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머니투데이 DB
/사진=머니투데이 DB
이달 들어 삼성전자의 외국인 순매도세가 지속된 가운데 삼성 지배구조의 핵심에 놓인 기업들은 오히려 외국인 지분율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주가가 최근 170만원에 육박하며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이유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서란 분석이다. 거센 차익 실현에 나선 외국인들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면서 일각에서는 삼성 지배구조 이슈에 따른 이동 가능성을 제기했다.
◆삼성그룹, ‘금융지주회사’ 실현하나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순매도하기 시작한 8월 초 이후 삼성전자의 외국인의 지분율은 8월 초 51.25%에서 지난 25일 기준 50.93%로 하락한 반면 지배구조의 핵심기업으로 떠오른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의 지분율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삼성물산의 외국인 지분율은 7.85%에서 9.03%로 1.18%포인트 올랐고 삼성생명 역시 15.26%에서 15.32%로 0.06%포인트 상승했다.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삼성물산과 금융지주회사의 전환이 점쳐지는 삼성생명은 삼성화재와 삼성증권의 지분을 늘리기로 한 지난 18일 이후 외국인 매수세 유입이 한층 강화됐다. 특히 삼성물산은 지난 19일에만 외국인이 11만7517주을 매입해 지분율이 0.07%포인트 상승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가장 큰 매입량을 기록했다. 삼성생명 역시 지난 4월 이래 가장 큰 매입량인 8만9229주가 몰리며 지분율이 0.04%포인트 올랐다.

이병건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에서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며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삼성화재 자사주 매입 가능성이 높아 삼성화재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9월 주당 17만원에 편입한 262만주의 삼성물산주식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 삼성물산 주가 회복으로 손실 규모가 감소했다”며 “삼성화재가 보유했던 삼성증권 주식 8%를 삼성생명에 매각해 1026억원의 매각이익도 발생했다”고 말했다.


◆실적부진에도 ‘삼성생명’ 강세

지난 7월만 해도 외국인은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에 대한 동반 매수세를 보였으나 이달 들어 삼성물산만을 매수하는 양상을 보였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 상관계수는 0.88에 이르렀으나 이달 들어 상관계수가 ‘-0.55’를 기록하며 지분율 보유 양상이 반대로 이뤄지는 추세다.

삼성생명 ‘종목’만을 거래하는 외국인의 수요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삼성생명을 매입하려는 외국인의 움직임이 특히 강세를 보였다.

삼성생명의 2분기 실적 부진으로 몇몇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낮춘 상황에서 외국인이 지분을 늘린 것도 그만큼 지배구조 이슈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적 부진에도 지배구조 연관성이 떨어지는 삼성중공업의 외국인 지분율은 이달 초 15.65%에서 지난 25일 기준 14.57%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삼성화재의 외국인 지분율도 48.94%에서 48.08%로 하락 추세를 보였다.

◆삼성 지배구조 개편,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가능성↑

삼성전자(제조)와 삼성생명(금융)을 두 축으로 삼는 구조 개편안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온전히 승계할 거의 유일한 방법으로 거론된다.

삼성생명의 최대주주인 이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3.49%)과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7.43%)을 축으로 삼아 그룹을 지배했다. 이 부회장이 이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는다면 최고 50% 세율인 상속세 낼 돈을 마련하기 위해 일부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 지분 일부를 팔아 상속세를 낸다면 현재 삼성생명의 2대주주인 삼성물산(19.34%)이 최대주주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의 금산분리 체제에서 이 같은 지배구조는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삼성물산이 보유 중인 삼성생명 혹은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혹은 삼성전자 중 한 곳에 대한 통제권을 잃을 수 있다. 삼성물산 최대주주인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도 약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를 신설하고 삼성생명을 금융지주회사로 세운다면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팔 필요가 없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을 대입하면 삼성생명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쪼갠 뒤 금융계열사 주식은 지주회사가, 삼성전자 주식은 사업회사가 갖는 쪽으로 힘이 실린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골든타임에 들어섰다고 판단한다”며 “삼성생명이 지배구조 변화 과정의 최대 수혜는 아니지만 개편 기대감에 따른 다른 보험업종 대비 견조한 주가흐름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