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저비용항공사(LCC)가 등장한 지 11년이 흘렀다. LCC의 기본전략은 ‘박리다매’(薄利多賣).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 최대한 낮은 운임으로 많은 승객을 유인하는 것이다. 인식이 변하기는 했지만 LCC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여전히 불안심리를 갖고 있다. 대형항공사(FSC)를 이용하며 대접받던 것을 기준으로 LCC를 바라보면 불편한 점이 적지 않다. LCC와 관련한 대표적인 오해 5가지를 살펴봤다.
◆오해1 - 안전하지 않다?
항공법에서는 비행을 목적으로 탑승한 때부터 모든 사람이 내릴 때까지 사람의 사망·중상(重傷) 또는 행방불명, 항공기의 중대한 손상·파손 또는 구조상의 결함, 항공기의 위치를 확인할 수 없거나 항공기에 접근이 불가능한 경우를 사고라고 정의한다. 우리가 '사고'라고 여기는 것들은 준사고·항공안전장애·경미한 항공안전장애 등이 대부분이다.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LCC는 1만회당 (준)사고 0.132번, 안전장애 2.499번이었고, FSC는 1만회당 (준)사고 0.240번, 안전장애 2.722번이었다. 위험할 거라 생각했던 LCC와 더 안전하리라 믿은 FSC의 사고율엔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글로벌 항공사 평가사이트 에어라인레이팅스닷컴이 실시한 전세계 항공사 안전도평가에서도 LCC는 FSC와 비슷한 점수를 받았다. 대한항공, 제주항공, 진에어는 최고점인 별 7개를 받았고, 아시아나항공은 6개, 에어부산과 이스타항공, 티웨이가 별 5개로 뒤를 이었다.
사소한 지연이나 결항에 대해서도 LCC업체 관계자는 “이용객은 물론 항공편도 늘어난 데다 날씨나 공항 등 항공기 정비 외적인 문제로 지연이나 결항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렇다 해도 항공사에게 정비는 최우선과제”라고 전했다.
물론 안전의 핵심인 정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에 항공업계는 MRO(항공정비: Maintenance·Repair·Overhaul)를 육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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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정비는 A부터 D까지 4개 등급으로 나뉜다. A와 B는 기본적인 운항정비여서 정비사가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다. 우리나라 LCC가 약점을 보이는 건 중정비인 C와 D다. 기체를 분해하고 들어올릴 커다란 특수설비가 필요하다.
진에어는 대한항공에,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에 정비를 맡겨서 D 일부까지 해결할 수 있다. 엔진 등 부품수급도 쉬워 긴급상황에 대응하기 유리하다. 반면 제주항공·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이 C와 D를 하려면 싱가포르, 인도 등 해외 MRO에 맡겨야 한다. 물론 C는 2년, D는 8년에 한번이 정비 주기여서 미리 예약해 해결할 수 있다.
올해 12월이면 완공될 인천공항 MRO는 샤프 에비에이션과 제주항공, 티웨이, 이스타, AKIS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JS에비에이션(JSA)이 운영을 맡는다. 이전보다 항공기 정비가 쉬워지겠지만 기체를 완전히 분해하는 D는 여전히 불가능하다. 앞으로 우리나라 LCC 규모가 더 커지면 제작사의 협조로 D 일부가 가능한 시설이 생길 수도 있다.
◆오해2 - 항공기가 오래돼 불안하다?
LCC는 항공기를 직접 구매하기보다는 임대해 운항한다. 항공기는 정비만 제대로 하면 30년 이상 운항이 가능하다. 중고차와 마찬가지로 오래될수록 임대료가 저렴해 출범 초기엔 ‘기령’이 높았다.
하지만 해외의 유명 LCC가 항공기 동체 지붕이 떨어져나가는 사고를 겪은 뒤 우리나라에서도 ‘20년’이라는 항공기 내구기준이 마련됐다. ‘피로파괴’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함이다.
현재 우리나라 LCC의 평균기령은 10.44년이어서 여유가 있다. 보유 항공기는 기령 ‘0’인 새것부터 교체가 얼마 남지 않은 19년까지 다양하다. 대형항공과 비교해도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 게다가 항공사들이 기령에 대한 우려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항공기 도입에 힘쓰고 있어 기령이 낮아지는 추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기령 10년이면 고등학생쯤으로 볼 수 있다”면서 “무작정 새 항공기를 구입하는 건 또 다른 비용발생 요소여서 LCC가 운임을 내리는 데 방해요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오해3 - 비행기가 작아서 국내용이다?
"LCC는 항공기 흔들림이 심하고 크기가 작아서 1시간 거리 이내만 타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이 역시 오해다. LCC여서 그런 게 아니라 항공기와 노선 특성 탓이다. LCC가 보유한 항공기는 제트기여서 구름 위를 날 수 있다. 기류변화는 구름 아래가 심하기 때문에 이동시간이 짧은 국내선은 안정구간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서 생긴 오해다. 대형항공사도 노선과 기종이 같다면 결과는 마찬가지다.
국내 LCC가 가장 많이 보유한 기종은 보잉사의 B737-800기종이다. 유지보수를 쉽게 하기 위해 보유항공기를 통일했다. 좌석은 설치하기 나름이지만 현재 운항 중인 LCC 항공기는 평균 182.5석이다. B737-800은 소형에 속하지만 5~6시간쯤 비행이 가능하다. 따라서 동남아시아와 괌 등 대양주와 일본, 중국 등 중·단거리 노선을 커버할 수 있다. 진에어는 393석 규모의 B777-200ER 중대형기 라인업도 갖춰 호주나 하와이 등 더 먼 거리도 취항이 가능하다.
◆오해4 - 서비스가 좋지 않다?
일정 정도 사실이다. 일부 LCC가 소비자 대응에 허점을 보인 사례가 확인됐다. 하지만 LCC를 이용하면서 FSC급의 대응을 요구하는 소비자가 문제라는 지적도 많다. 최근엔 정부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표면적으론 항공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반대로 승객의 무리한 요구를 막는 것이기도 해서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항공운송서비스 평가 중 저비용항공사 부문 종합등급에서 진에어와 에어부산이 매우 우수(A), 그외 항공사는 우수(B)로 평가됐다. 항목별 평가 결과에서 상대적으로 득점이 낮은 정시성과 피해구제성 분야의 개선노력이 필요하며 특히 이용자만족도 향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해5 - 생각처럼 싸지 않다?
항공권 ‘구매타이밍’에 따른 오해다. 일반적으로 LCC는 다양한 가격 구간을 운영 중이다. 평균적으로 좌석이 많이 비는 노선 위주로 할인을 해주지만 반대로 여유가 없을 땐 할인도 없어진다. 게다가 같은 노선이지만 운항시간이 달라 인기가 별로 없는 FSC 항공편의 항공권을 싸게 내놓기라도 하면 드물지만 가격이 역전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LCC 관계자는 “지금은 항공사와 소비자 모두 LCC에 대한 개념이 잡혀가는 시기”라며 “앞으로 이런저런 서비스가 유료화되면 운임이 더 낮아지면서 LCC에도 유리한 수익모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