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포르쉐 718 박스터 /사진=포르쉐 제공 |
-2리터 엔진으로 300마력 내는 포르쉐 718 박스터
‘포르쉐 718 박스터’의 핵심은 엔진이다. 섹시한 컬러, 지붕 열리는 2인승 스포츠카라는 점보다 더 중요한 포인트다.
구형은 배기량 2700cc의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265마력을 냈지만 새로운 박스터는 고작 1988cc의 엔진으로 최고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38.7kg.m의 성능을 뽑아낸다. 터보차저를 얹은 덕에 배기량이 줄었지만 성능은 오히려 더 좋아졌다.
보통은 터보차저를 탑재하면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터보랙(turbo-lag)이 발생, 운전자의 조작과 실제 차의 반응에 차이가 느껴진다. 하지만 이 차는 포르쉐다. 자연흡기엔진이라 해도 믿을 만큼 매끄러운 가속감을 선사한다.
![]() |
포르쉐 718 박스터의 2.0리터 박서엔진 /사진=포르쉐 제공 |
터보차저는 터빈으로 압축한 공기를 엔진 실린더에 강제로 밀어 넣어 연료를 태울 때 큰 폭발력을 얻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공기를 압축할 때 필요한 터빈을 돌리는 건 배기가스다. 즉 가속페달을 밟으면 배기가스가 늘어나고 이 때 터빈이 돌아 흡기라인에서 공기를 빠르게 빨아들여 압축하는 원리여서 압축부터 폭발까지 시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자동차 회사들은 이 간격을 줄이기 위해 엔진이나 전기 모터의 힘으로 터빈을 미리 돌리는 등 다양한 시도를 거듭한다.
박스터(BOXTER)라는 이름은 ‘박서엔진’(boxer engine, 수평대향엔진)과 ‘로드스터’(roadster)의 합성어다. 박서엔진은 일반적인 차량 엔진과 달리 실린더가 마주보고 누워있어서 마치 권투선수가 주먹을 날리는 형상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 로드스터는 지붕이 열리는 차종인 컨버터블의 다른 이름이다.
그렇다면 718은 뭘까. 배기량을 2.0리터로 줄이면서 성능을 높였다는 점을 표현하기엔 포르쉐 작명법은 너무 단순하다. 결국 1950년대 타르가 플로리오(Targa Florio)와 르망(Le mans) 등 레이스에서 4기통 수평대향엔진을 장착하고 좋은 성적을 거둔 포르쉐 718 미드엔진 스포츠카에 썼던 이름을 따왔다. 엄격해지는 환경규제와 어찌될지 모르는 기름값에 대비하는 차원이었지만 전통을 이어가면서 박스터만의 정체성을 살린 묘수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포르쉐 718 박스터는 엔진이 중요하다.
![]() |
포르쉐 718 박스터 /사진=포르쉐 제공 |
◆날렵해진 새로운 디자인
새로운 박스터의 겉모양은 구형보다 윤곽이 뚜렷하다. 최근 포르쉐의 디자인 방향성에 따른 것으로 부드러운 면과 곧게 뻗은 선이 더욱 조화롭다. 특히 4포인트 LED DRL(주간주행등) 장식이 신형임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게 돕는다.
옆모양은 전형적인 미드십(MR) 스포츠카다. 엔진이 시트 뒤에 바로 붙어있고, 게다가 박서엔진이니 납작한 생김새 덕에 지붕을 열었을 때도 트렁크 공간에 손해가 없다. 그리고 터보엔진으로 바뀌면서 도어 뒤편에 자리한 차의 숨구멍(에어 인테이크, 흡기구)이 커졌다.
뒷모양도 새롭게 다듬었다. 리어램프 사이에 까만색 띠를 두르고 ‘PORSCHE’라는 글자를 새긴 게 핵심이다.
![]() |
포르쉐 718 박스터 /사진=포르쉐 제공 |
◆오픈카는 지붕 열고 달려야 제 맛
새로운 박스터는 엔진이 차 무게중심의 한가운데 자리한 뒷바퀴굴림차(MR)다. 어지간해선 밸런스를 잃지 않는다. 포르쉐 차종 중에서도 자세유지 능력이 뛰어난 편이다. 마니아들 사이에선 이런 이유로 “운전이 재미없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스릴과 재미의 영역은 맞닿아 있으니 새겨들으면 된다.
물론 박스터를 처음 타는 사람이라면 분명 운전대를 놓고 싶지 않을 것이다. 부족함 없는 엔진성능을 뛰어난 밸런스로 뒷받침해주는데다 지붕까지 열고 달릴 수 있다. 롤러코스터를 탔을 때의 짜릿함과 즐거움을 옮겨놓은 셈이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리더라도 원하는 라인을 그릴 수 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4.7초가 걸리고, 최고시속은 275km다.
![]() |
포르쉐 718 박스터 인테리어 /사진=포르쉐 제공 |
포르쉐의 상징인 ‘911’과 마찬가지로 718 박스터도 운전대에서 일반·스포츠·스포츠 플러스·인디비주얼 등 주행모드를 고를 수 있는 다이얼이 있다. 모터스포츠에서 영향을 받았다. 버튼을 누르면 20초간 엔진의 응답성과 변속기 성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다. 등 너머로 들려오는 사운드도 톤(tone, 음색)이 바뀌며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이 때 지붕을 열어두면 더욱 즐겁다.
성능을 높인 박스터 S는 배기음량을 조절할 수 있어서 필요할 땐 목소리를 낮추지만 박스터는 늘 크다. 취향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부분이다.
국내출시가격은 8270만원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