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든파이브’는 복합쇼핑문화공간을 표방하며 6년 전 서울 송파구 문정동 634번지 일대에 개관했지만 줄곧 침체일로를 걸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인 2003년 도시물류체계 구축과 청계천 고가도로 철거로 인한 상인들의 이주 목적으로 기획된 이곳은 현재 백화점·영화관·마트·공구 및 가구 상가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섰다. 하지만 백화점과 마트 등은 손님들로 가득 찬 반면 나머지 상가들은 텅텅 비어 상인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


가든파이브 중앙광장에 설치된 워터파크. /사진=김창성 기자
가든파이브 중앙광장에 설치된 워터파크. /사진=김창성 기자

◆붐비는 백화점·마트…상가는 ‘텅텅’
광복절 연휴가 시작된 지난 13일 송파구 문정동에 위치한 가든파이브를 찾았다. 지하철 8호선 장지역과 연결된 통로를 따라 오르니 중앙광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중앙광장에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어린이 전용 간이 워터파크가 개장돼 시끌벅적했다.

바로 옆 패션관에 위치한 NC백화점으로 향했다. 이곳 1층은 여느 백화점 풍경과 다를 바 없이 북적였고 나머지 층도 마찬가지였다. 건너편 테크노관으로 향하자 ‘현대백화점 입점을 위한 공사중’이라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현대백화점 아웃렛 입점이 예정된 이곳은 공사가 진행 중임에도 일부 매장이 문을 열어 건물 안 통행이 가능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바닥과 외벽이 철거 공사로 지저분했고 곳곳에 통행주의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안내 표지판을 따라 전자기기 상가가 위치한 위층에 오르자 텅 빈 상가가 눈에 들어왔다. 몇몇 가게만 문을 열었고, 그나마도 주인이 자리를 비운 곳이 많았다.


텅 빈 가든파이브 테그노관의 소형가전 매장. /사진=김창성 기자
텅 빈 가든파이브 테그노관의 소형가전 매장. /사진=김창성 기자

“여기 원래 이렇게 텅텅 비어있는 곳인가요?”
“아웃렛 입점 공사 때문에 가게 철거한 건데 그게 아니어도 평소 분위기가 이래요.”
텅 빈 상가를 지킨 한 휴대전화 매장의 주인은 가든파이브 테크노관의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며칠 뒤 평일에 길 건너 웍스관과 툴관을 둘러보기 위해 다시 가든파이브를 찾았다. 웍스관 역시 1층부터 한산했다. 커피숍에 있는 손님이 전부였다. 에스컬레이터를 따라 위층에 오르자 어두컴컴하고 텅 빈 상가 복도가 눈에 들어왔고 게시판에는 사무실 임대를 알리는 공고문이 게시돼 있었다. 더 이상 둘러볼 거리조차 없이 조용했다.


옆 건물 툴관으로 향했다. 이 건물 지하에는 이마트가 입점한 상태다. 지하로 들어서자 NC백화점과 마찬가지로 곳곳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가구백화점 등이 위치한 위층은 매장 직원을 제외하면 손님이 한명도 없었다. 심지어 안내판에 식당가로 표시된 9층에 내리자 복도는 불빛 하나 없이 컴컴했고 식당도 전혀 없었다.

복도를 지나던 건물 관리인에게 “식당이 어딨나요”라고 묻자 “안내판만 그렇게 돼 있고 원래 그런 거 없어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손님이 없어 한산한 가든파이브 툴관의 가구매장. /사진=김창성 기자
손님이 없어 한산한 가든파이브 툴관의 가구매장. /사진=김창성 기자

◆시작부터 ‘삐걱’… 보이지 않는 ‘한방’
가든파이브의 시작은 거창했지만 이후 줄곧 가시밭길이었다. 당초 이곳은 대한민국 복합쇼핑문화공간을 표방했다. SH공사가 시공을 맡아 국제적인 쇼핑이 가능한 전천후 유통단지를 목표로 전방위적 마케팅도 진행했지만 분양부터 삐걱댔다.

당초 기획에 청계천 일대 상인들의 이주를 위한 상가 조성 계획이 더해졌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구성에 대부분의 상인은 이주를 거부해 계약률이 낮았다. 특히 상가 활성화의 필수조건인 유동인구 유입에 실패하며 그나마 이주한 상인들의 반발도 샀다. 곳곳에 방치된 빈 상가는 적자를 버티다 못해 상인들이 떠난 자리다.

유동인구 유입 실패는 서울 외곽에 자리한 입지조건 탓이 크다. 대규모 복합쇼핑문화공간을 표방했지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매장 구성이라 사람들을 먼 곳까지 유입시킬 특별함이 없었다.

다만 개장 초기 불리한 입지조건에 따른 유동인구 유입 실패는 최근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직선거리로 불과 1㎞ 떨어진 곳에 위례신도시가 건설 중이고 가든파이브 바로 길 건너편에도 송파아이파크·송파파크하비오 푸르지오·송파한화오벨리스크 등 대규모 신축 오피스텔 단지를 조성 중이다.

하지만 또 다른 위기 요인도 있다. 어수선한 회사 분위기 속에서도 점차 위용을 드러내는 제2롯데월드타워 완공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 제2롯데월드타워는 가든파이브에서 지하철역으로 불과 5정거장 떨어져 15분이면 도착 가능하다.

현재 가든파이브의 모습으로는 제2롯데월드타워로 유입될 유동인구를 대적할 '한방'이 전혀 없다. 삼성동 코엑스몰을 이용하던 사람들이 굳이 가든파이브를 찾을 이유도 없다.

뚜렷한 미래 비전 없이 건물만 크게 지은 전형적인 전시행정에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졌지만 뚜렷한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다. 가든파이브의 미래는 여전히 암울하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