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최고 분양가로 화제를 모았던 부산 해운대엘시티사업이 검찰의 비자금 수사에 흔들리고 있다. 2013년 10월 착공해 2019년 준공을 앞둔 상황에서 관련 인사가 구속되거나 잠적해 사업 전체가 위기를 맞고 있다. 엘시티의 순항은 가능할까.

부산 해운대 엘시티 단지. /사진=머니투데이DB
부산 해운대 엘시티 단지. /사진=머니투데이DB


◆사업초기 의혹투성이, 시공사 선정도 '삐걱'

엘시티는 1개의 랜드마크타워와 2개의 레지던스타워로 구성됐다. 3개 빌딩의 연면적을 합하면 서울 63스퀘어의 3배인 약 66만㎡에 이르는 초대형사업이다. 이중 랜드마크타워는 101층에 411m 높이로 준공 시 부산 최고층빌딩이자 국내에서는 서울 롯데월드타워 다음으로 높은 빌딩이 된다.


하지만 엘시티는 사업 초기부터 잡음이 많았다. 시행사인 엘시티PFV는 여러개의 건설사가 엘시티 개발을 위해 프로젝트성으로 세운 회사다. 2007년 사업자 선정 당시 국가소유 토지를 헐값에 사들였다는 논란이 일었고 2013년 세계 최대규모 건설사인 중국 CSCEC에 시공을 맡겼다가 사업자금 조달 도중 하도급계약을 해지당했다. 시공사를 정하지 못해 표류하던 과정에서 자금난으로 파산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이어 지난해 가까스로 포스코건설이 새 시공사로 선정됐으나 그 사이 외부 입김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전 정권과 현 정권의 실세 인사가 개입해 시공사를 선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때부터 비자금 의혹도 함께 불거졌다.

포스코건설과 체결한 하도급계약에 따르면 공사비는 1조4730억원, 사업비는 약 2조7000억원이다. 엘시티는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산은행 등 16개 금융회사에서 1조원가량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았다.


이 부분 역시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 업체에 대해 무리한 수준의 대출이지만 계약서상 시공사의 책임준공 의무가 명시돼 있으면 PF가 수월해지는 면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책임준공이란 시행사가 부도났을 경우 시공사가 책임지고 건축을 완료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검찰 수사는 엘시티 시행사 한곳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지난 10일 엘시티의 자금담당 고위임원을 520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하고 컨소시엄 중 한곳인 청안건설의 대표 이영복씨를 지명수배했으나 그는 잠적한 상태다.

◆초고가에 분양받은 투자자들 경고음

엘시티의 진가는 해운대 해수욕장이 코앞에 보이는 천혜의 입지다. 고급아파트와 호텔, 상업시설에서 해운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조망 덕분에 초호화 분양가를 자랑했다. 지난해 분양한 해운대엘시티더샵은 320㎡ 펜트하우스가 67억6000만원에 계약됐다. 3.3㎡당 7000만원을 넘은 것이다. 일반층도 3.3㎡당 평균 2730만원으로 부산 역대 가장 높은 분양가였다.

최근에는 엘시티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101층 마천루의 레지던스호텔이 분양 중이다. 3.3㎡당 분양가가 평균 3107만원으로 최고가격 33억3400만원에 달하지만 중국인과 일본인 등 외국인의 투자가 잇따랐다.

그러나 분양이 한창인 가운데 검찰 수사가 전방위로 확산돼 이미지 실추뿐만 아니라 분양자의 피해마저 우려된다.

실제 지난해에는 더샵 분양 직후 최고 수억원의 프리미엄이 따라붙어 분양권 전매가 기승을 부렸다. 투기 수요가 많았던 탓에 약 120명의 분양자들이 전매에 실패하고 계약금을 지불하지 못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와 관계없이 분양을 계속하고 있지만 지역민심이 불안하고 이미지가 나빠져 차후 분양 취소나 투자 피해를 항의하는 사태가 일어날까봐 우려된다”고 전했다.