르다”면서 “새로 설치할 전용관은 소비자가 제품을 체험하며 브랜드에 익숙해지는 기회의 장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차가 낯설고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면서 “사람이 많이 모이는 초대형쇼핑몰을 택한 건 대중 속으로 파고드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했다.

업계에 따르면 스타필드에는 아이오닉 전용관과 제네시스 1호점이 문을 열고 국내진출을 선언한 전기차회사 테슬라를 비롯해 BMW, 할리데이비슨 등의 브랜드도 매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출시.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출시.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차세대 모빌리티 통합브랜드로 진화
나아가 현대는 아이오닉을 차세대 모빌리티의 통합브랜드로 키울 계획이다. 올 초 제네바모터쇼에서 발표한 ‘프로젝트 아이오닉’은 브랜드 비전을 엿볼 수 있는 사례다. 자동차의 역할과 영역이 달라지는 만큼 브랜드도 여러 개념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달 초 경기도 판교에 문을 연 ‘아이오닉 프로젝트 랩’도 프로젝트 아이오닉의 일환이다. 이곳에선 미래 이동수단과 라이프스타일의 혁신을 위한 연구활동을 진행 중이며 이순종 서울대 교수 등 연구진 10명과 국내외 10명으로 전문 자문단을 구성했다. 첫 결과물로는 미래 트렌드 중 자동차산업에 영향을 미칠 12개를 꼽은 ‘2030 메가트렌드’가 있다. 현대차는 이를 기반으로 미래 모빌리티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현대차가 미래 연구활동을 본격화하며 아이오닉 브랜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탈 것’의 개념이 바뀌는 데다 해외 경쟁사들이 앞다퉈 차세대 이동수단을 개발하기 때문이다. 도심형 1~2인승 이동수단이 대표적이다. 자동차가 다닐 수 없는 곳에서의 이동이 가능하며 크기나 형태에 따라 자동차의 역할을 보조하거나 대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일상과 차 안의 경계를 없애는 게 공통된 목표다.

브랜드 컨설팅업체의 한 관계자는 “i30, i40 등에 적용했던 PYL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브랜드는 흐지부지 사라지기 쉽다”면서 “아이오닉은 장기적인 관점으로 일관되고 명확한 메시지 전달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는 매우 보수적인 소비재여서 사람들의 전통적 관념을 깨기가 쉽지 않다”며 “자동차를 중심으로 하는 라이프스타일 속의 브랜드로 자리하도록 발상을 바꿔 접근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4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